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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는 바야흐로 ‘샤이 진보’…세상은 돌고 돈다

데스크 (desk@dailian.co.kr)
입력 2021.03.23 08:30
수정 2021.03.23 07:41

문재인 실망, 실정이 보수는 당당, 진보가 샤이하게 만들어

‘퇴물’ 원로 이해찬 재등장, 기죽은 진보 살리려는 안간힘

지난 2019년 10월 12일 오후 서울 서초동 대검찰정 앞 서초역 사거리에 에서 '제9차 사법적폐 청산을 위한 검찰 개혁 촛불 문화제'가 진행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문재인 정부에서 진보좌파 목소리는 언제나 클 줄만 알았다.


그들에게서 노무현 정부의 실(失) 민심 사태도 절대로 일어나지 않을 줄 알았다. 그러나 그들도 예외가 아니었고, 어쩌면 더 나쁘게 추락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한 목소리로 그렇게 말하고 있고, 여러 여론조사 결과들이 직·간접적으로 그것을 증명하고 있다. 세상은 돌고 돈다.


‘샤이 진보’의 시대가 어느 사이 우리 곁에 도래했다. 당당한 진보좌파들이 문재인 정부의 실정으로 눈치 보는 진영 사람들이 됐다. 박근혜가 청와대에서 쫓겨나고 감옥에 들어갔을 때, 아무도 상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그때 침묵했던 사람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그때 박근혜를 비판했던 사람들이 이제 문재인을 비판하고 있다.


60대 초반인 필자 주변 사람들 중에는 출신 지역(호남)이나 직업(전문직), 학력(대졸 이상) 등의 배경으로 인해 진보좌파들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이들 가운데 30~40%가 작년과 올해 사이 반(反) 문재인, 반 586 운동권 출신 정치인들로 전향(?)했다. 적극적으로 전향 사실을 밝힌 이들만의 비율이 그렇다.


나머지는 마음이 변했거나 변하고 있음을 드러내지 않는 사람들과 여전히 그 진영에는 머물러 있지만, 수세 모드로 변한 이들로 나눌 수 있다. 후자들은 정치 얘기가 나오면 침묵한다. 이들은 지난해 코로나 사태 초기 때만 해도 ‘국뽕’ 찬가를 불렀다.


조국 사태를 거치면서 1차로 기세가 꺾였는데, 추미애의 망나니짓이 결정적으로 이들의 목소리를 잠재웠다. 추미애는 친문 패거리들이 추앙해 마지않는 여자지만, 대통령 문재인과 진보좌파 정권에 치명상을 가한, 보수우파에게는 일등 공신이요 그들에게는 자멸을 부른 역적이다.


부동산 실정은 기득권층(?)인 필자의 지인들에게는 큰 영향을 주지 못했다. 그러나 젊은 사람들에게는 절실하다. 조국, 추미애에 이은 부동산이어서 더 결정타가 되고 있다. 백성들의 주거 문제가 불안하면 진보 할아버지도 민심을 얻기 힘들다. 문재인은 김현미와 변창흠(더 나아가서는 청와대 정책실장 김수현)을 고집하다가 패가망신했다는 평가를 퇴임 후 받게 될지도 모른다.


필자가 관여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젊은 여성들에게 최근 반 문재인 정서에 대해 의견을 물어 보았다. 일종의 서면 인터뷰다. 놀라운 것은 그들의 생각이 부모 세대와 별로 다르지 않다는 사실이었다.


#여성1 - 구태를 벗고 뭔가 새로운 면모를 보일 것으로 기대했으나 이전보다 더 부패한 모습에 실망했다. 부동산값 폭등하고 공급 확대 발표로 희망 고문만 하다 LH 사태가 터졌다. 결혼도 기본적인 삶도 유지하기 힘들고 일자리도 없어진 데다 최저임금 상승으로 알바조차 구하기 힘들어졌다.


#여성2 - 새로운 시대를 기대하고 표를 줬으나 요즘 잇달아 일어나는 불공정 이슈들과 코로나 백신 조기 확보 실패 등으로 분노하는 마음이 크다. 공정이라는 가치가 크게 훼손되고 있는 것에 대한 배신감도 많다.


