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D:이슈] 불난 ‘학폭’에 부채질…경솔한 방송사·기획사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입력 2021.03.11 08:31
수정 2021.03.11 08:33

진달래 하차 과정 그린 '미스트롯2'·소속사 초기 대응도 비난

활동 중단한 (여자)아이들 수진, 소속사는 생일 축전 게시

ⓒSNS, 소속사 제공

최근 연예계에 학교 폭력(학폭) 논란이 걷잡을 수 없이 번지고 있는 가운데 방송사와 기획사들의 태도가 뭇매를 맞고 있다.


학폭 여파는 현재 사실 여부와는 별개로 의혹이 진행 중인 상태에서의 활동 중단이 불가피한 지경까지 왔다. 배우 조병규와 박혜수, (여자)아이들 수진, 에이프릴 나은, 세븐틴 민규 등 다수 학폭 가해 의혹을 받는 연예인들이 활동에 제동이 걸렸다.


물론 당장의 활동 중단이 문제 해결의 열쇠는 될 수 없지만, 피해를 주장하는 네티즌이 있고 사실관계가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여론을 의식해야 할 기획사가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다. 오랜 과거의 일을 되새겨야 하는 만큼, 아티스트를 보호할 의무가 있는 기획사 입장에선 난감한 상황이다.


평소 의혹이 사실로 확인되기 전까지 중립을 지켜오던 방송가에서도 여전히 공방전을 벌이고 있는 연예인의 출연을 꺼리고, 이미 출연을 확정지은 이들의 하차까지 결정하는 것은 이번 학폭 논란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기 때문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그런데 일부 기획사와 방송사에선 오히려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행동으로 빈축을 사기도 했다. 대표적으로 기획사가 논란을 더 키운 사례로는 트로트 가수 진달래를 꼽는다. 처음 진달래의 학폭 의혹이 불거진 건 지난 1월 30일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서다. 당초 진달래의 소속사 티스타 엔터테인먼트는 “학폭 사실인가요”라고 묻는 네티즌에 “사실무근 허위 유포자는 사이버수사대 요청해서 잡히면 신상으로 영혼까지 털어드린다”는 답을 남기면서 비난이 들끓었다.


논란이 커진 후, 진달래가 학폭 사실을 인정하고 난 후에야 소속사는 사과하고, 잘못에 대한 모든 책임을 지고 출연 중인 ‘미스트롯2’에서 하차 의사를 밝혔다. 뒤늦게 사실을 인정하고 사과했지만 엄연히 피해자가 있는 학폭 사건에 사실관계 확인도 없이 감정을 앞세운 신중치 못한 대응을 했다는 비난을 피하긴 어려웠다.


진달래의 하차 과정을 그린 ‘미스트롯2’ 제작진의 대처도 문제였다. 통상적으로 사실로 확인된 출연자에 대한 분량을 최소화하거나, 심지어는 통째로 방송을 덜어내기도 하는 다른 프로그램과 달리 TV조선은 진달래의 하차 과정에 비중을 두고 묘사하면서 그를 위로하는 모습을 담아내 가해자를 미화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오히려 하차한 진달래로 인해 피해를 보게 된 다른 출연자의 심경을 먼저 배려했어야 하지만, 초점은 눈물을 쏟아내는 진달래의 자극적 이슈에만 집중됐다.


또 큐브 엔터테인먼트는 학폭 의혹으로 활동을 중단한 (여자)아이들 멤버 수진의 생일 축하 메시지를 공식 SNS 채널에 올리면서 빈축을 샀다. 현재 피해를 주장하는 이들과 사실 관계를 두고 싸우고 있는 상황에서, 기획사의 이 같은 공개적인 메시지는 다소 경솔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었다. 또 배우 지수의 소속사 키이스트도 논란이 불거졌을 당시 이메일 제보를 받고, 이를 취합해 사실관계를 확인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입장 자체만 두고 보면 별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지수가 학폭 의혹을 인정함에 따라 본인에게 충분히 확인 가능했던 사안을 ‘이메일 제보’라는 방법으로 시간 끌기를 하려던 것이 아니냐는 지적을 받게 됐다.


연예계의 학폭 이슈는 최근만의 일은 아니다. 지금처럼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는 현상은 아니었지만 이미 여러 아티스트의 과거 인성 문제가 지적돼 왔고, 그 과정에서 기획사·방송사가 어떤 자세를 취하는지도 학습해 왔다. 특히 소속사의 잘못된 대처는 한 연예인에게 꼬리표로 남기도 한다.


한 예로 걸그룹 씨스타 멤버였던 가수 효린의 경우 2019년 학폭 논란에 휩싸였는데, 당시 소속사는 피해 주장 네티즌을 직접 만나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치며 사과했지만 커뮤니티에서 학폭 주장 글이 삭제되자 돌연 태도를 바꿔 고소 방침을 밝혔다. 당시 피해를 주장한 네티즌은 “해당 사이트에서 IP를 차단 당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소속사의 태도 변화는 추가 폭로를 부추겼고, 논란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진 후에야 소속사는 “(피해 주장 네티즌과) 원만하게 협의했다”는 애매한 입장으로 논란을 스스로 끝맺음 했다.


기획사의 이런 대처는 결론적으로 소속 가수인 효린에게 ‘꼬리표’로 남았다. 최근 학폭 의혹이 불거지면서 계속해서 효린의 이름이 거론되는 것도 당시 기획사의 잘못된 대처 때문에 생긴 일이다.


현재 연예인을 좇는 팬들은 그들이 방송에서 보여주는 꾸며진 모습에만 열광하는 것이 아니다. 대부분의 팬들은 자신이 지지하던 아티스트가 아무리 오래 전의 일이라고 해도 잘못된 행동을 했다면 그에 대한 마땅한 처분을 받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단순히 연예인의 상품성만이 아닌, 그들의 인성과 도덕성 등 한 사람의 본래 가치를 소비하려는 욕구가 높아지면서 생긴 변화다.


방송사와 기획사 역시 이런 변화를 인지해야 한다. 학폭 논란에 있어서 더 신중하고, 객관적인 판단을 해야 한다는 말이다. 자칫 상품성 있는 연예인의 잘못을 일단 덮고 넘어가자는 식의 상업성 짙은 대응을 한다면, 오히려 남은 팬들마저 등을 돌리게 하는 상황을 맞을 것이 분명하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로그인 후 댓글을 작성하실 수 있습니다.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