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선 출마 자체가 정권의 부재된 반성의식 보여주는 것"…원조 페미니스트 오세라비 작가 '일침'
입력 2021.03.19 05:00
수정 2021.03.19 05:04
<페미니즘은 어떻게 괴물이 되었나>의 저자 오세라비
"페미니즘 정치에 이용하는 文정권 민낯 드러나"
"文정권의 열성 지지자들이 가장 반인권적 태도 보여"
"도덕·기강 해이, 부정부패 극에 달했지만 자기들끼리 감싸며 인기몰이에만 급급"
"그 분(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위력은 여전히 강하게 존재한다. 그 분의 위력은 자신들만이 정의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무자비하게 저를 괴롭힐 때 그들의 이념을 보호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됐다"
지난 17일 박원순 성폭력 피해자 A씨는 언론에 어렵게 모습을 드러내 자신을 겨냥한 2차 가해를 멈춰달라고 호소했다. 그리고 북받치는 슬픔을 억누르며 박원순 전 시장 측에 용서와 상처 회복을 위한 사과를 요구했다.
하지만 일부 친문·여권 커뮤니티는 여전히 A씨의 신상을 파헤치며 "정치적 창녀", "꼴보기 싫은X" 등 입에 담지도 못할 비난을 퍼붓고 있다.
나아가 '페미니스트'임을 자처한 문재인 대통령, '친(親)여성 정당'임을 내세워온 더불어민주당, '여성·약자 보호'가 본분인 여성가족부는 A씨의 호소를 애써 외면하며 불편한 침묵만을 지키는 상황이다.
"누구보다도 여성 인권 챙긴다더니…선거 앞두고 피해자 호소엔 일제히 침묵"
이와 관련해 국내 원조 페미니스트, 여성사회운동가이자 <그 페미니즘은 틀렸다> <페미니즘은 어떻게 괴물이 되었나> 저자인 오세라비(62·본명 이영희) 작가는 데일리안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페미니즘을 정치적으로 이용만 하는 정권의 위선적인 민낯이 드러난 것"이라며 고개를 저었다.
작가는 성범죄 피해자를 배척하는 행위를 일컫는 '2차 가해'라는 표현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면서도 피해자 A씨를 겨냥한 횡포는 "명백한 2차 가해다"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그동안 '2차 가해'는 일부 정치세력이 상대 진영의 입을 막고 꼬투리를 잡는 데 주로 사용하는 논리였지만 A씨에 대한 비난은 명백하게 선을 넘었다는 것이다.
오세라비 작가는 "누구보다도 여성 인권을 챙기겠다고 나섰던 현 정권 주요 인사들이 지금은 4·7 보궐선거에 미칠 악영향을 줄이고 자기편을 감싸기 위해 입을 꾹 다물고 있다"며 "정작 문재인 정권의 열성 지지자들이 가장 반 인권적인 행태를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작가는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의 보궐선거 출마 자체가 정권의 부재된 반성의식을 드러낸다고 지적했다. 그는 "박 전 시장과 오거돈 부산 시장의 성비위로 국민들의 혈세 838억원을 들여 재보선 선거를 치르는 것"이라며 "민주당과 정권이 정말로 반성하는 마음이 있다면 후보를 내지 않는 게 도리였다"고 꼬집었다.
"박영선 사과 진정성 없어…치부 두드러질까봐 여성공약은 언급도 안 해"
아울러 박영선 후보가 17일 A씨에게 사과를 표명한 것에 대해서는 "기자들의 질문이 쇄도하니 마지못해 한 사과를 누가 진정성 있다고 보겠냐, 아무 말도 안 하면 선거에 불리하다는 정치적 셈법이 깔린 것"이라며 "자기 진영의 치부가 두드러질까 봐 여성 관련 공약은 거의 언급도 안하고 있다"고 비판었다.
작가는 이어 박 시장의 추문이 처음 밝혀진 이후 침묵을 지켜온 문재인 대통령과 여성가족부도 호되게 질타했다.
지난 대선 당시 페미니스트임을 자처한 문 대통령은 여성 장관 비율을 30% 유지하는 등 여성인사 기용에 주력해왔다. 이같은 기조에 발맞추듯 여가부는 공공부문의 여성 비율 확대를 주요 성과로 내세웠다.
그러나 이 모두는 정권의 핵심 지지층인 여성 표를 모으기 위한 정치적 수단일 뿐이었고, 이번 피해자 A씨에 대한 견고한 침묵은 여성을 위한 감수성이 근본적으로 부재된 민낯이 드러났다고 작가는 한결같이 지적했다.
그는 "그동안 여성 장관들이 얼마나 많은 실책을 저지르고 갔냐, 실력은 뒤떨어졌지만 단지 여성비율 30%를 지키기 위해 장관이 됐던 것"이라며 "보여주기식 여성정책이 우리 사회에 끼친 해악이 너무도 크다"고 비판했다.
"청년세대 믿어온 공정·정의·인권 가치 다 허물어져…이런 사회 물려줘서 정말 미안하다"
오세라비 작가는 이와 함께 박원순 전 시장의 성비위 사태가 2030 청년세대가 믿어온 공정·정의·인권의 가치를 배신한 조국 딸 입시특혜 의혹, 추미애 아들 군복무특혜 의혹, 한국토지주택공사(LH) 땅 투기 의혹 사태 등과도 맥락을 같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범죄행위를 저지른 기득권 세력은 '정의구현' '적폐청산' 등 구호를 내세워 서로를 감싸고 보호하지만, 젊은 피해자들은 이에 대항할 수단이 없으니 무기력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586 세대가 만들어 놓은 잘못된 문화와 병폐를 고스란히 지금의 2030 세대에게 물려줘 그저 미안한 심정일 뿐이라고 거듭 고개를 숙였다.
그는 "청년들에게 너무 미안하다. 젊은이들이 믿어온 가치가 다 허물어진 것에 586 세대는 분명히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며 "요즘 '민중은 개돼지'라는 말이 너무 와 닿는다. 기득권 세력은 자기들끼리 똘똘 뭉쳐 온갖 횡포를 다 저지르고 청년들은 영원히 밑바닥에서 살라는 것이냐"고 따졌다.
작가는 이어 "지금 공직사회와 정권의 도덕·기강 해이가 극에 달했지만, 정의니 평등이니 허울좋은 구호만을 내세우며 자기네 부정부패를 숨기는 데만 열중하고 있다"며 "문제를 진단하고 고쳐야 하는데 제 편만 감싸고 인기몰이에만 급급하니 문제가 해결될 리 없다. 이런 차원에서 박 시장 사태는 결국 예고된 사태였다"고 지적했다.
"피해자 향한 무분별한 비난, 인륜 저버리고 정치적 역풍 불러올 것…586세대는 사고방식 고쳐야"
마지막으로 남기고 싶은 말을 묻자 오세라비 작가는 문재인 정권 지지자들에게 A씨를 겨냥한 무분별한 비난을 당장 중단하라고 충고했다.
그는 "문재인 정권 지지자들이 정말로 정권의 성공을 바라고 우리 사회가 잘되길 바란다면 피해자를 겨냥한 막말을 당장 그만두라"며 "그것은 인륜을 저버리는 행위일 뿐만 아니라 정치적으로도 역풍을 불러오는 행위"라고 거듭 비판했다.
그러면서 "586세대는 말로만 여성인권과 페미니즘을 외치지 말고 과거의 낡아빠진 사고방식을 근본적으로 고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앞으로도 비슷한 고위공직자 성비위 사태는 반복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