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영권 사라진 수비진, 그리운 김민재
입력 2021.03.26 00:01
수정 2021.03.26 08:21
주장 김영권, 아쉬운 수비력으로 대패 빌미
중앙수비수 김민재 공백 채우지 못해
한국 축구가 10년 만에 일본서 또 한 번 참사를 피하지 못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25일 오후 7시 20분 일본 요코하마의 닛산 스타디움에서 열린 일본 축구대표팀과 친선 A매치서 0-3으로 패했다.
10년 전 삿포로 원정서 세 골차로 패했던 대표팀은 또 한 번 굴욕을 맛봤다. 특히 김민재(베이징 궈안)가 합류하지 못한 수비진은 전반에만 2골을 내주는 등 처참한 수준으로 무너졌다.
이날 벤투 감독은 김영권(감바 오사카)과 박지수(수원FC)로 중앙수비진을 구성하고 좌우 풀백에 홍철과 김태환(이상 울산 현대)을 배치했다.
경기 초반부터 주도권을 내주며 고전하던 한국은 결국 후반 16분 만에 선제골을 내줬다. 수비 진영에서 김영권과 나상호(FC서울)가 서로 공을 미루다 오사코 유야가 공을 따내 전방으로 연결했고, 야마네 미키에게 강력한 오른발 슈팅을 허용하며 실점했다.
실점 이후 한국 수비진은 급격히 흔들렸다. 특히 이날 주장 완장을 달고 나선 김영권은 잦은 패스 미스는 물론 불안한 볼터치로 수차례 위기를 초래했다.
선제골 이후에도 한국을 강하게 압박한 일본은 7분 만에 추가골을 기록했다. 역습 과정에서 가마다 다미치가 김영권을 앞에 두고 쏘아 올린 슈팅이 골문 구석으로 빨려 들어갔다. 적극적인 압박을 펼치지 못하며 자유롭게 슈팅을 허용한 김영권의 판단이 다소 아쉬운 부분이었다.
후반전에도 김영권은 계속해서 불안감을 노출했다.
후반 3분 페널티박스 안에서 공을 기다리다 상대에 빼앗겼다. 미나미노의 슈팅이 빗나갔기에 망정이지 잘못된 판단으로 또 한 번 실점의 빌미를 내줄 뻔했다.
김영권은 후반 35분 공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면서 또 한 번 위기를 초래했다. 곧바로 골키퍼와 1대1로 맞서는 실점 상황이 펼쳐졌다. 김승규 골키퍼의 선방이 아니었다면 한국은 세 번째 골을 허용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려는 현실이 됐다. 후반 38분 코너킥 상황에서 엔도에게 헤더를 허용하며 실점을 내줬다. 엔도가 페널티박스 안에서 자유롭게 헤딩을 하는 순간 한국 선수 누구도 그를 방해하지 못했다.
2018년 러시아월드컵서 육탄 수비를 펼치며 ‘킹영권’이라는 별명을 얻은 김영권의 이날 모습은 실망스러웠다.
2019년 EAFF E-1 챔피언십서 일본을 상대로 철벽 수비를 펼치며 한국을 우승까지 이끈 김민재의 빈자리가 그 어느 때보다 크게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