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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욱의 저격] 보수는 부패로 망하고 진보는 분열로 망한다더니

최현욱 기자 (hnk0720@naver.com)
입력 2021.04.01 07:00 수정 2021.04.01 05:09

보수가 분열의 터널 빠져나오는 가운데

부패한 진보의 민낯이 고스란히 드러나

文정부가 얼마나 국민에게 실망 줬으면

오래도록 이어진 정치권 격언마저 깨져


문재인 대통령 (자료사진) ⓒ청와대

정치권에서 오래도록 쓰이는 격언 중 하나로 '보수는 부패로 망하고 진보는 분열로 망한다'는 말이 있다.


이 말은 프랑스 대혁명 이후 널리 쓰인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대한민국 정치사에서도 통용되어 온 바 있다. 진보 진영이 오랫동안 각자 노선을 고수하며 단일화를 이루지 못하는 와중 반복된 부패 사건들 속에서도 보수가 오랫동안 집권한 현상을 설명하는 문장으로 쓰였다.


하지만 최근의 대한민국 정치 지형을 살펴보면 이 말이 뒤집혀 적용되는 모습이다. 영남 보수와 수도권 보수, 태극기 세력과 중도 보수, 산업화 세대와 MZ세대(밀레니얼+Z세대)가 갈라지며 오랜 암흑기를 보냈던 보수가 겨우 분열의 터널을 빠져나오는 가운데 부패한 진보의 민낯이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공정하고 정의로운 나라'를 만들겠다며 집권한 문재인 정부는 4년 내내 이를 부르짖었지만 부패는 끊임없이 계속됐다.


겉으로는 '전·월세 상한제' 등의 입법을 강행하며 다주택자를 적폐로 내몰았던 문재인 정부다. 그런데 정작 정책 설계에 깊숙하게 관여했을 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 본인과 국회 대표발의자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입법 직전 자신의 세입자에게 전세보증금을 대폭 높여 받은 기이한 행태가 이 정부의 부패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라 할 수 있다.


사실 집권세력의 '부패'는 모든 정부에 있었다. 역대 대통령 중 자녀와 측근들이 감옥에 안 간 사례를 찾기가 어려울 지경이다.


다만 민주화운동의 훈장을 가슴팍에 붙였다 자부하는 문재인 정부는 '자신들은 부패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굳게 믿는 것 같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적폐를 청산했다며 칭송해 마지않던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칼날이 자신들을 향하자 곧바로 태세전환해 '정치검찰'로 치부한 것이 단적인 예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 자녀 논란 때는 언론이 적폐가 됐고, 부동산 정책에는 하루가 다르게 치솟는 집값에 서둘러 '영끌' 내 집 마련을 한 서울 시민들이 '투기꾼'으로 치부됐다. 이 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억지로 밀어붙였다는 사실을 밝혀낸 최재형 감사원장에게도 이른바 친문의 '좌표'가 찍혔다.


과연 180석이라는 압도적인 의석수를 들고 국회 내 모든 상임위원장 자리까지 싹쓸이한 여당이 '부패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것일까.


반면 현 정부의 태도에 오래도록 분열해온 보수는 2022년 대선의 전초전이라 평가 받는 4·7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야권 단일화에 성공하며 점점 뭉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탄핵 사태 이후 보수 진영이 오랫동안 그 책임을 서로에게 떠넘기며 분열해 패배를 자초해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고무적인 일이다.


거대한 부패의 등장이 이들을 영남에서 수도권까지, 중도에서 보수까지 한 데 묶어놓는 끈이 된 셈이다. 현 정부가 얼마나 국민에게 실망을 줬으면 오래도록 이어져온 전통적인 정치권의 격언마저 깨졌을까 반문하게 된다.


이제 한국에서는 정치 격언을 다시 써야하지 않을까. '보수는 분열하면 망하고, 진보는 부패로 망한다'

최현욱 기자 (iiiai072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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