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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이제 벙커에서 나올려나?

데스크 (desk@dailian.co.kr)
입력 2021.01.06 06:00 수정 2021.01.05 16:29

‘비겁하고 무능한 대통령’이란 소리 듣기 싫었나

자기 손에 피 묻히지 않는다고 ‘깨끗한 대통령’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5일 새해 첫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청와대

지하에 숨어 벙커전(戰)을 계속하다 비난을 받던 문재인 대통령이 고지전으로 전략을 바꾼 듯하다.


지난 1년간 계속된 ‘추미애-윤석열 전쟁’을 지하 벙커에서 지켜보던 문 대통령은 그 동안 언론과 야당으로 부터 여러 차례 호출 당했지만 웬만해선 응답하지 않았다. ‘비겁하고 무능한 대통령’이라는 야당의 비난도 못 들은 척했다.


그런데 최근 들어 언론들이 문재인 정부의 부족함과 행정의 미비, 안타까운 사연 등을 보도하자 기다렸다는 듯이 자료를 낸다.


“대통령은 이미 그 문제에 대해 내각과 청와대 보좌진들에게 잘 챙기라고 수차례 지시했다”라며.


이번에도 그랬다.


생후 7개월 된 입양아가 양어머니의 학대로 입양 9개월 만에 장기가 파열되고 갈비뼈 등이 부러진 채 사망한 ‘정인이 사건’이 보도되자, 전국의 부모들이 모두 죄인이 된 듯 눈앞이 흐려지고 가슴이 턱턱 막혔다.


문 대통령도 4일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며 아주 안타까워했다.


대통령은 작년 6월 초에도 9살 난 의붓아들을 여행용 캐리어에 가둬서 숨지게 한 사건이 발생하자 “위기 아동을 사전에 확인하는 제도가 잘 작동되는지”라며 잘 살펴보라 지시했고, 2018년 1월 전주에서 5살 고준해 어린이 학대·암매장 사건이 났을 때도 “아동 학대 방지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한 적이 있다.


이런 안타까운 사태가 발생할 때마다 ‘지시하던’ 대통령이 지난 1년 간 지하 벙커에 갇혀서 많이 답답했을 것이다. 이기지도 못할 싸움을 지휘한다며.


대통령은 서울 동부구치소 사태도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구치소와 교도소에서 1100명이 넘는 확진자와 2명의 사망자가 나오면서 국민들 사이에서 정부의 책임 문제가 거론되자, 청와대는 지난 3일 “대통령은 서울 동부구치소를 특별 점검하라고 이미 수차례 지시했다”라며 자료를 낸다.


2000여명을 수용하고 있는 동부구치소에서 코로나 첫 확진자가 발생한 게 지난 11월 27일. 수용자가 아닌 직원이었다. 17일 뒤(12.14) 수용자 가운데서 첫 확진자가 나왔다.


마스크도 제대로 지급하지 않고 마구잡이로 섞어 수용한 결과 전수 조사 때 마다 수백 명씩 환자가 급증해, 동부구치소에서만 확진자가 1000명이 넘어 섰다. 구치소의 대처와 상황이 얼마나 한심하고 절박했으면 수용자들이 창문을 통해 내부 사정을 손 글씨로 써서 밖으로 알리겠는가?


코로나 백신 확보 문제도 그렇다.


이번 코로나19 상황에서 우리나라는 초기의 입국 차단에서는 실수했으나, 선방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고, 정부도 이를 업적으로 자랑한다.


그런데 지난 12월 8일 영국에서 코로나 백신 접종이 시작되자, K-방역 성공에 취해있던 우리 국민들도 꿈에서 깨어난다. 방역은 정치가 아니라 과학이라는 현실을 알게 됐다. 80% 정도의 국민들이 백신을 맞고 집단면역이 이뤄지지 않으면, 코로나는 종식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된 국민들은 큰 목소리로 백신을 요구한다.


세계 36개 나라가 12월 중 백신 접종을 시작하는데, 우리는 언제부터 접종이 가능한지 알 수도 없는 상황이 전개됐다. 국민의 불안과 불만이 커진다.


당국자는 “일본보다 늦지도 빠르지도 않게 접종하겠다”며 헛소리도 하고, “백신 접종이 늦어 다른 나라의 부작용 사례도 연구할 수 있게 돼 다행”이라는 흰소리도 뱉어냈다.


이때 역시 청와대가 나선다.


“문 대통령은 지난 4월부터 13차례나 백신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했고 과할 만큼 백신을 확보하라는 지시도 여러 차례 했다”라는 자료를 낸다(12.22). 이튿날에는 “백신 구매의 최종 결정권자는 질병관리청장”이라는 뉴스가 나와서 국민을 어리둥절하게 만들기도 했다.


대통령이 지하 벙커에서 나온 것은 좋은 일이다. 공인인 대통령은 개인적인 호오(好惡)나 성격에 따라서가 아니라, 국가와 국민에게 필요한 메시지를 때맞게 내야한다. 그게 정치고 대통령이 할 일이다.


벙커에 숨어서 자기 손에 피 묻히지 않는다고 ‘깨끗한 대통령’이라고 하지 않는다. 도리어 ‘비겁한 대통령’이라는 비난만 키운다.


쇼통(Show通)도 좋고, 소통(疏通)은 더 좋다. 무얼 하든 진심이 담겨야한다. 국민들은 이제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약속한 그 자리로 돌아오기를 바라고 있다. 그러라고 흐르는 시간에도 매듭을 만들어 놓은 것 아닌가? 올해가 지나고 나면 우리 국민은 내년 봄 새 대통령을 뽑는다.


글/강성주 전 포항MBC 사장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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