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와인 ‘호구’에서 ‘애호가’로 변신해 보실래요?
입력 2021.03.22 14:48
수정 2021.03.22 14:48
‘와인에 몹시 진심입니다만,’
며칠 전 지인이 싸게 좋은 와인을 구했다며 좋아했다. 문제는 ‘싸고 좋은’의 기준이 본인이 아닌 마트 판매원이었다. 와인을 잘 모르는 지인은 어쨌든 ‘와인’이라는 술을 그(?) 가격에 사서 만족스럽다고 했다. 이후, 지인은 “역시 그 가격에 맞는 맛이었어”라고 전해왔다. 와인을 잘 모르는 지인도 뭔가 ‘싼 것이 비지떡’이라는 생각이 들었나보다.
그 와인을 싸게 샀는지, 아니면 제대로 샀는데 지인의 입맛에 안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와인에 대한 지식이 풍부했다면, 좀 더 만족스러운 가격과 맛을 느꼈을 것이다. 임승수 작가의 ‘와인에 몹시 진심입니다만.’이 아쉬운 시점이었다.
‘와인 초심자에서 와인 애호가까지 모두를 설레게 할 와인 에세이’라지만, 저자 역시 맨땅에 헤딩하며 와인을 하나하나 깨우쳤다고 말한다.
할인가라는 말에 사로잡혀 엉뚱한 것을 사고, 와인 먹는 법을 몰라 좋은 와인을 그저 떫고 쓴 맛으로 먹어야 했다. 때로는 상한 와인을 만나기도, 잔뜩 기대에 부풀어 큰 마음 먹고 산 비싼 와인이 입맛에 맞지 않아 좌절도 했다. 하지만 저자는 이러한 시간 덕에 ‘리얼 와인 생활 경험치’를 획득했다고 말한다. 취향에 맞는 포도 품종을 알게 되어 실패 없이 와인을 고를 수 있고, 호구가 되기 쉬운 대한민국 와인 시장에서 꼼꼼한 가격 비교로 더는 속지 않게 되었다고 말한다.
저자는 책에서 와인 정가에 대한 이야기부터, 와인 마개의 세계, 어떤 잔으로 와인을 마셔야 하는지, 어떻게 와인을 직구해야 하는지, 한식에는 어떤 와인이 어울리는지, 와인 등급 등을 말한다. 그리고 이 모든 과정을 이렇게 정리했다.
“이 책은 와인교에 귀의한 한 사내의 좌충우돌 신앙생활을 솔직담백하게 담고 있다. 첫 만남의 신비로운 체험에서 시작해 고진 박해(아내의 등짝 스매싱)와 경제적 어려움(가산탕진)을 이겨내며 자신의 믿음을 견지하는 신실한 성도의 모습을 거짓 없이 유쾌하게 그려낸다” (프롤로그)
그리고 출판사는 이렇게 책을 평했다.
“대한민국 와인 애호가들이여. 언제까지 호구로 살 텐가. 슬기로운 와인 생활을 위해 당신이 알아야 할 와인에 대한 모든 것”
1만 4800원의 책을 읽어본 후 14만 8000원짜리 와인을 제대로 고를 수 있다면, 괜찮은 투자라 본다.
임승수 / 수오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