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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폭에 초토화된 배구 코트 "승부조작 때보다 더..."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입력 2021.02.16 17:08
수정 2021.02.17 07:06

학폭 파문으로 흥행 가속도 붙었던 프로배구 최대 위기

구단 관계자들, 승부조작 파문 때보다 더 큰 고통 호소

이재영-이다영. ⓒ 한국배구연맹

흥미로운 랠리로 흥행에 가속도가 붙었던 한국 배구가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


지난주 ‘학교 폭력’ 사실을 인정한 이재영-이다영(이상 흥국생명), 송명근-심경섭(이상 OK금융그룹) 외에도 폭로는 계속되고 있다. 팀의 핵심 전력이자 국가대표 멤버로 활약했던 선수들이라 배구팬들의 실망은 더욱 컸다.


“(해당 선수들을)배구계에서 영구 제명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스포츠를 떠나 사회적 문제로 번졌다. 대통령까지 일련의 사태와 관련해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근절 대책’을 지시할 정도로 사안은 매우 심각하다.


‘셀프 징계’ 논란은 있지만 송명근-심경섭은 올 시즌 잔여경기 출전정지에 돌입했고, 이재영-이다영은 소속팀으로부터 무기한 출전정지 징계를 받았다.


대한민국배구협회는 이재영-이다영에 대해 “사안의 심각성을 고려해 학교 폭력 가해자는 국가대표 선발 및 운영규정에 의거해 2021 발리볼네이션스리그, 2020 도쿄올림픽 등 향후 모든 국제대회에 무기한 국가대표 선수선발에서 제외하겠다”고 밝혔다.


그것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여파가 너무나 크다.


한 프로배구 구단 관계자는 “(지난 2012년)승부 조작 파문 때보다 더 힘든 것 같다. 배구하면 학폭을 떠올리게 됐다.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고 있다.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하는 문제지만, 살아나던 프로배구가 학폭 사태에 막혀 좌초되는 것 아닌지 불안하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프로배구는 2011-12시즌 도중 승부 조작으로 발칵 뒤집혔다. 전·현직 선수 10여 명과 브로커들이 승부조작이라는 범죄를 저지르며 팬들을 기만했다. 당시 한국배구연맹(KOVO)은 관련자 전원을 영구 제명했다.


ⓒ한국배구연맹

이후 각고의 노력 끝에 전성기를 노릴 단계까지 끌고 왔다. 시청률에서 프로농구를 제칠 만큼 프로배구는 새로운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었다. V리그에서도 여자배구의 인기는 ‘월드스타’ 김연경의 합류로 더 뜨거웠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랠리와 ‘어우흥’으로 불렸던 흥국생명을 잡아내는 하위권 팀들의 반란 등이 어우러져 여자배구의 인기는 절정을 향해갔다.


그러나 ‘학폭’이라는 추악한 과거에 발목이 잡히고 말았다. 불화설에 이어 학폭 파문까지 배구 코트 전체를 뒤덮었다. 그야말로 초토화됐다. 선수들이 코트에서 펼치는 짜릿한 랠리와 흘리는 땀, 팬들에게 선사하는 승부의 감동과 눈물은 모두 학폭이라는 메가톤급 이슈에 빨려 들어간다.


가뜩이나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로 인해 경기장에서 팬들과 호흡하지 못해 수익성도 악화되고 있는 우울한 상황에서 터진 초대형 악재라 더욱 힘겹다.


한편, 문체부는 학교 폭력 재발 방지 시스템을 마련하기 위해 학생 선수 시절의 징계 이력을 통합 관리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16일 문체부는 "인권 침해의 징계를 받은 선수는 국가대표 선발 자격을 제한, 향후 관련 규정 등을 통해 학교체육 폭력 예방 체계를 구축해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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