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 ‘라임 판매’ 사태 중징계 받아

손태승 회장, 문책경고로 한 단계 경감...피해구제 노력 인정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그랜드 힐튼 서울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우리 리더스 컨퍼런스 2019’에서 경영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 우리금융지주

손태승 우리금융회장이 8일 라임 펀드 사태로 ‘문책경고’를 받았다. 당초 금융감독원으로터 통보를 받았던 ‘직무정지’보다 한 단계 감경됐으나, 금융권 초유의 두 번 연속 중징계를 받았다. 손 회장이 이번에도 소송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금감원은 이날 오후 2시부터 대규모 환매 중단 사태를 일으킨 라임 사모펀드 판매사인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에 대한 3차 제재심의위원회를 진행했다. 앞서 금감원은 ‘기관 경고’의 중징계와 함께 라임펀드 판매 당시 우리은행장이었던 손 회장에게 직무정지도 사전 통보했다.

금감원과 우리은행은 라임펀드 부실을 사전에 알았는지, 은행측이 소비자에게 부당 권유를 했는지를 두고 다투고 있다. 부당권유란 경험이 부족한 일반 투자자에게 위험성 관련 올바른 인식을 방해하거나, 리스크가 높은 상품을 적극 권유하는 행위다. 다만 금감원은 우리은행 측이 피해자 구제 노력을 한 점을 인정해 손 회장의 최종 징계를 직무정지에서 문책경고로 한단계 낮췄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문책경고 역시 중징계로 손 회장은 현직 임기 종료 후 향후 3~5년간 금융권 재취업이 금지된다. 손 회장의 임기는 그대로 보장되나, 중징계로 CEO 리스크가 지속돼 경영환경의 불안정화로 이어질 수 있다. 무엇보다 손 회장은 지난해 해외금리연계형 파생결합펀드(DLF) 사태로 문책경고를 받고 현재 행정소송을 진행중이다. 연달아 중징계를 받으면 우리금융 지배구조까지 흔들릴 가능성이 크다.

소송으로 걸 경우 손 회장의 승소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손 회장은 이미 DLF 사태 때 중징계를 받았으나 법원이 중징계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면서, 3연임에 성공한 바 있다. 이후 법원은 같은 중징계 처분을 받았던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부회장의 가처분 신청도 인용했다.

금감원의 금융사 제재 현황 ⓒ 데일리안 이호연 기자

2013년에는 박동창 전 KB금융지주 부사장이 사외이사 재선임 건으로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인 ISS에 내부 자료를 제공했다는 문책경고와 감봉 3개월 처분을 받고 해임됐다. 그러나 박 전 부사장은 징계 취소 소송을 제기했고 최종 승소했다. 2004년까지 거슬러 올라가면 윤종규 KB금융회장과 故 김정태 전 국민은행장은 국민은행과 국민카드 합병 당시 회계처리 부정 의혹으로 문책경고를 받고 사임했다. 그러나 10여년이 지난 2015년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기도 했다.

손 회장이 이번에도 금감원을 상대로 실제 소송을 진행할지는 지켜봐야 하지만, 금감원의 부당권유의 법적 제재 근거가 뚜렷하지 않으면 DLF 때처럼 소송을 할 가능성이 높다. 우리은행 측은 부실을 알면서도 펀드를 판매하는 것은 논리에 맞지 않다며, 사전에 부실을 인지하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부당권유 등을 이유로 CEO를 징계하는 것도 과도하다는 것이 금융권의 분위기다.

반면 일각에서는 손 회장이 DLF 행정소송을 진행중인 가운데, 다른 행정소송을 또 하는것은 부담이 클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사법리스크가 가중돼 경영 활동에 되려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우려다. 두번씩이나 금융당국과의 전면전을 벌이는 것 또한 막대한 부담과 피로감을 동반할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이유로 현직을 유지하면서 소송을 하는 것은 사실상 어렵지 않겠냐는 전망이다.

한편 금감원 제재심의 결과는 추후 금융위원회 의결을 통해 최종 확정된 직후부터 효력이 발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