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수출 20조 넘고·신약은 안방 상륙"…질적 도약 나선 K-바이오 [2025 결산-바이오]
입력 2025.12.29 14:16
수정 2025.12.29 17:00
올해 기술 수출 21조원 기록 역대 최대 규모
트럼프 관세 등 자국 우선주의에 현지 공장 확보
41호 신약에 SK바이오팜 세노바메이트, 경쟁력 강화
제약 바이오 관련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올해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이 기술 수출 약 21조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 성과를 달성했다, 단순 규모를 넘어 여러 약물에 범용적으로 적용이 가능한 플랫폼 기술이 수출을 주도하며 산업 체질 개선이 이뤄졌다는 평가다. 동시에 시밀러, CDMO 기업들은 미국 트럼프 행정부 출범에 따른 보호 무역주의에 대응해 현지 생산 거점을 확보하는 등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나섰다.
기술 수출의 한 해…활용도 높은 ‘플랫폼’ 두각
29일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 따르면 올해 1∼12월 제약·바이오 업계 기술 수출 규모는 약 145억3000만 달러(약 20조8400억원)를 기록했다. 이는 비공계 계약은 제외한 집계로 지난해 기술 수출 대비 약 162% 가량 증가한 규모다. 기술 수출 건수 자체는 지난해와 비슷하지만, 계약 당 규모가 크게 확대되면서 수출액이 크게 증가했다.
특히 플랫폼 수출이 전체 실적을 견인했다. 올해 가장 큰 규모의 기술 수출은 지난 4월 에이비엘바이오가 영국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과 체결한 30억2000만 달러(약 4조3000억원) ‘그랩바디-B’ 플랫폼 이전 계약이다.
그랩바디-B 플랫폼은 뇌혈관장벽(BBB) 셔틀 이중항체 플랫폼으로, 치료제에 운반용 항체를 접목해 약물을 뇌 안으로 더욱 잘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그랩바디 플랫폼을 사용하면 기존 대비 적은 양의 약물로도 효과를 볼 수 있어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에이비엘바이오는 해당 플랫폼으로 지난달 미국 일라이 릴리와도 두 번째로 큰 규모의 기술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전체 계약 규모는 25억6200만 달러(약 3조6700억원)로 지난 26일 선급금 1500만 달러(약 220억원)를 수령했다고 밝혔다.
알테오젠도 지난 3월 아스트라제네카 자회사인 메드이뮨에 인간 히알루로니다제 원천 기술인 ‘ALT-B4’ 플랫폼을 13억5000만 달러(약 1조9300억원)에 기술 수출했다. ALT-B4 플랫폼은 정맥주사(IV) 제형을 피하주사(IV) 제형으로 바꾸는 플랫폼으로, 최근 글로벌 블록버스터 항암제인 ‘키트루다’에 해당 기술이 적용되기도 했다.
그 밖에도 알지노믹스가 지난 5월 일라이 릴리와 14억 달러(약 2조원) 규모의 리보핵산(RNA) 편집 교정 치료제 개발을 위한 글로벌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는 등 성과를 이어갔다.
신약 후보물질 부문에선 에이비온이 지난 6월 13억 달러(약 1조8000억원) 규모의 항체 의약품 ‘ABN501’ 기술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당시 계약 기업은 공개되지 않았다. 오스코텍도 지난 16일 프랑스 사노피와 10억4000만 달러(약 1조5300억원) 규모의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후보물질 ‘ADEL-Y01’을 수출했다고 밝히며 연말 기술 수출 성과를 이어갔다.
美 현지 생산 공장 확보 나선 ‘바이오 거인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인수한 휴먼지놈사이언스 생산 시설 전경 ⓒ삼성바이오로직스
CDMO(위탁개발생산)와 바이오시밀러 분야에서는 ‘미국 현지 거점 확보’가 화두로 떠올랐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관세 부과와 리쇼어링(제조업의 본국 회귀) 정책이 가시화되면서 국내 대형 바이오 기업들이 선제적인 대응책 마련에 나선 것이다.
연 매출 기준 국내 1~2위 바이오 기업인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은 연이어 미국 현지 공장 인수 계획을 밝혔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 22일 미국 메릴랜드주에 위치한 GSK 의약품 생산 공장을 2억8000만 달러(약 4147억원)에 인수한다고 밝혔다. 총 6만ℓ 규모의 원료 의약품 생산 시설로 인수 절차는 내년 1분기 완료될 예정이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의 자국 우선주의 강화 기조에 따른 공급망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한 전략적 교두보로 풀이된다. 현재 삼성바이오로직스 매출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38.8%에 달한다. 존 림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는 “(GSK 미국 공장) 인수는 미국 내 제조 역량을 높이기 위한 회사의 전략적 결정”이라고 말했다.
미국 현지 생산 시설 인수에 따라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내년 1분기 총 84만5000ℓ 생산 능력을 갖추게 됐다. 이는 중국 우시바이오로직스, 일본 후지필름을 압도하는 수치다.
앞선 9월 셀트리온도 미국 뉴저지주에 위치한 일라이 릴리의 바이오 의약품 공장을 약 4600억원에 인수하며 메‘이드 인 USA’ 체제를 공고히 했다. 이후 초기 운영비, 시설 증설에 총 1조4000억원을 투자하겠다는 청사진도 공개했다.
셀트리온이 확보한 미국 공장은 향후 북미 진출의 본격적인 발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회사는 미국 공장 인수를 통해 구조적으로 관세 리스크에서 벗어나고, 생산 거점 다변화로 불확실성을 완화한다는 계획이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도 일라이 릴리 공장 인수 소식을 전할 당시 “관세가 리스크지만 이제는 관세가 거래의 조건이 될 것”이라며 “(이번 인수로) 관세 리스크에서 완전히 이탈했다”고 말했다.
‘41호 신약’ 탄생…글로벌 경쟁력 강화
신약 부문에서는 탄저백신, 지방분해주사제, 뇌전증 치료제가 식약처 허가를 획득했다. 특히 글로벌 시장에 선제적으로 출시해 가파른 성장을 이어가고 있는 SK바이오팜의 ‘엑스코프리(성분명 세노바메이트)’가 국내 41호 신약으로 이름을 올렸다.
세노바메이트는 2019년 FDA 허가를 획득하며 현재 미국 시장에서 분기 매출 1000억원을 돌파한 블록버스터급 신약이다. 올해 세노바메이트의 1~3분기 누적 매출은 4595억원으로 이미 지난해 연간 매출을 뛰어 넘었다. 국내에서는 라이선스 인 계약을 통해 동아에스티가 판매를 담당한다.
이 밖에도 유한양행의 ‘렉라자’, GC녹십자의 ‘알리글로’ 등이 국내외 허가에 이어 글로벌 매출 가시권에 진입하며 국내 신약의 저력을 입증했다.
국내 제약 업계 관계자는 “전반적인 제약·바이오 업계가 올해 큰 이슈 없이 안정적인 흐름을 유지했다”면서도 “내년에는 약가 인하 등으로 인한 제도적 압박이 가중, 업계 상황이 녹록하지 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