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재보선] 사퇴요구·유세난입에도…오세훈 '민심 속으로'
입력 2021.04.03 01:00
수정 2021.04.03 11:59
민주당, 국회에서 "오세훈 사퇴하라" 외치고
군소정당 후보, 유세 현장 난입해 "사죄" 소란
민심과는 유리된 흐름…거대한 "오세훈" 인파
"저 사람들 저래도 소용 없다…이미 2번 찍어"
사전투표기간 시작에 맞춰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를 향한 공세가 절정을 향해 치닫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후보 측은 중대결심을 거론하며 후보 사퇴를 요구했다. 군소정당 후보도 오 후보의 유세 현장에 난입해 사퇴 요구를 했다. 오 후보는 일관된 '민심 행보'를 통해 네거티브 공세를 극복한다는 방침이다.
오세훈 후보는 2일 오후 양천구 목동 깨비시장을 방문해 집중유세를 벌였다. 시장통에는 '오세훈 후보 방문을 환영합니다'는 펼침막이 내걸렸다. 소상공인연합회장 출신 국민의힘 최승재 의원은 "후보 누구가 온다고 환영 플래카드가 나붙은 것은 여기 이 시장에서 처음 있는 일"이라며 민심의 따뜻한 반응에 놀라워했다.
일정이 밀리면서 예정보다 다소 늦게 오 후보가 시장입구에 도착하자 인근에서 기다리던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나와 맞이했다. 오 후보는 고마운 표정을 감추지 못하며 자신을 기다려준 안 대표를 얼싸안았다. 시장입구에서 두 사람의 얼싸안는 모습에 시민들은 일제히 "오세훈" "안철수"를 교차 연호했다.
오세훈 후보와 안철수 대표는 시민들이 시장 외곽에서 손을 흔들며 연호하는 가운데, 인파와 함께 물결 치듯 시장 안쪽으로 향했다.
약국 앞에 있던 한 청년은 오세훈 후보에게 선거공보물과 사인펜을 건네며 사인을 요청했다. 오 후보는 자신의 공보물까지 준비해온 모습에 놀라며 흔쾌히 사인에 응했다. 이 때문에 오 후보가 잠시 멈추자 시민들은 앞다퉈 달려들며 기념촬영을 요청했다. "한 시간을 기다렸다"며 파고드는 시민, "꼭 당선되시라"고 덕담하는 시민들로 깨비시장이 북적였다.
개를 끌고 장을 보러나온 여성 어르신은 "같이 (사진에) 나올래"라며 자신의 개를 안아올리려 했다. 성견(成犬)을 몇 차례나 거듭해서 안아올리려 하는 모습에 곁에 있던 오세훈 후보조차 "아이구, 허리 다치세요"라며 만류했지만, 끝내 어르신은 개를 안아올린 채 오세훈 후보, 안철수 대표와 넷(?)이 함께 기념촬영을 하는 뜻을 이루고야 말았다. 정작 개는 구름처럼 몰려든 인파의 이목이 부담스러웠던 듯 고개를 돌리고 말았다.
이날 유세에 앞서 작은 해프닝도 있었다. 군소정당인 미래당 오태양 후보가 자신의 선거운동원들과 함께 민노총의 논평인 '용산 참사 막말, 욕도 아깝다'고 적힌 피켓을 들고 오세훈 후보의 시장 인사 현장에 난입한 것이다. 마이크에 스피커까지 갖춰들고 "사죄하라"고 외쳐대는 통에 현장에서는 잠시 소란이 일었다. 시민들과 인사를 나누던 오세훈 후보와 안철수 대표는 급히 오태양 후보를 피해 유세차로 향했다.
앞서 이날 민주당도 국회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어 오세훈 후보 사퇴를 요구했다. 이에 이어 군소정당 후보가 오 후보의 유세 현장에 난입해 사죄하라고 외치는 등 오 후보를 향한 공세가 거칠어지는 모양새다.
이같은 후보 사퇴 요구는 현장의 민심과는 유리된 흐름이라는 분석이다. 이날 오세훈 후보 도착 이전에 오 후보를 보려는 시민들이 시장입구에 운집해있자, 친여(親與) 성향으로 보이는 한 사람이 이명박·박근혜정부를 비난하며 "다들 기억력 환자들이냐"고 고성을 질렀다.
