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문재인 섬(도, 島) 주민 40대, 그들은 누구인가?

데스크 (desk@dailian.co.kr)
입력 2021.03.29 04:00
수정 2021.03.27 08:59

전쟁 모르는 베이비부머들처럼 가난과 독재 안 겪어 불만 없는 세대

미국의 히피 같은진보적 성향…호남 지역과 함께 정치적 섬 형성

2020년 7월 25일 오후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 앞에서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규탄하며 열린 조세 저항 촛불집회에서 참석자들이 촛불을 들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한국의 40대들은 문재인 섬(島)을 이루는, 독특한 정치 성향을 보인다.


다른 연령층에서는 문재인 정부의 실정(失政)과 함께 큰 폭으로 진보좌파 -> 보수우파로의 지지 철회 또는 지지 회귀 현상이 나타나고 있으나 40대는 매우 더디다. 문 정권 말기인 최근에 들어와서야 50대는 많이, 40대는 조금 변하기 시작했을 뿐이다.


그들은 청년층+노년층과 정치적으로 양극화를 이루며 호남 거주 및 출신들과 마찬가지로 정치적 섬을 외롭게 형성하고 있다. 그들은 누구이고, 왜 문재인 도(島) 주민이고자 하는 것일까?


지난주 오마이뉴스 의뢰 리얼미터 조사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야권 단일 후보 오세훈과 민주당 후보 박영선의 지지율이 평균 55.0%대 36.5%임을 보였다. 40대를 제외한 모든 연령층에서 오세훈을 압도적으로 선호했다. 40대들은 박영선 57.9%, 오세훈 34.7%로 20% 포인트 이상 더 반대로 가상의 표를 던졌다. (자세한 내용은리얼미터나 중앙선관위 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40대는 사회의 중심 세대다. 가정에서는 초중고 학생들을 부양하는 가장이요 직장에서는 팀장, 과장, 부장급 간부들로서 나라를 이끌어 가고 있는 핵심 연령층이다.


이 중추 계층이 친 진보좌파, 친 문재인 정부 성향을 압도적으로 견지함으로써 지난 몇 년간 대한민국에 미친 영향은 실로 지대하다. 이들 바로 윗세대인 50대도 성향은 크게 다르지 않다. 리얼미터 조사에서 50대는 오세훈 47.1%, 박영선 45.2%로 거의 비슷했는데, 최근 정치 지형이 급변하기 전에는 여당 지지가 훨씬 많았다.


대통령 문재인과 집권 세력은 이들을 믿고 의지해서 요즘의 지지율 폭락 원인이 된 실정(失政)들을 이끌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들의 전매특허인 편 가르기에 의해 든든한 우군이 되어 온 40대들은 제2의 베이비부머로 분류될 수 있을 것이다.


베이비부머(Baby Boomer, 미국에서 2차 대전이 끝난 1946년 이후 1965년 사이에 출생한 사람들)는 미국 인구의 약 30%를 차지하는 미국 사회의 신주도 계층이었다. 지금은 55~75세에 이르러 코로나 고위험군이 된, 물러가는 세대이긴 해도 얼마 전까지는 미국을 이끌며 정치, 사회, 경제, 문화 정책들을 세우는 데 중요한 기준으로 삼은 사람들이었다. 이들이 전쟁을 겪지 않았듯이 한국의 40대도 이전 세대가 혹독하게 치른 가난과 독재의 세월을 모르는, 애 아닌 어른들이다.


베이비부머는 또히피(Hippie, 1960년대부터 미국을 중심으로 일어난 반체제 자연찬미파의 사람들)들의 일부가 되기도 했다. 이들은 기성의 사회통념, 제도, 가치관을 부정하고 인간성의 회복, 자연에의 귀의(歸依) 등을 강조하며 반사회적인 행동을 하면서 평화주의를 주창한 사람들이다.


이것은 한국의 40대가 보이는 진보적 가치 선호와도 맥락이 비슷해 그들이 왜 압도적으로 친 진보 좌파적이고, 친문재인 정부적으로 오랫동안 남아 있게 됐는지를 설명해 준다.


