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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히든캐스트㊱] ‘맨오브라만차’ 김연진, 10년의 기다림 속에서 얻은 확신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입력 2021.03.26 16:05 수정 2021.03.26 16:05

"10년차 배우, 갑자기 어깨 무거워지는 느낌"

'맨오브라만차' 5월 16일까지 충무아트센터 대극장

<뮤지컬에서 주연배우의 상황을 드러내거나 사건을 고조시키는 배우들이 있습니다. 코러스 혹은 움직임, 동작으로 극에 생동감을 더하면서 뮤지컬을 돋보이게 하는 앙상블 배우들을 주목합니다. 국내에선 ‘주연이 되지 못한 배우’라는 인식이 있는데, 이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심어주고자 합니다.>


ⓒ오디컴퍼니

한 직업에 10년간 이어온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그 과정 속에서 수많은 좌절과 포기의 유혹이 있기 마련이고, 수많은 기다림과 마주해야 한다. 많은 배우들이 자신의 직업을 “누군가에게 선택을 받아야 하는 일”이라고 말한다. 선택을 받기 위해 준비하고 기다리는 시간도 그들에겐 ‘휴식’이 아닌 ‘일’이다.


지난 24일부터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개막한 뮤지컬 ‘맨오브라만차’에 출연 중인 배우 김연진은 지난 2012년 데뷔해 10년간 자신의 쓰임을 증명하면서 무대를 지켜오고 있다. 그 역시 자신의 10년을 ‘기다림’이라는 한 단어로 표현했다. 많은 기다림이 있었고, 그 끝에 무대에 오르면서 그에게 든 건 ‘확신’이었다. 무대에 대한 확신, 그리고 뮤지컬 배우라는 직업에 확신을 가지고 지금까지와는 또 다른 기다림을 준비한다.


-2012년 데뷔한 이후 햇수로 딱 10년차가 됐습니다. 소감이 남다를 것 같네요.


와, 벌써 10년이라니. 굉장히 오래 한 것 같은 느낌인데 데뷔때나 지금이나 변한 건 없는 것 같아서 기분이 이상하네요. 초심을 잃지 않은 건지 아니면 철이 들지 않은 건지(웃음). 아무튼 10년차 배우라니 갑자기 어깨가 무거워지는 것 같네요.


-처음 무대에 올랐을 당시는 어떤 기억으로 남아있나요.


사실 정신이 없었어요. 한 씬이 끝나면 그 다음 씬을 준비하기 바빴죠. 정신없이 무대를 마치고 커튼콜을 할 때 비로소 ‘내가 공연을 해냈구나’라는 감정이 들었던 것 같아요.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매번 작품을 올릴 때마다 첫 공연은 여전히 떨리고, 두렵고, 설레요. 무대에 오르기 전엔 목 상태 점검하고 대사나 동선 생각하면서 손에 땀이 날만큼 떨리는데 막상 무대 위에 오르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재밌게 하고 내려오는 것 같기도 하고요. 하하.


-10년의 뮤지컬 배우 생활을 한마디로 표현할 수 있을까요?


많은 생각이 드는 질문이네요. 10년의 시간이 필름처럼 지나가고, 머릿속에 많은 말들이 지나가는데, 뭐라고 대답을 해야 할지…. 음, 저는 ‘기다림’이라고 생각해요. 많은 오디션들을 보고 붙을 때도 있지만 떨어질 때가 더 많기에 작품의 때를 기다렸다고 생각해요. 많은 기다림들이 지나면 저에게 맞는 작품, 저에게 맞는 캐릭터가 올 거라고 믿어요. 저의 ‘때’가 올 거라고 믿고요.


-추계예대 실용음악 전공이라고요. 어떻게 뮤지컬 무대에 오르게 됐죠?


본가가 경상남도 창원인데 뮤지컬을 한 번도 접해보지 못했어요. 그저 노래하는 게 정말 좋았거든요. 가수들이 음악 방송에 나와서 노래를 부르는 것만 보고 실음과로 진학을 했는데 학교를 왔더니 뮤지컬이라는 게 있는 거예요. 호기심에 수업을 듣게 됐는데 그 이후부터 지금까지 뮤지컬을 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10년이 지났고요(웃음).


-현재 참여하고 있는 ‘맨오브라만차’에는 어떻게 함께 하게 됐나요?


사실 ‘맨오브라만차’ 오디션에서 떨어졌어요. 여관여주인 마리아 역에 지원했었거든요. 그런데 이후에 다시 연락이 와서 참여할 수 있게 됐어요. 지금 여관여주인과 가정부 커버를 맡고 있는데 언니들 롤이라 부담감이 커요.


-극중 올리비아 역을 맡고 있죠. 캐릭터 소개 부탁드립니다.


제가 표현하고 싶은 올리비아는 매순간 열정적이에요. 세르반테스가 연극을 하겠다고 ‘참여하실 분’하고 물을 때부터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싶어 하고요. 극중극을 위한 캐스팅이 진행될 때마다 캐스팅 당하고 싶어서 나서는 캐릭터죠. 연극을 누구보다 재미있게 즐기고, 신기해하는 인물이에요. 감옥 안에서 해맑고 천진난만한 올리비아지만, 한 순간에 지하 감옥에서 끌려 나가 사형을 당해요. 극중극이 진행될 때까지만 해도 이 감옥에 대한 두려움을 실감하지 못하다가 올리비아가 끌려 나가는 순간, 이 곳이 아주 위험하고 무서운 곳이라는 걸 관객들에게 알려주는 인물이기도 합니다.


