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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초점] 23년, 그 이상의 의미…가볍게 소비될 수 없는 ‘신화’의 이름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입력 2021.03.17 08:27
수정 2021.03.17 08:29

에릭·김동완 오랜 갈등...대화로 풀었다

"신화, 어떻게든 지켜가겠다"

ⓒ신화컴퍼니

인지도가 곧 생명력이 되는 연예계에서 ‘이름’이 갖는 힘을 무시할 수 없다. 연예인에게 ‘이름’은 그 사람(그룹)의 정체성과도 같다. 아이돌 그룹이 기존 소속사와 갈등을 빚거나, 계약이 종료되는 혹은 종료된 이후 시점에서 자신들의 이름 사용을 두고 벌이는 상표권 전쟁이 불거지는 것도 이름이 갖는 가치가 얼마나 큰지를 보여주는 방증이다.


그룹 신화는 이 부분에 있어서 자신들의 이름을 스스로 찾은 첫 번째 그룹으로도 통한다. 작사와 상표권 분쟁을 겪은 최초의 아이돌이자, 현재 자신들의 상표권을 소유하고 있는 유일한 아이돌이다. 한 방송에선 이들의 상표권 분쟁을 ‘상표권 분쟁계의 대하서사시’ ‘그리스 로마 신화’라고 표현했을 정도로 길고 복잡했던 싸움이었다. 팬들 사이에선 신화가 상표권을 양도 받은 2015년 5월 29일을 ‘싢복절’(신화+광복절)이라고도 칭한다.


비록 오랜 시간이 걸리긴 했지만 신화가 자신들의 상표권을 온전히 소유하게 된 사례는 국내 아이돌사에 있어서 나름의 의미를 지닌다고 볼 수 있다. 제작자와 가수 간의 상표권 소유를 두고 갈등을 빚는 경우가 비일비재 하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들의 길고 긴 싸움 끝에 얻어낸 ‘이름’의 가치는 더 클 수밖에 없다. 많은 아이돌이 신화를 롤모델로 꼽는 것도 이들이 여전히 현역으로 활동을 이어가고 있어서라는 표면적 이유도 있지만, 그 안에는 아이돌 그룹의 이름을 지키기 위해 해온 숱한 노력과 결실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신화의 이름 앞에 ‘불화설’ ‘해체설’ 등의 단어가 따라 붙었다. 무려 23년간 한 팀으로, 이름을 지고자 했던 신화 멤버들이다. 이 사건은 사소한 갈등으로부터 시작됐다. 에릭이 SNS에 김동완의 발언을 지적하며 공개적으로 수년간 갈등이 있었다는 사실을 밝히면서부터다. 더해 김동완도 물러서지 않고, 에릭과 불편한 SNS 설전을 이어가면서 일이 커졌다.


ⓒ신화컴퍼니

이들의 갈등은 곧 ‘23년 장수 아이돌의 몰락’으로 표현됐고, 자연스럽게 해체설까지 불거지게 됐다. 하지만 누구보다 신화라는 이름의 의미를 가장 잘 알고 있었던 멤버들은 대화로 갈등을 봉합하기 위해 나섰고, 결론적으로 신화는 23년 지켜온 우정을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으로 다시 만들어나가게 됐다. 여기서 23년 역사를 함께 해온 신화창조(팬덤명)의 역할도 컸다.


김동완은 갈등을 빚고 있던 중에도 “해체는 말도 안 되는 소리다. 그런 소리를 하는 사람들 때문에 약이 올라서라도 더 끈질기게 버틸 것”이라며 “버티기 위해 저희 여섯 명이 모두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에릭 역시 불화를 수면 위로 꺼내놓고, 단순히 멤버를 ‘저격’하려던 건 아니다.


두 사람의 갈등을 구경하던 일부 구경꾼들이 지나치게 이분법적인 잣대와 그로 인한 악플, 비난이 정도를 지나친 것에 대한 분노였다. 에릭은 23년 신화의 역사를 누구보다 중요하고 소중하게 생각했고, 지키려고 했던 인물이기 때문에 그 배신감과 허탈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던 것으로 읽힌다.


오랜 기간 한 팀을 이어오는데 갈등이 없을 수 없다. 심지어 부부 사이, 친구 사이에서도 생기는 의견 충돌이 신화라고 예외일 순 없다. 이번 사건을 통해 보여준 건 이들이 겪는 갈등을 가볍게 ‘불화설’ ‘해체설’로 깎아내릴 수 없다는 사실이다. 신화는 가요계의 대표적 모범사례로 꼽히는 만큼, 팀의 위기도 대화로 풀어냈다. 신화의 23년, 그리고 그 이름 자체는 결코 가볍게 소비될 수 없는, 그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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