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장수' 전경련 회장 허창수 앞에 놓인 과제 '산더미'
입력 2021.02.25 16:37
수정 2021.02.25 16:46
정부 외면으로 존재감 상실...관계 개선 해법 無
대한상의·경총에도 밀릴판...입지·위상 회복 요원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이 5연임에 성공하면서 최장수 회장에 올랐지만 그의 앞에 놓여진 과제는 산더미다.
지난 2016년 국정농단 사태 이후 추락한 조직의 위상 회복이 점점 요원해지고 있는 가운데 재계에서 맏형 경제단체로서의 입지도 점점 좁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25일 전경련에 따르면 26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개최되는 '제 60회 정기총회'에서 허창수 현 회장을 제 38대 전경련 회장으로 추대하기로 했다.
지난 2011년부터 전경련을 이끌어 온 허 회장은 5연임에 성공하면서 6회 연속 회장직을 맡게 됐다. 전경련 회장은 임기가 2년으로 무제한 연임할 수 있다.
이로써 오는 2023년까지 조직을 이끌게 되면서 고 김용완 경방 회장(1964~1966년·1969~1977년)과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1977∼1987년)을 넘어 최장수 회장에 오르게 됐다.
최장수 회장 자리에 올랐지만 허 회장 앞에는 국정농단 사태 이후 추락한 조직의 위상 회복과 함께 재계에서 좁아진 입지 개선이라는 과제가 놓여져 있다.
전경련은 지난 1961년 삼성그룹 창업주인 이병철 회장이 국내 대기업을 모아 만든 민간경제단체다. 한국경영자총협회, 한국무역협회, 대한상공회의소, 중소기업중앙회 등과 함께 국내 주요 경제 5단체 중 하나로 국정농단 이전까지는 사실상 맏형 역할을 해 왔다.
하지만 지난 2016년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되면서 위상이 크게 추락했다. 현 정부로부터 사실상 적폐 대상으로 간주되면서 정부와 재계간 소통창구로서의 역할도 상실하면서 재계에서의 입지도 크게 좁아진 상태다. 국내 최대 경제단체라는 지위도 대한상의에 넘겨준 상태다.
대통령 해외순방 경제사절단을 비롯, 청와대 초청 행사, 여당 주최 경제단체장 간담회 등에 초대받지 못했고 재계의 소통 창구로서의 역할도 대부분 대한상의로 넘어간 상태로 현 정부들어 '전경련 패싱'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소외받고 있다.
여기에 삼성·현대차·SK·LG 등 4대 그룹이 모두 탈퇴하는 등 회원사가 급감하면서 어려움도 가중되고 있다. 그나마 남아 있는 회원사 기업들도 정부와의 관계를 의식한 나머지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어 위상 회복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허 회장의 최장수 회장 타이틀은 사실 새로운 인물을 회장으로 추대하기 어려운 현실적 상황도 작용한 결과다.
이번에도 언론 등에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을 언급했지만 회장 선임 하루 전에도 뚜렷한 하마평이 나오지 않는 등 허 회장의 연임이 기정사실화돼 왔다.
지난 2017년 용퇴의 뜻을 밝히고도 후임자를 찾지 못해 이후 계속 연임된 허 회장이 지난 2019년 말 인사로 GS그룹 총수에서 명예회장직으로 물러나고 GS건설 회장직만을 맡고 있는 상황임에도 새 인물이 나서지 않은 것이다.
또 회원사 급감으로 재정난이 심화되면서 구조조정 등을 통해 조직과 인력을 대폭 축소하고 임금 삭감 등의 고육지책을 써 왔지만 회원사 증가 등 재정난을 근본적으로 해소할만한 해법은 아직 찾지 못하고 있는 점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아울러 다른 경제단체들과의 어깨를 나란히 할수 있도록 변화와 혁신을 통한 위상 제고도 필요하다.
최근 대한상의가 4대그룹 총수들의 맏형격인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새 수장으로 선임하면서 재계에서의 입지를 키우고 있고 경총도 손경식 회장(CJ그룹 회장)이 전경련에 통합 제안을 할 정도로 위상이 높아진 상태다.
한국무역협회도 최근 구자열 LS그룹 회장을 제 31대 회장을 선출하는 등 지난 2006년 이후 15년 만의 민간 기업인(김재철 동원그룹 명예회장 1999~2006년 역임)을 수장으로 선임하며 재계 현장의 목소리 반영에 적극 나서는 등 변화를 꾀하고 있다.
반면 전경련은 정부의 철저한 무관심 속에서 외면받고 있다. 전경련은 국정농단 사태 직후인 지난 2017년 3월 내놓은 혁신안을 발표하고 조직 명칭도 '한국기업연합회'로 변경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지난 4년간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에서는 전혀 진척이 없는 상태로 전경련의 변화와 혁신 의지는 꺾이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와의 관계 개선과 소통 확대가 절실하지만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정부의 외면과 기업들의 소극적 태도로 사실 전경련으로서는 현재 할 수 있는 것이 거의 없는 상황"이라며 "정부가 과거보다 미래지향적인 태도로 존재를 인정해주고 기업들도 전경련이라는 조직에 애착을 갖고 다시 일으켜 세우겠다는 의지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