ⓒ오디컴퍼니

-흔히 앙상블을 ‘작품의 꽃’이라고도 하는데요. 김연진 배우가 생각하는 앙상블은 어떤 존재인가요.


작은 힘들이 모여서 엄청난 힘을 발휘 하는 게 앙상블이라고 생각해요. 없어서는 안 될 존재죠. 절대적으로 필요하고 앙상블들이 작품을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앙상블 배우로서 느끼는 고충도 있나요?


고충은 아니지만, 무대에서 늘 도움이 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대사나 노래가 없더라도 눈빛이나 조그만 행동으로 다른 배우들에게 감정을 끌어올려주는 배우요.


-‘맨오브라만차’의 가장 큰 매력 한 가지를 꼽아 볼까요?


‘맨오브라만차’의 큰 매력은 극중극이죠. 현실은 삭막하고 빛없는 어두컴컴한 감옥이지만 꿈을 꾸라며 노래하고 희망을 바라보게 합니다. 내가 가는 길이 어렵고 힘들지만 그럼에도 나는 묵묵히 앞으로 나의 길을 가련다!라고 노래하는 작품이예요. 울고 웃고 잠시도 가만히 두질 않죠.


-‘맨오브라만차’의 다음 시즌에 또 참여하게 된다면 맡고 싶은 캐릭터가 있나요?


아무래도 처음에 오디션 봤던 여관 여주인 마리아 역을 하고 싶어요. 제일 현실적인 인물인 것 같아요. 어느 날 찾아온 괴짜 손님들과 어울리는 남편을 보면서 쫓아내라고 야무지게 이야기하고, 남편을 다그치는 캐릭터가 너무 재미있어요.


-작품에 참여하는 한 명의 배우로서 느끼는 책임감, 또 가장 보람을 느끼는 지점이 있나요?


‘맨오브라만차’는 진짜 특이한 작품이에요. 마지막 넘버 ‘임파서블드림’을 부를 때는 감정이 벅차오를 때가 많아요. 한 마지로 단정 지을 수 없는 감동이 와요. 그럴 때마다 내가 느끼는 이 감정을 관객 분들에게도 그대로 전해드리고 싶다는 책임감이 생기는 작품이에요.


-그동안 ‘드라큘라’ ‘풍월주’ ‘킹키부츠’ 그리고 지금의 ‘맨오브라만차’ 등 많은 작품을 해왔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 혹은 캐릭터가 있나요?


모든 작품들이 소중하지만 그 중에서도 하나만 뽑자면 ‘시티오브엔젤’이에요. ‘시티오브엔젤’은 노래부터 재즈죠. 스캣으로 합창을 하고 멋지다는 말 밖에 안 나왔던 것 같아요. 당시 저는 1인 5역 멀티 역할을 했었는데, 옷 갈아입고 무대 나가서 신나게 놀고 내려 온 기억밖에 없어요. 캐릭터 연구부터 역할마다 대사들이 있었는데 진짜 제가 하고 싶은 대로 했어요. 정말 행복했던 기억으로 남았어요.


-앞으로 꼭 서고 싶은 무대, 작품, 캐릭터도 있나요?


대학로에서 작품을 하고 싶어요. 관객들과 좀 더 가까이이서 소통하는 느낌을 받고 싶거든요.


-뮤지컬 배우로서 가지고 있는 신념이 있을까요?


뮤지컬은 사실 진입장벽이 높잖아요. 비용이나 시간 등 여러 면에서요. 그래서 관객분들이 공연을 보고 난 이후 시간이 지나서 공연을 떠올렸을 때 행복하셨으면 해요. 그런 마음이 들게끔 열심히 해야한다는 것이 배우로서 저의 신념입니다.


-10년 후의 김연진 배우는 어떤 모습일까요.


10년후라…. 지금도 10년이 된 게 믿기지 않는데 10년이 더 지난 후라니(웃음). 도무지 상상이 안 되네요. 우선은 공연에 대한 책임감이 더 커질 것 같고요. 아무래도 그때는 노련미가 더 생기지 않을까요? 하하.


-코로나19로 공연계가 어려운 시기를 지나왔고, 지금도 여전히 띄어앉기 좌석제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무대에 오르는 배우로서 느끼는 체감이 남다를 것 같아요.


제가 마스크를 끼고 공연을 관람한 적이 있는데 너무 불편하고 힘들더라고요. 그리고 다시 무대에 섰을 땐 관객분들을 보고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불편하고 힘든 상황에서도 자리를 빛내 주시는 거잖아요. 낯선 경험이지만 최소한의 거리유지로 공연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에 감사하기도 하고요.


-배우로서 최종 목표도 말씀해주세요.


제 자리에서 묵묵히 제가 맡은 역할을 해내는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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