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임 끝 6년 만 임신인데 해고된 아내…관계부처들 '나몰라라'

난임 끝 6년 만에 임신한 아내 해고 통보

여가부 "임산부는 여가부 소속 아냐"

노동부 "출산휴가 전 해고는 불법 아냐"

복지부 "임산부 직장인이라 노동부 소관"

ⓒ게티이미지뱅크

난임검사 끝에 결혼 6년 만에 어렵게 임신한 아내가 직장으로부터 부당하게 해고 통보를 받았는데 관계부처들이 '나몰라라' 행태를 보였다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올라왔다.

30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청원인 A씨는 "저출산 무엇이 문제인지 모르시겠나 임산부가 당하는 이 시대가 맞는 건가"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임신부의 부당한 대우를 막을 법과 제도를 마련해달라고 요청했다.

난임 검사를 해온 A씨 부부는 어렵게 아이를 가지게 됐다. 이들 부부에게는 결혼 6년 만에 찾아온 귀한 아이였다. 하지만 A씨는 "제 나이 40에 가진 아이인데 임신이 축복이 아닌 슬픔이 되는 세상이라니 너무 억울하다"고 토로했다.

A씨의 아내는 돌연 해고 통지서를 받았다.ⓒ온라인 커뮤니티

A씨에 따르면 사건은 한 병원이 지난해 12월 24일 간호조무사인 아내 B씨를 지난달 31일 자로 해고하면서 시작됐다. '경영상의 이유로 인한 인원 감축'이 해고 사유였다. 하지만 A씨는 3년 동안 문제없이 잘 다니던 회사에서 아내가 임신 소식을 전하자 벌어진 일이라고 주장했다.

A씨는 한 달 남짓한 근무 기간에도 B씨의 출근을 막고, 업무배제, 직장 내 괴롭힘까지 뒤따라 노동부에 진정을 넣었다고 전했다. 노동부 조사가 이어지자 병원 측은 돌연 복직을 통보했고, 이후 또다시 B씨를 오는 3월 1일자로 해고했다고 A씨는 설명했다.

A씨는 "이 추운 한파가 몰아치는 겨울날 임신 8개월 된 임신부를 건물 밖 작은 탁자 앞에 서서 체온을 재라고 했다"며 "코로나를 피해야 하는 임산부를 일선에 세워 놓았다"고 지적했다. A씨는 이 일은 외래 데스크에서 했던 업무인데, B씨가 갑자기 맡게 된 자리라고 했다.

A씨의 아내가 갑자기 맡게 된 업무ⓒ온라인 커뮤니티

이후 A씨는 고용노동부, 여성가족부, 보건복지부, 시청, 도청, 여성센터, 도의회, 노무사 등 한달 동안 A씨가 할 수 있는 기관에 전화를 걸어 도움을 요청했다. 하지만 고용노동부는 "출산휴가 전 해고는 불법이 아니라 해드릴 것이 없다"라고 답했다고 했다.

A씨에 따르면 여성가족부는 "임산부는 여성가족부 소속이 아니다"라며 "보건복지부가 담당"이라고 했다. 보건복지부는 "임산부가 직장인이라 고용노동부 소관"이라고 했다. 시청, 도청, 여성센터, 도의회, 노무사 등과 연락했으나 A씨의 일을 해결해주지 못했다.

A씨는 "이게 우리나라 현실"이라며 "국가는 출산휴가 전까지는 임산부를 도와줄 수 없다고 한다. 대통령님 이것이 괜찮은 건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직장 내 괴롭힘에 해고 종용까지 당하는 임신부가 많다는 것은 알고 계시냐"며 "임신 이후 부당한 대우에 대해 도와줄 법과 제도가 만들어져야 한다"라고 했다.

해당 청원은 현재 관리자 검토를 위해 비공개 처리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