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호소인 3인방 보직 사퇴…박영선, 고민정에 '마음의 빚'
입력 2021.03.19 13:53
수정 2021.03.19 14:16
피해호소인 3인방 보직 사퇴 후유증
朴, 지원 아끼지 않던 고민정에 특히 '미안'
사죄와 3인방 사퇴로 매듭지으려는 캠프
'박원순 무고' 주장하는 지지자들로 곤혹
이른바 '피해호소인' 표현으로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를 했다는 지적을 받아온 남인순·진선미·고민정 의원이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캠프에서 하차했다. 의원들의 독자적인 결단으로 박 후보와의 사전 교감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 후보 캠프는 당혹감 속에서도 차분한 분위기를 유지하려 애쓰는 모습이다.
특히 박 후보는 고 의원에 대해 미안한 감정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고 의원은 당내 경선 때부터 일찌감치 박 후보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고, 직간접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캠프 대변인에 선임된 뒤에는 소송을 불사하고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에 대한 각종 의혹을 제기하는데 앞장서 왔다.
박 후보는 1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말없이 글을 남기고 떠난다 한다"며 "이렇게 해서라도 치유가 된다면 하루빨리 해야 하지 않겠냐고 고민정 대변인이 저한테 되묻는다. 삶이란 것을 다시 생각한다. 아프다"고 적는 등 고 의원에 대해 특별히 미안한 감정을 드러냈다.
이번 기회로 피해자에 대한 사죄의 뜻을 분명히 하자는 기류도 읽힌다. 캠프 관계자는 "의원들 본인 판단에 따라 결단을 내린 것이고 당연히 존중해야 한다"며 "안타까운 일이지만, 사과를 하는 것은 꼭 필요했고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19일 취재진과 만난 박 후보도 "피해자 입장에서는 저희 민주당이나 제가 드린 사과가 충분하지 않겠지만, 저희는 할 수 있는 어떤 사과를 통해서 진심을 전달하고 용서를 받겠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박 후보 캠프 전략실장을 맡고 있는 진성준 의원은 고 의원 등의 보직 사퇴에 대해 "굉장히 아프고 역량의 손실이라 생각한다"면서도 "피해자 회복과 치유에 도움이 된다면 그런 조치도 하겠다고 각 의원들이 나서주셔서 안타까우면서도 한편으로는 감사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박 후보 측의 이 같은 입장에 강성 지지층들이 반발하고 있어 캠프를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이들 다수는 '박원순 전 시장은 성추행 가해자가 아니다'라는 인식이 저변에 깔려있어 선거 기간 내내 논란이 끊이지 않을 공산이 크다.
고 의원의 페이스북에는 "박원순·노회찬 이런 분들의 불행한 전철을 밟지 말고 정면돌파 하라" "민주당도 때로는 뻔뻔할 필요가 있다" "진실은 온데간데없고 2차 가해를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고 있다" 등의 댓글이 이어졌다. 이 가운데는 심지어 "고민정 씨는 그냥 멍청하고 무능하고 그냥 대본 보고 읽으실 때가 그나마 인간다웠다고 본다"는 원색적인 비난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