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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계 중소형 생보사 고객 이탈 심상찮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입력 2021.02.19 06:00 수정 2021.02.18 13:54

늘어나는 효력상실 해지…업계 전반 축소 흐름과 대비

글로벌 자본 엑소더스 속 소비자 마음은 벌써 '뒤숭숭'

외국계 중소형 생명보험사들을 중심으로 고객 이탈이 늘고 있다.ⓒ픽사베이

국내 보험업계에서 고객이 보험료를 내지 못해 계약 해지로 이어지는 규모가 외국계 중소형 생명보험사들을 중심으로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뜩이나 우리나라 보험 시장을 떠나려는 글로벌 자본의 엑소더스가 본격화하는 가운데 이들을 둘러싼 소비자 이탈 문제가 연이어 불거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들어 11월까지 국내 24개 생보사에서 발생한 효력상실 해지 규모는 금액 기준 총 208조3469억원으로 전년 동기(219조4763억원) 대비 5.1%(11조1294억원)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효력상실이란 보험 가입자가 일정기간 보험료를 납입하지 못해 계약의 효력이 상실되는 것을 말한다. 고객의 보험료 미납으로 인한 효력상실인 만큼, 보장 내용에 대한 보상은 이뤄지지 않는다. 효력상실 이후 2년 내에 보험사가 정한 연체이자를 더한 보험료를 납부하면 계약을 부활시킬 수 있지만, 2년 경과 시 해약환급금만 수령하게 된다.


이 같은 효력상실이 축소됐다는 것은 그 만큼 보험 계약을 제대로 유지하는 고객들이 많아졌다는 의미다. 하지만 몇몇 곳에서는 생보업계 전반과 사뭇 다른 움직임이 관찰된다. 특히 회사의 규모로 따져봤을 때 생보업계 내 중소형사로 구분되며, 동시에 외국계 자본을 기반으로 한 생보사들에서 이런 흐름이 드러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실제로 조사 대상 기간 BNP파리바카디프생명의 효력상실 해지 계약 금액은 3441억원에서 6489억원으로 88.6%(3049억원) 급증했다. 또 처브라이프생명의 해당 액수 역시 8437억원에서 1조97억원으로 19.7%(1660억원)나 늘었다. 이밖에 ABL생명도 4조8123억원에서 4조9840억원으로, 메트라이프생명은 7조6879억원에서 7조7062억원으로 각각 3.6%(1717억원)와 0.2%(183억원)씩 효력상실 해지 계약 금액이 증가했다.


이에 대해 보험업계에서는 주목해봐야 할 만한 현상이란 평가가 나온다. 일반적으로 효력상실은 경기 침체와 이에 따른 가계 경제의 악화로 보험을 해지하거나 보험료 납부를 포기하는 이들이 늘어날 때 확대되는 추이를 보인다. 그러나 생보업계 전체적으로 봤을 때 효력상실이 줄고 있는 만큼, 외국계 중소형 생보사들에서의 변화를 단순히 경기 침체에 따른 악재로 해석하기엔 한계가 있다는 해석이다.


그 대신 일각에서는 일부 생보사의 효력상실 계약의 확산이 과열 영업의 결과물일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줄곧 대형 토종 생보사에게 밀려 온 중소형 외국계 생보사들이 반전의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 최근 몇 년 동안 상품 판매 확대에 무리하게 드라이브를 걸었고, 이 때문에 뒤늦게 문제가 생기는 계약이 많아지고 있다는 얘기다.


보험업계에서 효력상실은 영업 관리 측면에서 일반적인 해지에 비해 염려스러운 지표로 꼽힌다. 가입자가 보험계약을 자발적으로 중도에 깨는 통상적인 해약이 아니라, 보험료를 납부하지 못해 보험사에 의해 강제로 해지되는 케이스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가계의 경제적 사정이 나빠진데 따른 결과가 아니라면, 결국 고객 입장에서 실효성 없는 계약을 맺었던 것으로 볼 수밖에 없어서다. 효력상실이 영업 과잉 여부를 가늠할 수 있는 사후 지표로 여겨지는 이유다.


이런 와중 외국계 보험사의 한국 시장 철수가 잇따르면서 이들로부터의 고객 이탈 역시 함께 가속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국내에서의 영향력 확대를 위해 마지막까지 영업전을 벌이다, 끝내 활로를 찾지 못하고 시장을 떠나는 모양새다.


악사손해보험은 최근 지분 100%를 팔기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 2007년 프랑스 악사그룹이 처음 최대주주가 된 이후 13년여 만의 일이다. 또 1987년 등장한 국내 첫 외국계 보험사인 라이나생명마저 얼마 전 매각설에 휩싸이면서 보험업계는 뒤숭숭한 분위기다.


이보다 규모가 큰 빅 딜은 이미 매매가 완료된 상태다. 국제적 금융그룹인 푸르덴셜의 자회사로서 1989년 우리나라에 첫 발을 디딘 푸르덴셜생명은 지난해 주인이 KB금융지주로 바뀌었다. 이보다 앞선 지난해 신한금융은 오렌지라이프생명(옛 ING생명)를 품에 안았다. 2012년 네덜란드 본사가 ING생명 지분을 팔고 떠난 지 7년 만에 찾은 새 간판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외국계 자본의 생보사 매각은 일시적 이슈가 아닌 추세적 현상으로 봐야할 것"이라며 "이 같은 흐름이 이어질 경우 소비자들로서도 외국계 보험사에 대한 선호도가 축소될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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