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은 김종인·안철수의 대립각…배경은 '윤석열 쟁탈전'?
입력 2021.04.12 00:00
수정 2021.04.12 09:32
김종인, 언론인터뷰서 안철수 향해 작심 비판 쏟아내
중도층 차지해 윤석열 '킹메이커' 되려는 경쟁의 서막?
"결국 중도 확장성을 두고 벌어지는 야권의 경쟁구도"
야권 분열의 씨앗 될라…"하나가 되라는 게 국민의 지시"
4·7 재보궐선거를 완승으로 이끈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당을 떠나며 야권 정계개편 움직임이 본격화됐지만 김 전 위원장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앙금은 여전히 풀리지 않은 모양새다.
일각에서 두 인사의 대립구도가 형성되는 배경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가운데, 두 인사의 갈등이 자칫 야권 분열의 도화선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김종인 전 위원장은 11일 공개된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를 향해 작심 비판을 쏟아냈다.
그는 국민의힘과의 야권 대통합을 외치고 나선 안 대표의 행보를 두고 "국민의힘과 합당해 대선 후보가 되겠다는 욕심이 딱 보이는 것 아닌가"라며 "서울시장에 출마하며 대선은 포기한다고 하더니 그런 사람이 대통령이 되면 나라가 또 엉망이 될 것"이라고 혹평을 가했다.
또 안 대표가 지난 7일 오세훈 서울시장의 승리가 확정되자 이를 '야권의 승리'라고 표현한 점도 문제삼아 "어떻게 건방지게 그런 말을 하는가, 야권이 아닌 '국민의힘'이 승리한 것이다"라며 "그 소리를 듣고 '당신(안 대표)은 그 정도 수준의 정치인밖에 안 된다'고 확신했다"고 평가절하했다.
정치권에서는 김 전 위원장의 노골적인 비난 발언이 나온 배경으로, 향후 야권 정계개편의 중심 공간이 될 것으로 점쳐지는 '중도층을 기반으로 한 중원지대'를 차지하기 위한 기싸움의 서막이 시작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현재는 특정 정당과 거리를 두고 있으면서도 야권의 가장 유력한 대선 주자로 올라선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킹메이커'가 되기 위한 경쟁의 시작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윤 전 총장이 해당 인터뷰에서 "안철수 대표와 윤석열 전 총장은 합쳐질 수 없다. 아무 관계도 없는데 안 대표가 마음대로 남의 이름을 가져다가 얘기한 것"이라고 일축한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 나온 발언으로 풀이된다.
윤주진 담론과 대안의 공간 대표는 이날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결국 중도 확장성을 두고 벌어지는 경쟁구도"라며 "김 전 위원장의 '중도확장'을 향한 강한 애착과 집념이 돋보이지만 안 대표도 그 역할을 놓칠 리 없다는 점에서 이른바 '중원 쟁탈전'이 향후 야권에서 벌어질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이 같은 대립각이 봉합 없이 지속될 경우 야권의 전체적인 갈등의 씨앗이 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이날 김 전 위원장의 비판 발언에 정작 안 대표나 국민의당 측은 공식적인 반응을 하지 않았지만, 오히려 국민의힘 내에서 이를 지적하는 발언이 나오기도 했다.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은 "김 전 위원장의 인터뷰를 보고 잠시 놀랐지만 좁은 지면에 담기지 못한 말씀의 의미가 따로 있으셨겠지 믿습니다"라면서도 "선거도 끝났는데 아흔을 바라보는 연세에 서른 살도 넘게 어린 아들 같은 정치인에게 마치 스토킹처럼 집요하게 분노 표출을 설마 하셨겠는가"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배 의원은 "안 대표의 '야권의 승리'라는 말에 깊이 동의한다. 서울시민들과 우리 당원들이 최종 두 후보의 아름다운 화합 모습에 단비같은 승리를 허락하신 것"이라고 김 전 위원장의 발언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아울러 배 의원은 "'하나가 되어라, 분열하지 말라'가 국민들께서 국민의힘에 지시하신 과제"라며 "(김 전 위원장과 대립했던) 홍준표 무소속 의원과 안 대표 등 우리의 식구들이 건전한 경쟁의 링으로 함께 오를 수 있도록 당의 문을 활짝 열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야권 재편 방안에 각자의 생각이 다를 수 있지만, 오랜만에 전국 단위 선거에서 국민의 마음을 얻은 이 시점에 이런 원색적 비난은 옳지 않는 것 아닌가"라며 "보다 마음을 열고 서로를 보듬는 자세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