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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원전 추진’ 의혹 제기를 ‘북풍 공작’으로 모는 청와대

데스크 (desk@dailian.co.kr)
입력 2021.02.01 09:00 수정 2021.02.08 08:34

도보다리에서 무엇을 약속했나

USB에 담긴 내용 공개해야

原電 악마 만들기 도를 넘었다

ⓒ데일리안 DB

‘월성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 사건으로 산업부 공무원 3명이 작년 12월 23일 기소됐다. 그런데 그 공소장에 산업통상자원부가 ‘북한지역 원전건설 추진방안’ 등의 문건을 만들었다가 삭제한 사실이 적시됐다. 이들 공무원이 감사원 감사 직전에 삭제한 530개 파일 목록에 포함돼 있었다고 한다.


①감사원 감사를 앞둔 민감한 시점에 파일 수백 개를 삭제한 것만으로도 수사를 받는 것은 당연하다. 간부들이 삭제에 대해 논의까지 했다면 이는 산자부의 공식 문건이라는 뜻이다. 이런 문건을 “삭제해도 된다”고 주장한다는 것은 자신의 준법성 결여 혹은 무법성을 고백하는 것이나 다를 바 없다.


도보다리에서 무엇을 약속했나


②삭제된 파일 목록에는 핀란드어로 북쪽을 뜻하는 ‘뽀요이스’(pohjois), ‘북한 원전 추진’으로 짐작되는 ‘북원추’ 등의 폴더가 있었다고 한다. 북원추는 ‘북한 전력 인프라 구축을 위한 단계적 협력 과제’, ‘북한 전력 산업 현황과 독일 통합 사례’ 등의 내용으로 구성됐다. 이게 논란이 되자 산자부 측은 ‘아이디어 차원의 내부자료’라고 해명했다. 그런 것이라면 삭제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더욱이 폴더 이름을 핀란드어까지 동원해가며 암호처럼 만들 까닭이 왜 있었겠는가.


③산자부는 또 이 문서가 ‘정부 공식 입장이 아님’을 서문에 명시하고 있는 데다 ‘향후 비핵화 조치가 구체화 된 이후 추가 검토 필요’라고 결론지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그러니 아이디어 정도의 문건이 아니냐는 뜻이겠다. 그런데 정책이란 이렇게 입안되고 수립되는 것이다. 2018년 4월 27일 판문점 남북정상회담 이후 산자부가 머리를 짜낸 안 가운데 하나라면 정부 정책으로 공식 채택될 가능성이 없었다고 하기 어렵다. 청와대의 ‘다양한 아이디어 요구’가 있었으리라는 짐작도 가능하다.


④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이 “‘원전 게이트’를 넘어 정권의 운명을 흔들 수 있는 충격적인 이적행위”라고 주장하자 청와대가 즉각 ‘터무니없는 주장’이라고 반박하고 나섰다.


청와대 강민석 대변인은 김 위원장의 언급에 대해 “아무리 선거를 앞두고 있어도 야당 대표 입에서 나온 말로 도저히 믿기지 않는 혹세무민 발언”이라고 험하게 비난했다. 그는 “북풍 공작과도 다를 바 없는 무책임한 발언이며 묵과할 수 없다”면서 “김 위원장은 발언에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을러댔다. 이렇게까지 말하려면 그게 ‘터무니없는 주장’임을 명확히 입증하는 게 먼저다. 그냥 청와대가 아니라고 하면 아닌 게 된다는 사고는 위험하다. 반박 논리도 빈곤하다. 드러난 문건에 대해 의혹을 제기했을 뿐인데 대뜸 ‘북풍 공작’이라고 몰아세웠다. 대응 언어가 너무 천박하지 않은가.


USB에 담긴 내용 공개해야


⑤문건 논란과 연관돼 지적되는 문제이지만 4・27회담 때의 ‘도보다리 대화’ 내용은 지금이라도 상세히 밝혀져야 한다. 국가원수가 헌법상의 반국가단체 수괴와 밀담을 나눴을 뿐만 아니라 USB(이동형 데이터 기억 장치)까지 건넸다(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이 직접 준 게 아니다”라고 했고, 통일부는 “신경제 구상 관련이었을 뿐 원전 관련 내용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청와대와 통일부 등의 해명이 어떤 것이든 문재인 대통령은 가장 기본적인 룰을 어겼다. 당연히 법적 책임을 따져봐야 한다. 그리고 USB에 담았던 내용도 명확히 공개해야 옳다.


