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가 미천한 백성 훈계한 공무원 나리 계신 곳이냐" 원주시청 항의 폭주
입력 2021.01.27 22:30
수정 2021.01.27 22:03
원주시 소속 공무원이 차를 빼달라는 건물주 요구에 갑질성 폭언을 한 사실이 알려지자 원주시청 웹사이트 게시판에 항의 글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27일 오후 원주시청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는 A씨를 비판하거나 원주시청에 항의하는 게시글이 약 200건 넘게 올라왔다. 원주시청 소속 공무원 A씨가 주차된 차를 빼달라는 건물주에게 술에 취한 채 나타나 욕설을 하고 협박성 문자를 보낸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한 누리꾼은 "지엄하신 공직자 나리께서 원주 고을에 계시다기에 기별 드려보고자 찾아왔사옵나이다"라며 "비록 미천한 백성이나 '어디 감히 공직자에게 개기냐'는 추상같은 불호령 직접 한번 들어보고 싶사온데 어찌하면 좋을지 여쭙니다"라고 썼다.
이 밖에도 "아이고 나으리 쇤네가 한 말씀 드립니다" "앞으로 원주 지나갈 때는 시청 앞에서 큰절 한번 올리겠습니다" "여기가 신분제도가 남아있는 원주시인가요" "개돼지 상소문" "저잣거리에 흥에 취해 미천한 백성 훈계하던 공무원 나리 계신 곳이지요?" 등의 글이 잇따라 게재됐다.
30대 9급 공무원 A씨는 지난 21일 밤 단구동 한 건물 주차장에 차를 댔다가 건물주로부터 차를 빼달라는 요구를 받자 욕설을 내뱉었다. 그는 "나는 공무원이야 XXXX. 잘하라고 XXXX. 네가 나한테 함부로 그렇게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고"라며 소리 질렀다.
A씨가 건물주에게 욕설하는 모습은 인근 CCTV에 그대로 담겼다. A씨는 건물주에게 훈계하더니 "내 대표가 누군지 아냐? 시장이야, 시장. XXX"라며 시장을 언급하기도 했다. A씨는 술에서 깬 이후에도 이틀 동안 건물주에게 문자를 보내 '어디서 공직자에게 대드느냐?' '끝장을 보자'며 협박하기도 했다.
원주시는 지방공무원법상 품위유지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보고 9급 공무원 A씨를 지난 26일 자로 직위 해제했다고 이날 밝혔다. 공무원의 직위 해제는 업무에서 배제하는 조치로 인사상의 불이익을 받는 것이긴 하지만 그 자체로 징계는 아니다. 공무원의 신분이 유지되고, 직위해제 기간 보수의 일부가 지급된다.
원주시는 경찰 조사 결과에 따라 징계 수위를 결정할 방침이다. 시 관계자는 "이번 일로 상처받은 당사자와 국민께 죄송하다"며 "재발하지 않도록 전 공무원에 대한 철저한 교육과 복무 관리에 전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