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흥국생명發 '학폭 논란' 확산에 속앓이
입력 2021.02.23 10:41
수정 2021.02.23 10:43
이재영·이다영 자매 이어 삼성화재·KB손보도 구설수
기업 이미지 타격 불가피…불매 운동 조짐에 긴장감
흥국생명 배구단으로부터 촉발된 학교 폭력 논란이 보험업계 전반으로 번져 나가고 있다. 이재영·이다영 쌍둥이 자매에 이어 삼성화재와 KB손해보험 배구단에서까지 예전 폭행 사실에 대한 폭로가 이어지면서, 이를 운영 중인 보험사들까지 이미지 타격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특히 이를 계기로 소비자들의 불매 운동 조짐까지 일면서 보험업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2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과거 소속 선수 혹은 코치진과 관련한 폭력에 대한 제보로 논란이 되고 있는 배구단은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와 삼성화재 삼성플루팡스, KB손해보험 스타즈 등이다.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는 이번 달 초부터 불거지기 시작한 이재영·이다영 선수의 학창 시절 폭력 논란에 흔들리고 있다. 학교 폭력 피해를 당했다는 피해자들의 증언이 이어지자 흥국생명은 결국 두 선수에게 무기한 출전 정지 징계를 내렸다.
삼성화재 삼성플루팡스의 박상하 선수도 학교 폭력 논란에 휩싸였다. 중학생 시절 박상하 선수 등 패거리로부터 괴롭힘을 당했다는 글이 지난 온라인에 올라오면서였다. 한 때 박상하 선수는 구단과의 면담에서 해당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지만, 끝내 이를 시인하고 전격 은퇴를 선언했다.
KB손해보험 스타즈는 이상열 감독의 옛 행적에 발목을 잡혔다. 이상열 감독은 12년 전 국가대표팀 코치 시절 구타를 가했던 한국전력 빅스톰 소속 박철우 선수에게 사과하고, 올 시즌 남은 경기에 출장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다만, 이 사건과 관련해 이상열 감독과 박철우 선수와 사이에는 아직 소송이 진행 중이다.
문제는 이런 폭력 사태를 둘러싼 여론이 극도로 악화되면서 그 화살이 배구단을 운영하는 보험사들로까지 향하고 있다는 점이다. 별다른 수익을 거두지 못하고 있음에도, 기업 홍보를 위해 스포츠단을 꾸려가고 있던 보험사들로서는 아쉬움이 가중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실제로 논란의 진앙이었던 흥국생명은 이미 거센 반발에 직면하고 있다. 흥국생명은 서울 지하철 역사에 이재영·이다영 자매를 모델로 한 광고판을 설치했는데, 시민들이 이를 보기 싫다며 철거해 달라는 민원이 접수되고 있는 것이다. 불똥은 애꿎은 흥국화재로도 번지고 있다. 흥국생명과 함께 태광그룹의 식구인 흥국화재도 핑크스파이더스를 간접 지원하면서 배구단 홈 경기장에 상품 광고판을 배치했다가 소비자들의 비난을 받고 있다.
특히 최근 온라인에는 이번 논란과 관련된 흥국생명의 계약을 해지하겠다는 원성어린 목소리들마저 이어지고 있다. 이재영·이다영 선수를 퇴출시키지 않으면 흥국생명은 물론 흥국화재의 계약까지 깨겠다는 댓글이 관련 기사에 줄을 잇고 있다. 이를 두고 흥국생명·화재는 물론 보험업계 전체가 향후 사태의 전개 양상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금융권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을 계기로 스포츠단을 운영하는 금융사들의 부담이 가뜩이나 커진 상황"이라며 "이런 와중 구단에서 벌어진 사회적 논란이 구체적 불매 운동으로까지 번질 경우 스포츠 사업을 둘러싼 기업의 회의감은 더욱 깊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