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삼성 생존 사투 벌이는데…노조 '희망퇴직 대응지침'으로 발목
입력 2021.01.31 11:58
수정 2021.01.31 14:21
"사측과 면담 녹취하고 관리자에게 카톡 보내 압박하라" 지침
실적 부진에 빠진 르노삼성자동차가 ‘서바이벌 플랜’으로 생존을 위한 처절한 싸움에 나선 가운데, 르노삼성 노동조합은 파업 찬반투표에 나서면서 희망퇴직 이슈를 전면에 내세워 발목을 잡고 있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르노삼성 노조는 최근 조합원들에게 ‘희망퇴직 관련 노동조합 대응지침’을 만들어 배포했다.
지침에는 회사와 면담을 진행할 때 녹취를 생활화하고, 필요하면 지역구 대의원의 동석을 요구하라는 내용이 담겨있다. 노조 집행부는 조합원들로부터 받은 녹취 내용을 근거로 직장 내 괴롭힘으로 고용노동부에 진정하거나 경찰에 고소하는 등 법적 대응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노조 집행부는 특히 녹취 내용을 법적 고소자료로 사용하는 데 있어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녹취시 사전동의를 받고 타인의 음성이 추가되지 않도록 해서 조합에 넘겨야 한다는 상세 설명까지 지침에 넣었다.
녹취가 안될 경우에는 면담 이후 희망퇴직 관련 내용을 카카오톡이나 메시지 문자로 적어 면담 일시와 시간을 명시한 뒤 사측 관리자에게 발송하라는 지침도 내렸다.
관련 문건에는 사측과의 면담으로 ‘심리적 부담과 스트레스가 발생하고 있다’는 내용의 사실확인서도 작성하라는 지침도 포함됐다.
노조는 지난 21일 르노섬성이 르노그룹의 비용 절감 플랜에 맞춰 희망퇴직 등으로 고정비를 절감하는 ‘서바이벌 플랜’을 발표한 이후 사측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회사측은 르노 그룹으로부터 신차 프로젝트 수주 없이는 회사의 생존을 담보할 수 없고, 신차 수주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희망퇴직을 통한 비용 절감이 불가피하다며 협조를 호소했지만 노조는 내달 1~2일 파업 찬반투표로 대응에 나선 상황이다.
노조의 이번 희망퇴직 대응지침 배포는 사측 관리자들을 압박하는 한편, 파업 찬반투표에서 찬성표를 최대한 유도하기 위해 희망퇴직 이슈를 부각시키려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르노삼성은 희망퇴직 신청자들에 대해 사무직의 경우 최대 24개월(10년 이상 근속)분, 생산 및 서비스직은 최대 36개월분의 임금에 해당하는 특별 위로금을 법정 퇴직금 외 별도로 지급한다.
그밖에 자녀 1인당 1000만원의 학자금과 신종단체상해보험, 2년간 차량 1대 할인혜택, 장기근속휴가비 지원, 전직지원서비스 등을 제공한다.
희망퇴직시 받게 되는 모든 처우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인당 평균 1억8000만원, 최대 2억원에 이르며, 이는 대우조선해양과 두산중공업, OCI 등 최근 희망퇴직을 실시한 다른 업체들보다 좋은 조건이라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업계에서는 향후 르노삼성의 재무 상황이 악화될 경우 퇴직자에 대한 처우도 더 나빠지거나 심지어 위로금 등의 지급이 어려울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