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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이러고도 시청료 인상을 말하나?

데스크 (desk@dailian.co.kr)
입력 2021.02.02 16:00 수정 2021.02.02 15:45

아나운서의 선택적 변조(變造)가 임의 삭제 또는 왜곡은 충격

공정과 중립 노력 없이 천박한 논리로 수신료 인상 추진하다니

ⓒ데일리안 DB

시청료 인상을 계획하고 있는 공영방송 KBS(한국방송공사)에 악재가 잇따르고 있다. 그것도 내부 구성원들이 만들어낸 악재라, 남을 탓할 수도 없다.


먼저 KBS에 근무하는 ‘괴이(怪異)한 아나운서’의 존재. 김 모 씨로 알려진 이 아나운서는 지난 연말 KBS 노동조합에 의해 그 존재가 처음 알려진 뒤, 며칠 전 기행(奇行)이 구체적으로 폭로됐다.


KBS 노동조합은 “공영방송 KBS 역사상 그동안 듣도 보도 못한 아나운서 제 맘대로 편파방송 사건이 일어났다”라고 적었다.


이 편파방송의 특징으로 ‘아나운서 본인이 보기에 정부 여당에 불리(?)하다고 생각되는 기사는 통째로 읽지 않거나 문장을 건너 띄어 읽고, 유리해 보이는 내용인데 원고에 없으면, 자신이 직접 써넣어 읽어버린 경우가 작년 하반기 석 달 동안 20여 건이 발생했다’고 노조 측이 전했다.


이런 선택적 변조(變造)는 아나운서 개인적 자질이나 편향성 문제이기도 하지만, 그 변조나 기행이 ‘정부와 북한 비판 뉴스를 임의로 삭제하거나 왜곡해 방송하는 경향성을 보인다’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이렇다면 ‘공영방송으로서의 공정과 중립’ ‘권력과 사회에 대한 언론으로서의 기본적 감시 역할’ 등 원론적인 내용은 거론하기조차 민망해진다.


전체의 반 가까운(46.4%) 직원이 연 1억원 이상의 급여를 받으며, 그 가운데서 1500명 이상이 국장이나 부장 등 보직을 받지 못해 일감을 찾아 여의도 일대를 헤맨다고 한다.


자칭 국가 기간방송이라는 공영방송 KBS 구성원들의 직업윤리와 내부통제 시스템과 논의구조가 이토록 허술하다는 사실은 중대한 문제다. 지난해 하반기 석 달 간 한 명의 아나운서에 의한 일탈이 이 정도인데, 보도본부 밖으로 조사 범위를 넓혀보면 또 다른 기상천외한 편향이나 왜곡이 나올 수도 있겠다.


이미 KBS는 지난해 7월 ‘검언(檢言)유착’ 오보를 한 뒤 하루 만에 사과한


적이 있다. 그때도 “KBS 보도본부는 소설을 쓴 것인가, 정권의 프로파간다 스피커(propaganda speaker)로 전락한 것인가”라는 비판을 내부에서 받았다.


또 잘못된 저널리즘 관행을 바로잡겠다는 <저널리즘 토크쇼 J>가 편향적으로 전개된다는 비판이 자자한 와중인 지난해 5월 이 프로그램은 조국 전 법무부장관에 대한 언론 보도를 비판하면서 조 장관의 혐의와 관련해 기소돼 재판을 기다리고 있는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를 출연시켜 지탄을 받기도 했다.


언론개혁운동을 이끌어온 손석춘 교수는 “<저널리즘 토크쇼 J>도 친정부 편향 세력의 영향권 아래 있다”고 뼈아픈 지적을 할 정도였다. (최강욱 대표는 조국 아들의 인턴확인서를 허위로 만들어준 혐의가 유죄로 인정돼 법원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2021.1.28)


외부에서는 공영방송 KBS의 이러한 편파성을, 개인의 일탈도 일탈이지만, ‘시청료 인상을 위한 정권과의 코드 맞추기’로 보고 있다. 사실 KBS는 민주당이 안정적인 다수를 차지한 21대 회기 중, 40년 숙원 사업인 시청료 인상을 성공시키기 위해 전력투구한다는 인상을 준다.


1980년대 군사독재 정부 시절 TV 시청료 납부 거부 운동의 아픈 기억을 가진데다가 2003년, 2007년, 2013년 등 3차례나 인상에 실패한 KBS로서는 ‘물이 들어온’ 현시점을 놓치면 안 된다는 유혹에 빠질 만도 하다.


그러나 말 그대로 국영(國營)도 아니고 민영(民營)도 아닌, 공영(公營)방송은 ‘정부와 기업의 영향을 받지 않고 독립적으로 운영’돼야 한다. 공영방송의 가장 중요한 가치는 중립(中立)이요 공정(公正)이다. 공영은 방송이 권력과 기업의 영향력에서 벗어나도록 국민들이 시청료를 내는 원리 아닌가?


KBS는 시청료 인상에 매몰돼 가장 중요한 덕목을 훼손하고 있지는 않은지 살펴봐야 한다.


방송의 중립과 공정에 대해 한 언론학자는 “이 프로그램이 정권이 바뀌어도 살아남아 계속 방송이 될 수 있을지 여부”를 생각해 보라고 했다.


또 “내가 최대한 공평하게 사과를 나누고 나서 상대에게 먼저 집도록 하는 행동”이 공정과 중립에 가장 가깝다고 했다.


지금 KBS는 어떤가? 이런 공정과 중립의 노력도 하지 않고, “물 들어올 때 노를 저어라”는 천박한 논리로 수신료를 올릴 수 있을까?


내부에서는 “듣도 보도 못한 편파, 왜곡”이 진행되고 있고, 시청료 인상에 비판적인 국민을 향해 “1억 연봉이 배 아프면, 너네들도 노력해 KBS에 입사하라”고 비아냥대는 직원이 있다는 것은 KBS로서는 비극이다.


나아가 KBS가 여론을 건전하게 수렴해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유지와 발전에 기여하기를 바라고 있는 국민에게도 예의가 아니다.


글/강성주 전 포항MBC 사장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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