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SK-LG 배터리 전쟁 ①] 끝 없는 소송전…“혼자 살겠다 고집하면 공멸”

조인영 기자 (ciy8100@dailian.co.kr)
입력 2021.03.18 06:00 수정 2021.03.18 17:12

LG-SK 소송 장기화에 폭스바겐 韓 대신 中 손 잡아

배터리 영토전쟁 가속화…지속되는 반목으로 '공멸' 우려

SK그룹(왼쪽)과 LG그룹 로고.ⓒ각사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과의 '배터리 분쟁'이 올해로 3년차를 맞았다. 2019년 4월 시작된 다툼은 현재까지도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소송은 물론이거니와 격렬한 장외 공방까지 주고 받으며 서로 물고 뜯기 바쁘다.


가파르게 성장하는 전기차 시장에서 선두 자리를 지키려면 하루 빨리 '상생'을 모색하는 것이 절실하지만 법적 다툼으로 여러 해를 넘기면서 이들과 거래하는 글로벌 완성차들의 피로감만 가중시켰다.


최근 폭스바겐의 전기차 배터리 자체 생산 선언은 수 년째 지속되는 LG-SK 분쟁으로 불확실성이 높아지자 K배터리를 '손절'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완성차들의 '탈 K배터리'가 가속화될 경우, LG와 SK의 미래를 장담하기 힘들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 판도 변화…흔들리는 K배터리


기후 변화 문제는 피할 수 없는 글로벌 이슈로 자리잡았다. 세계 각국에선 내연기관차의 배기가스 배출을 규제하는 대신 친환경차를 도입하기 위한 각종 정책들을 쏟아내고 있다.


미국은 2025년까지 약 2조달러(2400조원)을 들여 친환경 정책인 '그린 뉴딜'을 추진한다. 여기엔 상당수의 전기차 교체와 지원금 및 세제 혜택이 담겨있다.


중국은 2035년까지 일반 내연기관 차량 생산을 중단하겠다는 로드맵을 발표했다. 전기차 등 신(新)에너지차 50%,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PHEV) 50%를 생산하고 휘발유·디젤 엔진 차량은 퇴출시키겠다는 계획이다.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을 제로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수립한 일본은 2030년 중반까지 신차 시장에서 휘발유차를 전면 금지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전기차 시장 확대에 발 맞춰 전기차의 심장을 담당하는 배터리 역시 급성장중이다. 시장조사기관인 IHS는 올해 전기차 배터리 시장이 지난해 보다 80% 늘어난 236GWh(기가와트아워)로 추산했다. 시장 조사업체인 SNE리서치는 이 보다 많은 296GWh로 전망했다.


폭스바겐그룹 헤르베르트 디스 회장이 그룹 차원의 배터리 및 충전 관련 기술 로드맵을 발표하는 파워데이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아우디 폭스바겐 코리아

문제는 어떤 배터리가 '롱런(장기생존)'할 것이냐다. 전기차 시장에선 파우치형·원통형·각형 배터리가 주로 사용되는데 파우치형은 폭스바겐·GM·현대차·기아가, 원통형은 테슬라, 각형은 벤츠·BMW가 각각 채택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폭스바겐이 각형 배터리 및 자체 배터리 비중을 늘리겠다고 '깜짝' 선언하면서, 그간 폭스바겐에 파우치형 배터리를 공급한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은 적잖은 타격을 입게 됐다.


폭스바겐은 공격적인 시설 투자로 반드시 테슬라를 넘어서겠다는 각오다. 대규모 투자를 예고한 폭스바겐과의 거래 종료는 LG-SK에겐 악재로, 각형 배터리를 생산하는 중국 배터리업체에겐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지속되는 '네탓' 공방…K배터리 불확실성에 피로감 가중


이처럼 글로벌 배터리 영토전쟁이 치열한 상황에서도 같은 '영토'에 속한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의 '화해 무드'는 아직까지도 보이지 않고 있다.


