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현욱의 저격] 금태섭 떠나 보낸 민주당, 이렇게 기울어가나
입력 2020.10.22 07:00
수정 2020.10.22 08:24
'소신 발언' 금태섭, "민주당 방향에 동의 못해" 탈당
문빠들 악플 세례…"앓던 이 빠져", "다신 보지 말자"
민주당 저변 극단 논리에 정상적인 정당 기능 상실해
달도 차면 기우는 법…민주당 몰락의 시발점 될 수도
'소신 발언'을 한다는 이유로 문빠들의 악플 세례를 견디며 더불어민주당에 계속 남아있기엔 힘에 부쳤던 것일까. 금태섭 전 의원은 21일 "더 이상 민주당이 나아가는 방향에 동의할 수 없다"며 당을 떠났다.
절간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 한다는 옛말이 있다. 금 전 의원의 탈당은 민주당의 극단주의와 이중성이 어디까지 왔는지 현실을 보여준다. 그런데 민주당이라는 절간은 떠나는 중에게 마지막까지 참으로 가혹하고 냉담했다.
금 전 의원은 작별의 글과 함께 "민주당이 상식과 이성이 살아 숨 쉬는 예전의 좋은 정당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런 그에게 문빠들은 "앓던 이가 빠진 듯 속이 다 시원하다", "다시는 같이 하지 말자", "구구절절 말이 많다" 등의 비난으로 응수했다.
금 전 의원의 까마득한 후배인 김남국 민주당 의원의 '가벼운 입'은 또 어떤가. 지난 4월 당선 직후 "금 전 의원과 같이 소신 있는 목소리를 내는 국회의원이 되겠다"던 김남국 의원은 불과 6개월 만에 자신과 뜻이 다르다는 이유로 금 전 의원을 '철새 정치인'으로 규정하며 "초등학생 수준의 이기적인 모습", "오만하다"고 비판을 쏟아냈다.
'금조박해(금태섭·조응천·박용진·김해영)'라 지칭되는, 민주당에서 그나마 소신 발언을 해온 4인의 의원 중 한 명인 박용진 의원조차 금 전 의원의 결정을 "이해는 되지만 동의는 못하겠다"고 한다. 두 사례만 보아도 금 전 의원 같은 소신파의 설 자리는 이제 민주당에 없는 것이다.
이런 현상의 기저에는 민주당 저변에 깔린 '내 편이 아니면 적'이라는 극단적인 운동권식 논리가 깔려있다. '친노패권주의'로 요약되는 현상의 재현이라 할 만하다. 이 같은 논리가 당의 확연한 주류로 자리 잡고 있는 현재의 모습을 바라보며 민주당은 더 이상 민주주의 사회에서 정상적인 정당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해가고 있다는 판단이 든다.
그리 멀지 않은 과거인 2016년만 해도 민주당은 '박근혜 정부'를 탄생시키는데 일조했던 김종인 전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을 받아들이고, 박근혜 정부 청와대의 공직기강비서관을 지냈던 조응천 의원을 영입하며 기존 정당들과 차별화된 확장성을 보였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출범 후 3년이 지난 지금의 민주당에 그와 같은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가 없다. '원조 친노'로 불렸던 조경태 의원조차 설 자리가 없었던 민주당의 모습이 반복될 조짐을 보이고 있으니, 민주당의 회귀를 바랐던 금 전 의원의 마지막 외침도 어쩌면 '공허한 울림'에 불과할지 모른다는 예감이 든다.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 했다. 열흘 붉은 꽃은 없다는 뜻으로 한 번 성한 것은 얼마 못 가서 반드시 쇠하여진다는 말이다. 달도 차면 기우는 법이라고 하지 않나, 지금 민주당의 모습이 딱 그렇다.
과연 금태섭 전 의원의 이탈은 민주당 스스로 규정한대로 처음부터 '철새'였던 정치인의 또 한 번의 이탈일까, 아니면 민주당 몰락의 시발점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