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13일)부터 면허 없으면 킥보드 못 타는데… 거리는 여전히 '무법천지'
입력 2021.05.13 00:00
수정 2021.05.13 08:44
음주·무면허 범칙금 10만원, 동승시 4만원…13세 이하 어린이 운전시 보호자가 과태료 10만원
이용자들 "헬멧 필수? 꼭 써야 하면 아예 킥보드 타지 않을 것"…따릉이 대여용 헬멧처럼 무용지물 되나
전문가·시민들, 정부 홍보 부족 일제히 성토…경찰, 시행 후 한 달 동안은 계도 위주 단속 방침
지난 10일 오후 5시 45분쯤 강남역 12번 출구 앞. 공유 헬멧(안전모)이 달린 전동킥보드 8대가 일렬로 놓여 있었다. QR코드(정보무늬)를 찍고 전동킥보드를 대여한 대학생 이모(22)씨는 헬멧이 있어도 착용하지 않은 채 인도에서 보행자를 피해 위험천만하게 킥보드를 타고 있었다. 이씨는 "인도에서 타도 되는 줄 알았다"며 "잠깐 이동하는데도 헬멧을 반드시 쓰도록 법이 바뀌면 킥보드를 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13일부터 이씨처럼 전동킥보드를 타다 단속에 걸리면 인도주행 위반(3만원)에 헬멧 미착용(2만원)으로 총 5만원의 범칙금을 물어야 한다. 오늘부터 전동킥보드 관련 처벌이 강화된 개정 도로교통법이 시행되기 때문이다. 술을 마시거나 면허 없이 전동킥보드를 이용하면 범칙금 10만원, 동승해 2인 이상 전동킥보드를 타다 적발되면 범칙금 4만원을 내야 한다. 13세 이하 어린이가 전동킥보드를 운전하면 보호자가 10만원의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하지만 제도 시행을 며칠 앞두고 서울 강남, 신촌, 홍대입구 등에서 만난 전동킥보드 이용자들은 새 규정과 시행 여부를 제대로 모르고 있었다. 마포구 홍대입구역 8번 출구 인도에서 전동킥보드를 타고 질주하던 김모(26)씨는 "당장 13일부터 인도에서 킥보드를 타선 안 되고, 헬멧을 써야 한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며 "헬멧을 따로 사서 들고 다녀야 하는 것이면 불편해서 아예 킥보드를 안 탈 것"이라고 말했다.
강남역 7번 출구 인근에서 전동킥보드를 타던 오모(20)씨는 "집에 가거나 친구를 만날 때 등등 공유 킥보드를 하루에 두세 번씩 이용하지만 법이 바뀐다는 사실은 처음 알았다"고 밝혔다. 역시 인근에서 킥보드를 타던 정모(20)씨는 "13일부터 헬멧을 안 쓰면 범칙금을 물어야 하나요? 얼마에요?"라고 되물았다. 정씨는 "QR코드만 찍으면 전동킥보드를 간편하게 이용할 수 있어 한 주에 4번 정도 이용하고 있는데, 헬멧을 매번 들고 다녀야 한다면 불편해서 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일각에서는 새 법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의견도 제시헸다. 지난 2018년 자전거의 헬멧 착용이 의무화되면서 공용자전거 따릉이 대여소에 대여용 헬멧을 비치했지만 이용률은 3% 수준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전동킥보드업체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대구시와 헬멧을 기기에 부착하는 시범사업을 진행했는데, 3분의 2가 분실됐다"며 "반환된 헬멧 중에서도 6분의 1은 사용할 수 없을 정도로 파손됐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홍보와 계도 활동을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무엇보다 현행 도로교통법이 지난해 12월 국회에서 법이 바뀌고 시행이 되기 전 불과 5개월 만에 또다시 개정을 거쳤기 때문에 국민적 혼란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임준태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도로교통법이 한 번 바뀌었는데, 또 재개정되면서 정부가 개정된 법을 홍보하는 시간이 부족했을 수 있다"며 "새 법을 알릴 수 있도록 계도 기간을 늘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이용자들이 새로 바뀐 규정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한 상태에서 단속을 하게 되면 제대로 알려주지도 않고 잡는다고 불평하거나 세금을 많이 걷으려는 꼼수라고 생각할 수 있다"면서 "계도 기간을 너무 늘려도 정책이 유야무야될 수 있는 만큼 결국 시민들이 스스로 규정을 따르도록 홍보를 적극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규칙이 바뀐 걸 모르고 선수들이 경기 하는 것과 같다"며 "언론매체나 캠페인, 교육 등을 통해 개정 규정을 알리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우리나라는 헬멧을 착용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사회적 분위기가 아니기 때문에 법이 시행되면 상당한 혼란이 예상된다"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꾸준히 교육해 새 문화를 안착시켜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찰은 시행 후 한 달 동안은 계도 위주의 단속을 한다는 방침이다. 최대근 경찰청 교통안전과 경정은 "시·도자치경찰위원회 및 시·도경찰청과 협조해 시행 이후 한 달 동안은 신설된 처벌 법령 내용을 국민들에게 안내하고 홍보한다는 측면에서 위반에 대한 계도 위주의 단속을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교육부 등 관련 부처와 협업해 다각적인 홍보 활동을 계속해 나갈 방침"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