2019년 4월 시작된 배터리 소송은 지난달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로부터 최종 판결을 받았음에도 양사 모두 합의에 적극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합의금이다.


앞서 ITC는 2월 10일(현지시간) SK이노베이션이 LG에너지솔루션의 영업비밀을 침해했다고 최종 판결하며 SK의 배터리 셀과 모듈, 팩 및 관련 부품·소재에 대해 10년 동안 미국 내 수입 금지를 명령했다. 다만 미국 고객사들의 피해를 고려해 포드와 폭스바겐 일부 차종엔 각각 4년과 2년의 유예기간을 허용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ITC 판결 직후 "SK이노베이션에서 ITC의 최종 결정을 존중하고 영업비밀 침해를 인정하는 차원에서 진정성 있는 합리적인 제안이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SK가 LG의 기술을 탈취했으니 그에 상응하는 합의금액을 제시하라는 것이다.


SK이노베이션이 건설 중인 미국 조지아주 제1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SK이노베이션

업계 의견 등을 종합하면 LG측이 원하는 배상액은 3조원 이상인 반면 SK는 이에 훨씬 못미치는 1조원 안팎을 제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SK는 침해됐다는 영업비밀이 무엇인지, 어떻게 침해됐다는 것인지에 대해 ITC가 판단하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수 조원 규모의 합의금을 LG에 내라는 것은 과도한 처사라고 주장한다.


양사가 좀처럼 합의점을 찾지 못하는 가운데 한국·미국 정치권까지 가세하면서 배터리 분쟁은 '파워게임'으로 치닫고 있다.


브라이언 켐프 미국 조지아주지사는 지난 13일 바이든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내 ITC의 SK이노베이션 배터리 수입금지 조치를 뒤집어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조지아주 공장이 경제적으로 존속할 수 없게 만들 ITC 결정을 대통령이 번복하지 않으면 공장을 닫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 SK의 설명"이라며 거부권 행사를 재차 요구했다. SK이노베이션도 미국 내 배터리 공급물량 부족과 독점금지법을 근거로 바이든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적극 요청하겠다며 밝혔다.


이에 대해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약속하며 완성차 등 이해관계자 '달래기'에 나섰다. 김종현 LG에너지솔루션 사장은 지난 10일 래피얼 워녹 주 상원의원에게 SK이노베이션의 미국 조지아주 공장을 인수할 수 있다는 내용의 서한을 보냈다.


아울러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12일 오는 2025년까지 미국에 독자적으로 5조원 이상을 투자하고 GM과의 합작법인도 상반기 중 2공장 투자를 확정하겠다고 발표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금의 사태가 SK의 부정한 기술 탈취 행위로 발생했다는 것을 명확하게 알리고, 이로 인한 조지아주의 일자리에 대한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양사는 이번 영업비밀 침해 소송과는 별개로 특허침해 소송 등 국내외 10건의 소송을 잇따라 진행중이다. 당장 오는 19일(현지시간)엔 특허권 침해 여부를 가리는 ITC 예비판결이 나올 예정으로, 판결 이후 또 다른 공방전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업계는 배터리 영토전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물고 뜯기'식의 다툼은 K배터리 산업의 불확실성만 높여 결과적으로 경쟁력을 낮추게 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분쟁이 장기화될 수록 이득을 보는 것은 중국·일본 배터리업체들이지 한국 배터리 기업이 아니라는 진단이다.


한 관계자는 "중국 기업들을 중심으로 배터리 전쟁에 공격적으로 나서면서 한국 배터리 기업들의 위기감이 가중되는 상황"이라며 "LG-SK는 싸움에 집중할 것이 아니라 한국 배터리 산업이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는 기회를 잡는 데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SK-LG 배터리 전쟁' 시리즈 기사 ②에서 계속


조인영 기자 (ciy8100@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로그인 후 댓글을 작성하실 수 있습니다.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