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투기 의혹 조사, 왜 감사원 아닌 총리실에…의문 여전
입력 2021.03.04 15:11
수정 2021.03.04 16:43
최재형 의식?…조사 주체 특정 지적 나와
靑·정세균 "수사기관 의뢰하면 오래 걸려"
문대통령도 "감사원이 감사 판단할 문제"
"왜 감사원이 아닌 국무총리실인가?" 청와대의 설명에도 문재인 대통령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광명·시흥 신도시 땅 투기 의혹과 관련해 총리실을 조사 주체로 정한 것에 대한 의문은 여전하다. 일각에서는 정부에 비판적인 입장을 보여 온 최재형 감사원장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의 4일 브리핑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이날 "신도시 투기 의혹이 일부 직원들의 개인적인 일탈인지 뿌리 깊은 부패구조에 기인한 것인지를 규명해서 발본색원하라"고 지시했다. 또한 문 대통령은 "구조적인 문제 해결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책을) 마련하라"고 주문했다.
앞서 문 대통령은 전날에도 투기 의혹이 제기된 지역인 광명·시흥은 물론 3기 신도시 전체를 대상으로 국토교통부와 LH 등 관계 공공기관의 신규 택지 개발 관련 부서 근무자 및 가족 등에 대한 토지거래 전수조사를 실시하라고 지시했다.
문 대통령이 이틀 연속으로 관련 지시를 한 건 그만큼 사태를 엄중하게 바라보고 있다는 의미다. 특히 부동산 정책이 현 정부의 '아킬레스건'으로 불리는 만큼, 강도 높은 조사를 통해 정책의 신뢰성을 회복하겠다는 의지로도 읽힌다.
다만 조사 주체를 총리실로 특정하면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미 해당 의혹을 제기한 시민단체는 감사원에 공익 감사를 청구한 상태다.
이를 두고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은 SNS에서 "문 대통령이 총리실에 전수조사를 지시한 것도 문제가 있다. 이 조사는 총리실이나 국토부가 아니라 감사원이나 검찰이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도 "감사원의 감사가 필요하고 저는 국회 차원에서 국정조사를 해야 할 중요한 사안"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논란을 의식한 듯 "감사원 감사는 감사원이 판단할 문제다. 정부 차원에서 선제적으로 빠르고 엄정하게 조사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청와대도 감사원과 합동으로 진행하면 착수 시기가 지연된다는 점을 들어 총리실의 공직복무관리관실을 중심으로 객관성과 엄정성을 담보했다는 입장이다. 실제 감사원은 통상 공익감사 청구에 대해 청구일로부터 한 달 이내에 감사 착수 여부를 통보하고 있다.
정세균 국무총리도 이날 브리핑에서 "1차적으로 대통령께서 총리실이 책임지도록 하라고 말씀하셨을뿐 아니라 수사 기관에 의뢰하면 시간이 많이 걸린다"며 "이 문제를 가지고 오랜 시간을 끌면서 상황을 파악할 수는 없다"고 했다. 이어 "총리실을 중심으로 해서 국토부 등 행정부 차원의 조사를 하면 불법 행위를 비롯해서 어느 정도 윤곽 드러날 터이고 불법 행위나 위법 행위가 포착되면 그 부분은 당연히 사정 기관에 수사를 의뢰할 것이기 때문에 그렇게 순차적으로 나서는 게 옳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