⑥정말 ‘북한 원전 건설 추진’이 청와대 산자부 차원의 정책 아이디어로 제시되고 검토됐다면 이는 ‘반역적’ 행위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원전이 아니라 그냥 발전소를 지어주겠다는 구상이었다고 해도 용인되지 못할 월권이다. 북한에 대한 국제제재가 계속되고 있는 와중에 비밀스러운 방법으로 지원 계획이 김정은에게 전달했다면 대통령이라도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⑦이 문건과 관련한 논란이 일기 무섭게 ‘박근혜 정부의 정책 추진 자료’라고 치고 나온 사람이 있다. 이 사람의 뇌리엔 ‘잘 된 것은 무조건 문 대통령 공이고 잘못된 것은 따져보고 말고 할 것도 없이 박 전 대통령 탓’이라는 대사가 확고히 입력된 모양이다. 산자부가 이를 부인했으니 자신의 발언을 정정하고 사과하면 될 것을 ‘추론’이라고 우겼다. 역시 ‘추론’인데 이것이 문 정권 식 ‘사과 회피’ 화법인 모양이다.


⑧‘북한 원전 추진’은 아이디어든 정책 구상이든 정부 주무 부처의 문건으로 작성된 것이었다. 과거 김영삼 정부 때의 경수로 원전 지원은 국제적 합의에 의한 것이었고 공개적으로 추진됐었다. 그런데 문 정권의 경우(사실이라고 한다면) 비밀 거래의 성격을 띠었다. ‘경악’이란 표현도 무색할 정도의 음모적 정책이다.


原電 악마 만들기 도를 넘었다


⑨차제에 대한민국 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강행하는 배경과 그 타당성에 대한 국민적 분석과 논의가 요구된다. 중국의 경우 작년 말 현재 49기의 원자로를, 주로 그들의 동남해안 지역에서 가동하고 있다. 그리고 19기는 건설 중이다. 아마도 앞으로 원전 건설은 가속화할 것이다. 이에 대해 우리 정부는 단 한 번이라도 문제를 제기해본 적이 있는가. 북한의 핵무기 개발과 관련해서는 ‘한반도 비핵화’로 희석하면서 우리의 원자력 발전 시설은 없애지 못해 안달하는 인상을 주는 데 대한 명백하고 타당한 설명 또한 당연히 필요하다.


⑩원전 피해와 위험성 부풀리기도 도를 넘었다. 최근의 ‘월성 원전 3호기 지하수 배수로 방사성 물질 검출’ 논란도 그중 하나다. 민주당은 ‘충격적’ ‘전면수사’ 등으로 여론을 자극하고 나섰다. 그런데 정용훈 카이스트 교수가 지난 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나쁜 소문’의 위험성을 아주 구체적이고 이해하기 쉬운 예를 들어가며 지적했다. 그는 지역주민의 삼중수소 연간 피폭량이 멸치 1g 내외의 수준이라고 밝혔다. 과학의 문제를 선동으로 대응하는 행태는 이제 포기돼야 한다.


산자부의 ‘북한 원전’ 문건이 정말 아무것도 아니라 해도 면밀히 그 의도를 따져 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정부의 무리한 탈원전 정책 강행에 대해서는 이제라도 제동이 걸려야 한다. 문 대통령의 공약이었기 때문에 문제 삼으면 안 된다는 게 정권 측의 논리다. 세상에! 공약이 불가침의 영역이라고, 어느 법에 규정돼 있는가? 선거에 이겼기 때문에 공약은 국민적 승인을 받는 것이라는 주장도 억지다. 선거는 공약 승인의 절차가 아니다. 엉뚱하고 황당한 무논리의 논리는 이제 접을 일이다.



문 정권의 5200만 국민을 상대로 한 실험정치는 정말 너무 위험하다. 그리고 국민은 충분히 지쳐있다. 언제까지 국가와 국민의 현재와 미래를 실험 대상으로 삼아 시행착오를 거듭하려는가? 국민의 생존이 걸린 대북·안보정책에서까지 실험정신을 한껏 발휘하고 있는 정권 측의 이념집단이나 아이디어맨들은 제발 자제·자숙할 일이다.


글/이진곤 언론인·전 국민일보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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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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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산에 2021.02.01  11:49
    간첩이 아니고선 할 수 없는 일이지!
    백주 대낮에 간도 크지!
    김정은.문재인 밀회를 백일하에 드러내는 방법은 간첩당을 국정에서 배제시켜야만 가능하다. 
    앞으로 투표는 진짜 신경 써서 하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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