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재보선] '20대' 구애전…박영선 "5GB 지급" 오세훈 "넘어갈 세대 아냐"
입력 2021.04.04 05:00
수정 2021.04.04 08:02
20대, 지난해엔 민주당 41.1% 통합당 19.7%
재보선 앞두고선 박영선 30.3% 오세훈 40.7%
박영선, 20대 유권자 '탈환' 위해 연일 공약
대중교통 40% 할인 이어 데이터 바우처 약속
부동층이 된 20대 유권자를 둘러싼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후보와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 간의 대결이 격화되고 있다. 20대 유권자는 지난해 총선까지만 해도 친여 성향이 강했으나, 올해 재보선을 앞두고서는 야권 후보에 대한 지지로 돌아서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해 총선 직전인 4~6일 SBS가 입소스에 의뢰한 여론조사에서는 20대의 민주당 지지가 41.1%인 반면 미래통합당 지지는 19.7%에 불과했다. 그러던 것이 4·7 재·보궐선거를 앞둔 지난달 30~31일 중앙일보가 입소스에 의뢰한 조사에서는 민주당 박영선 후보 30.3%,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 40.7%로 바뀌었다. 여론조사와 관련해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박영선 후보는 떠나간 20대를 '탈환'하기 위한 공약을 연일 발표하고 있다. 박 후보는 지난 2일 20대 초중반인 만 19~24세 청년들에게 매달 5GB 데이터를 무상 지급하는 공약을 내놓았다. 지난 1일 같은 연령대를 겨냥한 대중교통 40% 할인 이용에 이어 연이틀 '구애' 행보다.
박 후보는 지난 2일 남대문 집중유세에서 "만 19∼24세 청년들에게 매달 5GB의 데이터 바우처를 지급하겠다"며 "데이터를 켤 때마다 조마조마한 청년들에게 든든한 힘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전날 목동역 집중유세에서는 "만 19~24세 청년들에게 '서울청년패스'를 발급해 버스·지하철을 대폭 할인된 금액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약 40% 할인된 요금으로 이용이 가능한 정액권을 청년들에게 발급할 것을 약속드리겠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후보는 20대 유권자들에게 공을 들이고 있지만 외곽에서 돌발 악재가 터지는 게 고민이다.
마약 투약 전력으로 해고된 전 일간지 기자 허모 씨는 3일 SNS에서 최근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 지지 연설을 해서 화제가 된 20대 청년들을 겨냥해 "바보 20대들"이라며 "얘네들 얼굴 기억해뒀다 취업 면접 보러오면 반드시 떨어뜨려라. 건실한 회사도 망하게 할 애들"이라고 주장했다.
오세훈, 배현진과 고척돔 찾아 20대 '스킨십'
"朴, 젊은층을 10만원에 넘어갈 세대로 보지
말라…그들은 적폐몰이 두려워 않고 나선 것"
정작 현장에서 만난 20대 유권자 반응은 다양
오세훈 후보도 청년들과의 접촉면을 넓히는 행보를 이어갔다. 오 후보는 이날 우천 속에서도 유일하게 프로야구 개막전이 열린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을 찾아 국민의힘 배현진 의원, 이준석 뉴미디어본부장과 함께 홈팀 키움·원정팀 삼성의 유니폼을 갖춰입고 시민 인사를 진행했다.
돔구장 맞은편 노들소공원에서는 이날도 20대 청년 연사가 유세차에 올라 박영선 후보의 "20대는 역사적 경험치가 낮다"는 발언을 규탄하는 시민 연설을 이어가는 가운데, 오 후보는 개막전을 관전하러온 청년들의 요청에 응해 기념촬영 등을 가졌다.
오 후보는 이날 SNS에 "청년들은 이 정부에 의해 적폐로 내몰리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며 "그들은 민주당 박영선 후보가 당장 손에 쥐어줄 10만 원보다 나라의 장래가 더 걱정된다고, 서울이 위기라며 나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청년 여러분들의 바램처럼 진짜 일을 해보고 경험이 있는 사람으로서 약속드리겠다"며 "여러분들이 원하는 또다른 DDP, 한강르네상스, 고척돔, 그리고 그 이상으로 서울을 다시 살리고 여러분에게 희망을 드리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현장에서 기자들과 만난 오 후보는 박영선 후보의 5GB 데이터 지급·대중교통 할인 공약 등을 겨냥해서는 "지금 유세 현장에서의 청년들의 연설을 들어보면 '우리들이 10만 원에 넘어갈 세대가 아니다. 우리들을 그렇게 쉬운 대상으로 보지 말라'는 취지의 연설을 한다"며 "박영선 후보는 이런 젊은층들의 정확한 판단력을 무겁게 받아들여야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현장에서 만난 20대 유권자들은 이러한 박영선·오세훈 후보 간의 격전에 대해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이날 '등번호 34 김헌곤' 마킹을 한 삼성 유니폼을 입고 고척돔을 찾은 장모(20)씨는 "고3 수험 생활에 재수까지 겹쳐 2년 동안 야구를 못 보러왔다가 오늘 경기를 관전하러온 김에 오세훈 후보를 기다리는 중"이라며 "박영선 후보였다면 기다리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벤 헤켄'을 마킹한 옛 넥센 유니폼을 입고 나타난 최모(25)씨는 "어제(2일) 이미 사전투표를 했다"면서도 지지 후보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등번호 53 이학주' 마킹을 한 삼성 유니폼을 입은 이모(20)씨는 "사전투표는 하지 않았다. 당일날 투표하려 한다"며 "서울을 잘 발전시켜줄 후보에게 투표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