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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여명 시의원 "박원순의 9년 행정, 한 마디로 위선이었다"

이슬기 기자 (seulkee@dailian.co.kr)
입력 2021.03.07 06:00
수정 2021.03.07 06:22

'박원순은 살아있다' 공저자 여명 시의원

"박원순, 내가 처음으로 증오한 정치인"

"朴 죽었지만 그의 정책과 사람들은 여전해"

"박원순 9년 행정, 한 마디로 정의하면 '위선'"

여명 국민의힘 서울시의원.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박원순 시정 9년' 평가를 담은 흑서(黑書) '박원순은 살아있다'가 세상에 나왔다. 박 전 시장이 직원 성추행 의혹으로 극단적 선택을 한지 약 9개월 만이다. 여전히 세상의 시선은 박 전 시장의 성추행에 대부분 쏠려있지만, 이 책은 그의 정책에 대한 비판만으로 오롯이 내용을 채웠다.


국민의힘 소속 여명 서울시의원은 이 책의 공동저자로 참여했다. 서울시의원으로서 박 전 시장의 시정을 누구보다 가까이에서 지켜봐온 여 의원은 그의 실정을 세상에 폭로하는데 강한 의무감을 가지고 있었다.


여 의원은 5일 데일리안과의 인터뷰에서 박 전 시장에 대해 "처음으로 증오한 정치인"이라며 "생전에 박 전 시장을 만나 '내가 시장님에게 정말 아픈 질책을 할 수 있을 때까지 정치 좀 오래 하시라'고 했었는데, 이렇게 가버려서 화가 났다"고 밝혔다.


그는 박 전 시장의 시정 9년을 '위선'이라는 말 한마디로 압축했다. 모든 분야의 정책이 사실은 위선적이라는 거다. 여성젠더특보를 등요했지만 부하 직원을 성추행했고,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외쳤지만 민주노총의 가족만 챙겼고, 공공의료를 외쳤지만 운동권 자식들의 의대 보내기 운동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이다.


여 의원은 이번 4·7 서울시장 선거에 대해 "보수 진영에게는 '마지막 선거'라도 봐도 될 만큼 중요한 선거"라며 "서울시장으로서 서울시를 정상화할 신념이 있는 분이 서울시장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원순은 살아있다' 표지 ⓒ글통 제공

-박원순 시정 9년에 대한 평가를 담은 흑서(黑書)가 나왔다. 왜 하필 지금인가.


"서울시장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있다. 성추행으로 중도 퇴직하고 나아가 극단적 선택을 한 인물과 정당에 대한 평가가 이뤄져야 하는 선거다. 우리 보수 진영에게는 '마지막 선거'라도 봐도 될 만큼 중요한 선거라서 책을 기획하게 됐다."


-'박원순은 살아있다'는 책의 제목을 지었다고 들었다. 좀 섬찟한 느낌도 드는데, 어떤 의미를 담았나


"박 전 시장은 죽었지만 그의 정책과 사람들은 오히려 여전히 중앙정부에 진입해 남아있다. 예를 들어 박 전 시장이 고안한 제로페이는 전국으로 확대됐고, 서울시가 협동조합 등을 지원하는 사회투자기금은 기획재정부로 가서 정부 차원으로 확대됐다. 그런 식으로 박원순이 살아있다는 의미였고, 관심도 끌어보고 싶었다. 우습고 황당한 방식으로 박 전 시장이 생을 마감해서 시민들이나 정치인들이 너무 쉽게 박 전시장이 어떤 사람이었는지를 잊어버린 것 같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개인적인 인연도 있나


"박 전 서울시장은 제가 처음으로 증오한 정치인이다. 저는 대학생 때 보수운동을 했는데, 그 때 처음 본 이슈가 무상급식이었다. 무상급식이 옳으냐 그르냐는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포퓰리즘 자체는 나쁘다고 봤다. 나아가 (박 전 시장이 마을 공동체 복원사업의 본보기로 제시한) 성미산마을같은 곳은 마치 원시 공산사회를 복구하려는 생각 때문으로 보였다. 무서운 사람이다 생각해서 오랜기간 증오해왔다.


그런데 막상 서울시의원이 되니, 박 전 시장은 3선의 집권여당 서울시장인데 반해 난 보잘것 없는 초선 소수 의석의 여성일 뿐이라 참 괴로웠다. 언젠가 박 전 시장에게 정치 좀 오래하셨으면 좋겠다고, 오래하시라고 덕담처럼 말한 적이 있다. 내가 시장님에게 정말 아픈 질책을 할 수 있을 때까지 오래 하시라고 했다. 그런데 그러기도 전에 세상을 떠나서 더 화가 났다. 성추행으로 극단적 선택을 하다니? 이렇게 서울시를 망쳐놓고 그 죗값도 치르지 않고 말이다. '가해자의 최종 형태의 가해는 자살이다'는 말이 있던데, 참 와닿았다."


여명 국민의힘 서울시의원.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박 전 시장과 관련, 국민적 의혹과 관심을 받았던 대표적 사건이 이번 성추행 사건과 아들의 병역 비리 의혹이다. 그런데 이 책에는 그런 내용은 전혀 들어있지 않다.