이에 현장에 있던 한 어르신은 "저 사람들 저래도 소용 없다. 우리는 오늘 이미 (기호) 2번 찍고 왔다"며 "때가 어느 때인데 저런 말을 해"라고 혀를 찼다.
2일 유세 깨비시장엔 '방문 환영' 펼침막 걸려
최승재 "후보 환영 플래카드는 처음 있는 일"
전통시장 상인 대표자들 모여 '건의문' 전달
오세훈 '화합의 정치''통합의 정치' 가속페달
유세차에 올라 행해진 오세훈 후보의 연설도 따뜻한 반응을 얻었다. 이날 오 후보는 시장입구와 시장 인사 도중 정치적 반대 세력에 의해 소란이 있었던 점을 의식한 듯, 한층 더 '화합의 정치' '통합의 정치'에 방점을 찍었다.
오세훈 후보는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선거에서 나를 지지하지 않은 사람도 모두 품어가겠다'고 했다"며 "그 약속, 임기 1년밖에 남지 않았는데 지켜질 조짐이 보이느냐"고 포문을 열었다.
이어 "여러분이 가장 고통받는 임대차3법 통과되기 전에 우리 당은 '이 법이 통과되면 전월세 폭등으로 전월세 사는 분들이 엄청나게 힘들어지니까 제발 의논 좀 하자'고 여당에 매달렸는데, 여당은 어떻게 했느냐"며 "180석의 힘으로 민주당 단독으로 통과시켰다. 그 결과, 여러분들께서 너무너무 고통스러워지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정권 4월 7일에 정신 번쩍 나게 해줘야 하지 않겠느냐"며 "4년 동안 분열의 정치, 반토막의 정치, 반화합의 정치, 반미래의 정치를 했던 문재인정부를 심판해서 새로운 미래로 가는 대한민국의 초석을 반드시 만들어달라"고 호소했다.
오세훈 후보의 연설에 깨비시장 서울이다치과의원앞 사거리에 운집한 청중들은 일제히 박수와 함성, "오세훈" 연호를 보내며 호응했다.
사거리에 위치한 요식업소 주인은 "세금 착실히 내던 수많은 자영업자들이 코로나를 넘지 못하고 폐업하고, 나도 돌아오는 빚을 갚을 길이 없어 임대료가 더 싼 곳으로 옮겨야 하나 고민하는 상황"이라며 "내 주변에 폐업한 자영업자들이 수없이 많은데 정부가 이 사람들을 도와줄 생각은 하지 않고, 세금은 내지도 않는 노점상들에게까지 돈을 뿌린다니 너무 화가 난다"고 울분을 토로했다.
아울러 "오늘 (사거리에) 사람들이 모인 것을 보고 놀랐다. 지난해 (총선)에는 이렇지 않았다"며 "나 뿐만 아니라 다들 화가 많이 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유례없는 '방문 환영' 펼침막까지 내걸린 깨비시장에는 전통시장 소상공인을 대표하는 여러 인사들이 모여, 유세 직후의 오세훈 후보에게 정책건의문을 전달했다.
이 자리에는 편정수 서울특별시상인연합회장과 신금보 목동깨비시장상인회장 외에 인근의 임성택 화곡본동시장상인회장, 편근배 목사랑시장상인회장, 신성희 영등포지하상가상인회장, 이재열 남성사계시장상인회장, 그리고 다소 멀리 떨어진 신인철 창동신창시장상인회장 등이 모였다. 최승재 의원은 "박원순 전 시장 시절에 탄압을 많이 당한 분도 있다"고 귀띔했다.
이들을 대표해 정책건의문을 전달한 편정수 연합회장은 "전통시장 상인들이 편안하고 안전하게 장사를 잘할 수 있도록 해달라"며 "그렇게 해줄 수 있는 후보를 지지하겠다"고 밝혔다. 오세훈 후보는 "우리 서민들의 생활공간인 전통시장의 잃어버린 온기를 되살려야 한다"며 "상인 여러분들께 큰힘을 보탤 수 있도록 하겠다"고 화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