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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노삼성 노조, 파업 가결…실적악화 속 유럽수출 비상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입력 2021.02.02 22:35 수정 2021.02.03 01:19

파업 돌입 가능성 낮지만 르노그룹으로부터 '상습 파업' 낙인 우려

내수판매 부진 속 XM3 수출 본격화되는 시점에 심각한 악재

르노삼성자동차 부산공장 전경.ⓒ르노삼성자동차

실적 악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르노삼성자동차가 노동조합의 파업 가결로 겹악재를 맞게 됐다. 당장 파업에 돌입하진 않더라도 르노삼성의 수출물량을 좌우할 르노그룹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2일 르노삼성 노조는 전날부터 이틀간 진행한 쟁의행위 찬반투표에서 전체 조합원 2180명 중 1245명이 찬성해 57.1%의 찬성률로 가결됐다고 밝혔다.


이는 르노삼성 노조가 진행한 파업 찬반투표 결과 중 역대 최저 찬성률이다. 지난 2019년 12월 진행한 파업 찬반투표에서 기록한 66.2%보다 낮다.


이번 투표에는 총 4개 노조 중 대표노조 및 금속지회 소속 조합원만 투표에 참가했으며, 3노조 및 4노조 소속 조합원들은 찬반 투표에 참석하지 않았다.


이같은 결과는 투쟁을 일삼아온 현 집행부에 대한 조합원들의 불신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또, 파업으로 임금 손실을 입어가며 르노그룹의 신차 배정에서 불이익을 받는 위험부담까지 감수하는 데 대한 반발 심리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는 지난해 10월 중앙노동위원회로부터 쟁의조정 중지 결정을 받아 쟁의권을 확보한 상태라, 이번 찬반투표 가결로 중앙쟁의대책위원회(쟁대위) 결정에 따라 언제든 합법적으로 파업할 수 있다.


파업권을 확보했지만, 노조는 당장 파업에 돌입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보다는 지난해 마무리짓지 못한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교섭에서 사측을 압박하고 희망퇴직 철회를 요구하는 과정에서 파업권을 무기로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 노사는 오는 4일 본교섭을 예정해 놓고 있다.


노조 집행부는 그동안 조합원들에게 “파업만을 하기 위해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진행하는 게 아니라 교섭의 우위를 점하고 사측의 공격에 대한 방어권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며 찬성표를 던져줄 것을 호소해 왔다.


이번 찬반투표에서 과반수의 찬성표가 나왔지만 반대 역시 40%를 넘는 만큼 집행부가 파업 돌입을 선언한다고 해도 참여율은 높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찬성표를 던진 조합원들도 실제 파업을 원한다기보다는 집행부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해 임단협이 미뤄지며 성과급 등을 받지 못한 상태에서 파업으로 임금 손실까지 더해지면 부담이 커진다. 집행부로서도 막상 파업을 선언했다가 조합원 참여율이 저조하면 정치적 타격을 감수해야 한다.


내수판매가 저조해 생산 수요가 많지도 않다. 르노삼성은 지난해 11월부터 일감이 없어 공장을 주간 1교대로 운영 중이다. 1월 내수판매도 전년 대비 17.9% 감소한 3534대에 그쳤다. 완성차 5사 중 르노삼성만 유일하게 내수 판매가 줄었다.


문제는 노조의 파업권 확보에 따른 르노그룹의 움직임이다. 르노그룹 내부적으로 르노삼성 부산공장은 상습 파업으로 낙인이 찍혀 있다. 지난 2018년부터 지난해 초까지 노조가 수시로 게릴라식 파업을 벌인 탓이다.


루카 데 메오 르노그룹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4일(프랑스 현지 시간) 경쟁력 강화를 위해 수익성을 중심으로 경영전략을 전환하는 내용의 ‘르놀루션(Renaulution)’을 발표하면서 한국의 르노삼성을 라틴아메리카 및 인도 공장과 함께 ‘수익성을 더욱 강화해야 할 사업장’으로 지목했다.


화상회의 방식으로 진행된 르놀루션 발표 당시 박종규 르노삼성 노조위원장은 데 메오 CEO에게 SM6와 QM6 후속물량 등 신차 배정을 요청했지만 데 메오 CEO는 “3~4개 정도의 교체 모델이 흥미로울 것으로 보이는데, 그렇다고 한국에서 생산할지는 모르겠다”며 사실상 거절 의사를 밝혔다.


그는 “경쟁력이 중요하지만, 르노삼성의 경쟁력에 약간의 문제가 있는 것 같다”고 직접적으로 배경을 언급하기도 했다.


전체 생산능력의 절반 이상을 르노그룹으로부터 배정되는 수출 물량에 의존해야 하는 르노삼성으로서는 다른 사업장 대비 경쟁력을 인정받지 못한다면 심각한 위기에 처할 수도 있다.


지금은 르노삼성의 사운이 달린 XM3 유럽 수출이 본격화되는 시기다. 르노삼성은 1월 XM3 1622대를 수출하며 전체 수출실적에서 전년 동월 대비 35.6% 증가한 2618대를 기록했다. 그 덕에 내수 부진에도 불구, 전체 감소폭을 1.3%로 줄일 수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노조의 파업권 확보가 르노그룹 경영진에 ‘르노삼성은 안정적인 생산을 보장할 수 없는 사업장’이라는 신호를 준다면 XM3 물량 배정에도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당장 파업에 돌입하지 않더라도 지난달 XM3 유럽 수출을 본격화한 시점에 노조가 파업 의사결정을 함으로써 공급 유동성에 불안을 표출한 것은 노사 모두에게 위해가 될 것”이라며 “이는 향후 XM3 유럽 수출에 큰 악재로 작용할 수도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이 관계자는 또 “파업 찬성률이 역대 최저를 기록한 것은 조합원들 상당수도 이같은 우려에 공감하고 있기 때문이 아니겠느냐”고 덧붙였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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