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억 증발’ 흥국생명, 김연경으로 메울 수 있을까
입력 2021.02.16 00:01
수정 2021.02.16 16:17
팀 내 연봉 1·2위 이재영·이다영, 무기한 출전 정지
선두 흥국생명 최대 위기, 김연경 책임과 역할 막중
올 시즌을 앞두고 막강한 전력을 구축하며 선두를 질주하던 여자배구 흥국생명이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
흥국생명은 15일 입장문을 내고 학창 시절 학교 폭력으로 물의를 일으켰던 이재영과 이다영 쌍둥이 자매에게 ‘무기한 출전 정지’라는 중징계를 내렸다.
이로써 올 시즌 정규리그는 물론 포스트시즌까지 두 선수를 보는 것은 사실상 어려워졌다.
올 시즌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히고 있는 흥국생명으로서는 큰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특히 올 시즌을 앞두고 두 선수에 큰 공을 들였던 터라 이들의 이탈이 더욱 뼈아플 수밖에 없다.
앞서 흥국생명은 지난 시즌 종료 후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취득한 이재영을 연봉 6억 원에 잔류시켰고, 동생 이다영을 연봉 4억 원에 데려왔다. 연간 두 선수에 들어가는 돈만 최소 10억 원이다.
여자부 구단 샐러리캡(연봉 총상한)이 23억 원 임을 감안하면 두 선수가 팀 전력과 구성에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두 선수의 무기한 출전 정지로 순식간에 10억 원이 증발했다.
두 선수의 활약 덕분에 흥국생명은 현재까지 선두 자리에 올라있지만 올 시즌 우승을 차지하지 못한다면 지금 순위는 큰 의미가 없다. 흥국생명으로서는 남은 정규리그 일정과 포스트시즌이 중요한데 큰 공을 들였던 이재영과 이다영을 활용할 수 없는 악재를 맞이했다.
이로 인해 ‘배구여제’ 김연경의 어깨가 더욱 무거워지게 됐다.
11년 만에 국내 무대로 돌아온 김연경은 이재영·이다영와 함께 올 시즌 흥국생명의 독주를 견인 중이었다. 하지만 쌍둥이 자매의 이탈로 이제는 김연경 홀로 팀을 짊어지고 나가야 하는 상황이 됐다.
향후 김연경에게 쏠리는 부담은 더욱 가중될 전망이다. 대체 외국인 선수로 영입한 브루나 모라이스의 기량이 기대 이하이다 보니 김연경에 대한 집중 견제가 더욱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흥국생명은 김연경과 김세영 정도를 제외하면 젊은 선수들이 대거 포진해 있다. 팀이 급격히 흔들릴 수 있는 상황에서 베테랑 김연경이 다시 중심을 잡아야 한다.
이재영과 이다영의 이탈로 큰 손실을 피할 수 없게 된 흥국생명은 김연경의 어깨에 명운을 걸 수밖에 없게 됐다. 공교롭게도 김연경의 올 시즌 연봉은 3억 5000만원으로 명성에 비해 많지는 않다. 더 큰 부와 명예를 거머쥘 수 있었지만 국내 복귀와 후배들을 위해 통 큰 양보를 마다하지 않았다.
본의 아니게 김연경에게 많은 연봉을 보장해 주지 못했던 흥국생명은 이제 그가 10억 이상의 값어치를 해주길 기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