필자는 어제오늘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40대 본인들과 그들 주변 사람들의 생각을 들어 보았다.


#여성1 - 40대 초중반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꿀 빤 세대들이다. 보릿고개도 유신 독재도 겪지 않고 급속 성장에 따른 경제적 풍요를 누렸다. 결혼, 출산, 내 집 마련이 어려운 지금의 20대처럼 계층 사다리가 끊어지기 전에 행운의 젊은 시절을 보낸 사람들이다.


모든 게 쉽게 이루어진 세대라 그런지 어르신들이 얼마나 힘들게 대한민국의 바탕을 이뤘는지도 모르고 20대들이 얼마나 막막해하는지 모르는 것 같다. 현 정부에 대해서는 ‘뭐가 문제인데?’라는 태도를 보인다. 촛불혁명의 주역으로서 건전한 깨시민이라는 자아도취적인 면도 있다. 이런 모습은 40대 엄마들에게서 특히 강하다.


#남성1 - 40대들은 학교에서 586 운동권 출신 교사들로부터 많이 배웠다. 세뇌를 부정할 수 없다. 1997년 IMF 사태 극복, 2002년 월드컵으로 자신감을 가졌고, 보수 정권 아래에서는 공감과 분노의 위력에 취했다. 40대는 IQ보다 EQ가 더 중요하다고 들었던 세대다. 보수 정권을 놀리는 밈 현상(쥐, 닭 등)으로 진보는 좋고 보수는 나쁘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깊이 자리를 잡게 됐다.


#남성2 - 부모 세대와 달리 우리는 잘사는 나라에서 산다는 자부심이 가득했다. 그러나 드라마나 학교 등에서 보고 듣는 내용이 그전까지 알고 있는 내용과 달라 배신감이 들면서 보수에 대한 분노, 증오가 생긴 것 같다. 지금 40대들의 반 보수당 정서는 이 증오가 가장 큰 원인이다.


#남성3 - 40대도 초중반과 후반은 아주 다르다. 40대 후반은 민주화 투쟁의 마지막 세대이자 IMF 불황을 최일선에서 경험한 사람들이다. 취업이 힘들어 아르바이트를 전전했고, 지금은 임원을 바라보거나 퇴직 후를 고민하는 인생의 기로에 서 있다. 모두가 진보 편이고 현 정부 편은 아니다. 안정된 기득권층은 더 보수화하고 있다.


#남성4 - 40대 초중반은 취업난을 모르는 세대다. 지금의 20대들과 정치 성향이 완전히 다른 이유이기도 하다. 취업난을 겪진 않았어도 돈을 엄청나게 벌거나 재산이 많은 것도 아니지만, 한국에서 세금 부담이 가장 적은 수입 구간에 속해 있다. 아이들 사교육 부담도 적어졌다. 숫자가 줄어 대학입시가 쉬워졌고, 아이들도 적게 낳았다. 다른 세대들에 비해 정부에 대한 불만이 적은 이유이다.


위 남녀 5명의 얘기를 들어보니 60대인 필자 세대의 정치적 인생유전(人生流轉)과 비슷한 경험을 한 모습이 비친다. 반공과 근면(친정부) -> 유신 독재 반대(반정부) -> 자유 민주 옹호(반진보좌파) 과정 말이다.


지금의 40대는 부동산, 세제, 자식들 취업과 결혼 문제 등으로 인해 앞으로 보수화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작금의 여론조사에서 벌써 그런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한국갤럽 조사 결과 문재인의 직무 수행 긍정 평가는 34%, 부정 평가는 59%로 집계됐다. 연령별로 40대의 긍정 평가가 가장 높았는데, 긍정 49%-부정 48%였다. 거의 반반이다. 40대도 절반은 반 문재인으로 돌아선 것이다. (자세한 내용은 한국갤럽이나 중앙선관위 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문재인 도의 40대 인구수가 이번 보선을 기점으로 어떤 변화를 보일지 관심 깊게 지켜보기로 하자.


글/정기수 자유기고가(ksjung7245@naver.com)

'정기수 칼럼'을 네이버에서 지금 바로 구독해보세요!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로그인 후 댓글을 작성하실 수 있습니다.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