"이 책엔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사건이나 아들인 '박주신 병역비리' 의혹에 대한 내용은 없다. 네거티브를 하지 않고 철저하게 정책 차원의 비판을 했다. 그래서 아마 읽어보면 공부가 많이 될 것이다. 저는 원래 이 책의 이름을 '서울 정상화 프로젝트'로 지을까도 생각해봤다. 그런데 그럼 책이 안 팔렸을 거라고 서민 단국대 의과대학 교수가 그러더라."


-부동산·도시재생·고용노동·에너지·인사행정·시정홍보·의료행정 등 박원순 시정의 모든 분야를 망라해 다루고 있다. 이 책을 통해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좀 간단명료하게 듣고 싶다.


"이 책을 한마디로 정의하면 '박원순 9년 행정의 위선'이다. 박 전 시장은 여성젠더특보까지 등용할 정도로 여성안심서울시를 모토로 내세웠지만 정작 본인은 부하 직원 성추행을 저지르고 극단적 선택을 했다. 청년 분야에서도 박 전 시장의 청년 정책의 혜택을 보는 사람들은 민주당 계열의 청년 운동가들 뿐이었다.


이런 위선적 모습이 모든 분야에 적용된다. 예컨대 고용노동 분야에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로 이득을 본 그룹은 민주노총의 가족들이었다. 보건의료도, 공공의료가 좋은 의료인 것처럼 포장을 하지만 결국 운동권 자식들 의대 보내기 작전이었다. 이번 조국 전 법무부장관 딸이 취직을 하기 위해 시험을 본 기관(한전의료재단 한일병원)에서도 드러나지 않았나.


도시재생도 마찬가지다. 여기에 1조5천억 원을 쏟아붓는다. 주로 서민가구가 밀집한 곳에서 도시재생을 하는데, 주민들을 위해 하는 건 없고 그 지역에 살지도 않는 활동가들만 좋을 일들을 한다. 건물에 금이 가 위태위태한데 재개발은 못하게 막아놓고 벽화만 칠한다. 그리곤 독립운동가나 민주열사의 이름을 딴 센터를 건립해 활동가들이 활동하게 하는 거다."


여명 국민의힘 서울시의원.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정책을 통해 본 박 전 시장은 어떤 사람이었나.


"무서운 사람이다. 다시 없을 사람이고. 우리나라에선 시민사회가 한쪽 일변도잖나. 이 생태계를 거대한 참여연대부터 밑바닥의 협동조합, 비영리 민간단체까지 촘촘하게 엮은 사람이다. 이런 것들을 짜냈다는 것만으로 무서운 사람이다."


-그렇게 최악의 시장이었는데도, 박 전 시장은 서울시민들의 선택을 세 번이나 받았다. 왜 그런가.


"그건 국민의힘 잘못이다. 박원순이라는 지지율 3%에서 시작한 사람에 대항할만한 매력 있는 후보를 내지 못한 데 패착이 있다. 점차 변해가는 서울시민들의 눈높이에 맞는 후보를 내지 못했다. 서울시민이 현명해서 국민의힘 후보를 뽑지 않았던 거다."


-박원순 시장이 잘했던 점은 하나도 없나.


"사회적 경제는 나쁜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영국이나 캐나다, 북유럽에서도 처음에 기업을 국가가 지원해준 게 맞다. 우리나라처럼 9년 가까이 지원해주는 나라도 없지만, 처음에 정부 치원에서 밀어준 것은 맞다. 다만 우리는 이윤을 창출하는 부분이 안 되고 있는 것인데, 그게 안된다고 해서 9년 해보고 하지 말 것인가. 그건 또 아니라고 본다. 특히 코로나19 때문에 4차 산업혁명이 갑자기 와버렸고, 다양한 노동과 기업의 형태가 있을텐데, 그 담론을 이끌었다는 점에선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또 민주당이 지역단위, 풀뿌리 단위에서 일을 잘한다는 측면도 있다. 구·시 단위에서 실제적으로 일을 하는 기초의원과 광역의원들이 굉장히 많다. 예를 들면 당원과 구의원, 시의원, 국회의원이 정책페스티벌을 통해 똑같이 공약에 대한 아이디어를 내고 우승한 의견을 실제 총선 공약으로 활용하는 식이다. 그래서 민주당이 중앙정부 차원에서 실정한다고 해도 서울지형이 드라마틱하게 바뀔거라고는 생각을 못하겠다."


-이번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국민의힘 후보로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선출됐다. 후보지만 전임 시장 출신이라는 독특한 이력이 있다. 오 전 시장 재임 시절의 정책에 대해선 어떻게 평가하나.


"오 전 시장 재임시절은 제가 대학 초년생이었을 때인데, 굵직하게 기억나는 정책들이 있다. 한강르네상스, DDP(동대문디자인플라자), 세빛둥둥섬 등. 이런 게 단순히 구조물이라기보단 미래를 예견했다는 의미가 있다. 요즘 들어 코로나 때문에 못하긴 하지만 국제 컨퍼런스를 유치하는 식의 산업이 됐다. 메가시티다운 경영을 했던 사람이라고 평가한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이번 서울시장이 할 일이 정말 많다. 그런데 한 번에 박원순 전 시정의 구태와 폐단을 드러낼 수가 없다. 파악하는 데만 1년을 걸릴 거다. 서울시장으로서 서울시를 정상화할 신념이 있는 분이 서울시장이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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