전영묵號 체질개선 속도전…삼성생명, 실적 퀀텀점프 시동
입력 2021.05.14 10:11
수정 2021.05.14 10:20
1분기 순이익 1조3344억…전년比 334.8%↑
삼성전자 특별배당에 경영 효율화 작업 지속
삼성생명이 올해 첫 실적 발표에서 괄목할만한 성적을 거두며 퀀텀점프를 예고하고 있다. 보장성 상품 중심의 체질개선에 속도를 내며 책임경영에 대한 의지를 드러내 온 전영묵 사장의 행보가 빛을 발하는 모습이다.
삼성생명은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이 1조115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34.8% 급증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14일 밝혔다. 영업이익 역시 1조3344억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256.2% 늘었다.
삼성생명의 실적이 크게 늘어난 핵심 요인은 삼성전자의 특별배당이다. 삼성생명은 올해 1분기 삼성전자로부터 8000억여원에 달하는 특별배당을 받았고 법인세를 제외한 1500억여원을 이번 이익에 반영했다. 삼성생명은 삼성전자의 주식 8.51%를 보유 중이다.
하지만 삼성생명의 실적 개선이 단지 이 같은 일회성 요인에 기대고 있는 것만은 아니다. 밑바탕에는 보장성 상품 판매 강화를 통한 경영 효율성 개선이 깔려 있다.
특히 지난해 전 사장이 취임한 이후 삼성생명의 보장성 보험 영업은 한층 힘을 받아 왔다. 지난해 삼성생명이 보장성 상품에서 거둔 초회보험료는 2019억원으로 전년 대비 5.0% 늘어나며, 2015년 이후 처음 2000억원을 돌파했다. 초회보험료는 고객이 보험에 가입하고 처음 납입하는 보험료를 가리키는 표현으로, 생보업계의 성장성을 가늠하는 지표로 쓰인다.
반면 생보업계 전체로 보면 보장성 보험 판매엔 다소 제동이 걸린 상황이다. 삼성생명의 약진에 더욱 눈길이 쏠리는 이유다. 실제로 지난해 삼성생명을 제외한 나머지 23개 생보사들의 보장성 상품 초회보험료는 9521억원으로 전년보다 1.1% 줄었다.
보장성 보험은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시행으로 불어나게 될 생보사의 재무적 부담을 경감해 줄 상품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2023년 IFRS17이 시행되면 보험사의 부채 평가 기준은 원가에서 시가로 변경되면서, 보험금 적립 부담이 한층 커지게 된다. 이렇게 되면 고금리를 보장하는 저축성 상품은 생보사의 어깨를 무겁게 만들 전망이다. 반면 현재 회계에서 판매 첫 해 생보사에게 손해를 발생시키는 보장성 보험은 IFRS17 시행 시 처음부터 이익을 안겨주는 효자 상품으로 변모할 전망이다.
특히 삼성생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사태를 이겨내고 보장성 상품 성장을 이끌고 있다는 점은 더욱 눈길이 가는 대목이다. 종신보험이나 건강보험 등으로 대표되는 보장성 상품은 저축보험보다 상대적으로 상품 구조가 복잡한 탓에 대면 판매의 역할이 중요하다. 그런데 코로나19 이후 소비자들이 보험설계사와 얼굴을 맞대길 꺼려하게 되면서 보장성 상품 영업에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란 우려가 많았다.
삼성생명은 앞으로 자산운용 기조를 전환해 수익을 더욱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현재 운용자산 중 대체투자 비중은 9.9% 수준인데, 이를 더욱 확대해 나가겠다는 설명이다.
회사 주식을 꾸준히 사들여 온 전 사장의 행보는 이처럼 장기적 안목에서 이뤄지고 있는 책임경영에 대한 자신감으로 풀이된다. 통상 최고경영자의 자사주 매입은 회사 가치가 앞으로 더 높아질 것이란 자신감을 투자자들에게 전하는 신호로 여겨진다.
전 사장은 올해 3월에도 삼성생명 주식 2000주를 매수했다. 앞서 전 사장은 삼성생명 사장으로 선임된 이후 두 차례에 걸쳐 자사주 6000주를 매입한 바 있다. 이번 추가 매입으로 전 사장이 보유한 삼성생명 주식 총 수는 8000주까지 늘어났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IFRS17 적용을 앞두고 보장성 보험 부분에서 얼마나 확실한 강점을 갖고 있는지 여부가 향후 생보사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