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방송 뷰] ‘조선구마사’, 결국 폐지…‘역사왜곡’ 논란, 2회만에 ‘역사 속으로’
입력 2021.03.26 10:15
수정 2021.03.26 10:34
박계옥 작가 '철인왕후' 이어 '조선구마사' 역사 왜곡…신뢰도↓ 위기감↑
SBS 드라마 '조선구마사'가 역사 왜곡 논란으로 2회 만에 폐지되는 방송가 최초의 기록을 썼다.
SBS는 26일 "이번 사태의 심각성을 깊이 인식하여 '조선구마사' 방영권 구매 계약을 해지하고 방송을 취소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조선구마사'는 드라마 방영권료 대부분을 이미 선지급한 상황이고, 제작사는 80% 촬영을 마친 상황이다. SBS는 "이로 인한 방송사와 제작사의 경제적 손실과 편성 공백 등이 우려 되지만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며 방송 취소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로써 '조선구마사'는 한국 드라마 최초 2회 만에 사라지는 비참한 끝을 맺게 됐다. '조선구마사'는 22일 첫 방송에서 중국식 소품과 의복 사용, 태종과 충녕대군 등 실존인물을 부정적으로 묘사해 동북공정과 역사 왜곡 논란에 부딪쳤다.
비난이 거세지자 삼성전자, LG 생활건강, KT, 쌍방울,호관원 프리미엄, 탐나종합어시장, 금성침대, 아이엘사이언스, 반올림식품, 코지마, 에이스침대, 뉴온, 광동 비타500 등 '조선구마사'에 제작지원을 약속한 기업들이 계약을 취소했다. 지자체도 등을 돌렸다. 나주시와 문경시는 장소 협찬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조선왕실 후손인 전주이씨종친회도 방영 중지 가처분 신청을 내겠다고 전했다.
'조선구마사'는 특별한 의도 없이 상상력을 가미한 이야기라며 해명했지만 비난은 줄어들지 않았다. 제작진은 결국 방송분을 전면 수정하고 일주일 동안 재정비하겠다고 거듭 사과했다. 이에 '조선구마사'는 드라마 최초로 광고 없는 드라마가 되느냐, 2회 만에 폐지 되느냐의 갈림길에 섰다. 하지만 폐지 될 것이란 전망에 더욱 힘이 쏠렸다. 이미 촬영된 방송분을 갈아엎어 다시 재촬영을 하면서 소요될 시간과 인력, 자본 확보가 무리라는 이유에서였다.
'조선구마사'가 역사 왜곡을 일으켰던 다른 드라마와 달리 사태를 진압하지 못하는 데는 박계옥 작가의 전적이 컸다. 박 작가는 지난 2월 종영한 tvN '철인왕후'에서 조선왕조실록은 '한낱 지라시'라고 표현하고, 종묘재례약을 술자리 게임으로 전락시켰다. 또 풍향 조씨, 안동 김씨 등을 희화화해 종친회로부터 반발을 샀다. '철인왕후'가 종영한 지 두 달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신작에서 또 다시 역사 왜곡을 되풀이하자 시청자들의 신뢰를 회복하기 힘들었다.
시청자들은 역사 왜곡 논란에 적극적으로 대항하며 제작지원 기업 리스트 공유, 지자체 항의로 폐지란 결과를 얻어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전작 '철인왕후' 주연이었던 신혜선이 모델로 활동하는 마스크 생산 중단까지 연결시켰다. 이번 '조선구마사' 폐지와 '철인왕후'의 후폭풍은 우리 문화와 역사를 가볍게 여기고 왜곡한 창작자들의 비참한 최후로, 드라마 업계에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