#여성3 - 80년대 운동권 사람들이 사회 부조리 타파와 독재에 반대했으나 그들 자신이 정권을 잡고 나서는 기득권층이 돼 얼굴을 180도 바꿨다. ‘사람이 먼저다’라고 했지만, 실제로는 ‘내 사람이 먼저다’라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사실 문재인이 누군지도 모르고 많이 투표했으나 성범죄, 코로나 방역 규칙 위반, LH 사태 등 그의 이미지와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일이 너무 많이 일어났다.


박근혜 정부 후반과 문재인 정부 초반에는 박근혜를(이명박도) 욕해야 정상인 사람으로 취급됐다. 그런 자리에서 박근혜를 옹호했다가는 친구들 다 잃었다. 지금은 문재인을 두고 ‘우주 최강 미남’이니 ‘문재인 보유국’이니 한다면 ‘구제 불능 정신이상자’라는 말을 듣게 될 것이다.


민심이 이렇게 가볍게 변하고 유행이 무섭다. 그러나 그 민심과 유행은 사실에 바탕한 것이다. 언론에 나고 있는 정권에 불리한 보도들을 사실로 믿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바야흐로 ‘샤이 진보’ 시대다.


지난 한 주 동안 친여 방송들에 나와 집권당 후보 선전과 상대 진영 후보들 깎아내리기에 열심이었던 반(半) 은퇴 ‘퇴물’ 원로, 전 민주당 대표 이해찬의 입심 측면 지원은 ‘샤이 진보’들에게 사기를 높여 주려는 안간힘으로 해석된다. 기죽어 있지 말고 힘내라는 것이다.


그는 LH(한국토지주택공사) 직원들의 개발 정보 이용 투기 사태에 대해 “윗물은 맑은데, 아랫사람들 일은 어쩔 수 없다”고 하면서 “LH 사태에 위축될 필요 없다”고 진보좌파, 좁게는 대깨문들의 이번 보선에서의 총궐기를 주문했다. 그러면서 그는 서울 보선 판세에 대해 “처음에 어려울 줄 알았는데, 요새 돌아가는 걸 보니 민주당이 거의 이긴 것 같다”고 주장했다.


야당 후보의 의혹을 물고 늘어지면 이길 수도 있다는, 내일모레 69세인 이해찬 식 계산법이다. 그는 1995년 초반 여론에서 압도적 1위였던 무소속 후보 박찬종이 역전패한 것은 유신 찬양 관련 거짓말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나 박찬종은 그 거짓말보다는 막판 김대중-김종필에 의한 호남 충청 출신들의 결집과 민주당 후보 조순 개인의 호감도 때문에 결정적으로 무릎을 꿇었다는 게 정설이다.


최근 여론조사들은 공통적인 추세를 보여 주고 있다. 정권교체 심리가 6대 3으로 압도적이고, 그것을 위해 야당 후보가 당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큰 차이로 많다. 10% 안팎이 응답을 거절했는데, 이 사람들 중에는 ‘샤이 진보’가 보수 지지자보다 많을 것이다. 이들은 투표할 의향이 없거나 지지 후보를 밝히길 꺼리고 있다.


이것은 지난해 4.15 총선 때와 매우 대조적이다. 이 선거에선 이전 대선에서 패배한 보수우파들도 많이 투표를 했지만, 진보좌파들은 코로나 선방에 고무되기도 해서 더 많이 투표에 참여, 민주당에 대승을 안겨 줬다.


따라서 이번 서울 부산 두 도시 보선에 임하는 현재 여론 추세가 2주일 남은 투표일까지 지속될 경우 이해찬의 희망은 물거품이 될 것이다. 과거 ‘샤이 보수’ 유권자들이 투표장에 (정권교체를 위해) 작심하고 나타날 것이기에 그렇다.


풀죽은 ‘샤이 진보’들이 지레 포기하고 집이나 직장에 있으면 투표함은 열어 보나 마나다.


글/정기수 자유기고가(ksjung724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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