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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업계 “설탕세 도입돼도 스테디셀러는 못 바꿔”

최승근 기자 (csk3480@dailian.co.kr)
입력 2021.03.22 07:00
수정 2021.03.19 18:24

부담금 내는 것보다 설탕 빼서 맛 변했다는 소비자 반응이 더 부담

국민 건강 증진 앞세워 세금 늘린다는 지적도

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에서 설탕이 판매되고 있다.ⓒ뉴시스

“설탕세 도입에 따른 원가 상승도 부담되긴 하지만 설탕을 줄였다가 맛이 달라졌다는 소비자들의 평가가 더 무섭습니다.”


설탕세 도입 관련 국내 음료기업 관계자의 설명이다.


지난달 26일 더불어민주당 강병원 의원은 가당음료를 제조‧가공‧수입‧유통‧판매하는 회사에 국민건강증진부담금을 부과하는 내용이 담긴 '국민건강증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 했다.


현재는 담배에만 부과하고 있지만 이를 당이 들어있는 음료로 확대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개정안에 따르면 음료 100ℓ당 당 함량이 7~10㎏일 경우 100ℓ당 8000원, 당 함량이 20㎏을 초과할 경우엔 2만8000원이 부과된다. 당 함량이 높으면 높을수록 더 많은 부담금을 내야하는 구조다.


지난 2016년 세계보건기구(WHO)가 비만과 당뇨 위험성을 선포하며 설탕세 도입을 공식 권고한 이후 현재 프랑스, 영국, 미국, 핀란드, 말레이시아, 이탈리아, 노르웨이 등에서 설탕세를 부과하고 있다.


음료업계는 당장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면서도 법안 통과 여부에 관심을 갖고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작년 코로나19 사태로 야외활동이 줄면서 칼로리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아졌다”며 “작년부터 칼로리를 낮추기 위해 당 함량을 낮춘 신제품이 대거 쏟아져 나왔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크게 달라지는 점이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설탕세 도입에 따른 원가 상승 문제도 있지만 가격 요소 보다는 설탕을 줄인 제품이 소비자들에게 외면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더 크다”면서 “그런 리스크를 안고 제품을 바꾸는 회사는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소비자가 코카콜라를 살펴보고 있다.ⓒ뉴시스

현재 시판되고 있는 콜라 250㎖ 한 캔에는 27g의 당이 함유돼 있다. 이를 개정안에 담긴 부담금 기준으로 계산해보면 한 캔당 추가되는 부담금은 27.5원이다.


업계는 편의점 등 소매점을 중심으로 소용량 제품 판매 비중이 높은 점을 감안하면 실질적으로 원가 상승에 따른 가격부담과 소비자 부담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설탕세 도입에 따른 부담금 규모를 줄이기 위해 기존 제품에서 당 함량을 낮출 경우 맛이 변했다는 소비자들의 반응에 대해서는 부담이 크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국내 탄산음료 시장은 칠성사이다, 코카콜라 등 스테디셀러 제품의 비중이 상당히 큰 편이다. 수십년간 해당 제품을 이용하면서 소비자들의 입맛이 이들 제품에 고정돼 있다는 의미기도 하다. 때문에 맛이 변해 매출이 하락하는 것보다 부담금을 내는 게 음료회사 입장에서는 부담이 적은 셈이다.


롯데칠성음료의 경우 지난 2018년 기존 칠성사이다 대비 당 함량을 40% 줄인 로어슈거를 출시했지만 반응이 미미하자 지난달 칠성사이다 제로 출시를 기점으로 사업을 축소하는 분위기다.


앞서 식품의약품안전처 주도로 시작했던 나트륨 저감운동의 경우에도 라면업계가 선제적으로 대응했지만 나트륨을 줄이면서 맛이 없다는 소비자들의 불만이 높아져 곤욕을 치른 바 있다.


이 때문에 업계 일각에서는 이번 설탕세 도입이 정부 과세를 위한 편법의 일환이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국민 건강 증진의 목적과 더불어 합법적인 세금 확보 근거를 만들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음료업계 한 관계자는 “앞서 설탕세를 도입했던 국가들에서도 시간이 지나면서 탄산음료 등 당 함량 제품의 판매율이 도입 이전과 비슷한 수준으로 회복됐다는 결과가 있다”면서 “소비자 인식 개선 작업이 선행되지 않는 한 기업이 부담하는 세금만 늘어날 것”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설탕세 도입으로 설탕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확산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설탕세는 외국에서 ‘비만세’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도 한다”면서 “음료 뿐만 아니라 단맛이 나는 제품이나 설탕 함량이 높은 가공식품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높아질 수 있다”고 전했다.

최승근 기자 (csk34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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