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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업계, ‘친환경 경영’ 속도는 내지만 깊어지는 고민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입력 2021.01.29 06:00
수정 2021.01.28 16:37

투명 페트병 분리배출제 오는 7월 본격 시행

아이시스 ECO 등 라벨 없는 제품 잇따라 출시

환경 정책 동참은 좋지만, 뚜렷한 차별점 내세우기 어려워 ‘난감’

무라벨생수 아이시스 에코 3종 ⓒ롯데칠성음료

최근 식음료 업계를 중심으로 환경에 대한 고민을 담은 다양한 제품이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업계의 고민도 점차 깊어지고 있다.


과거 제품과 다른 모습으로 변신하면서 마케팅부터 판매에 이르기까지 기존과는 다른 방식으로 판매 전략을 새롭게 마련해야 하지만 현재로선 뾰족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2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투명페트병 별도 분리배출 제도는 환경부의 ‘재활용가능자원의 분리수거 등에 관한 지침’ 개정에 따라 지난달 25일부터 시행됐다.


쉽게 말해 전국 공동주택을 대상으로 플라스틱 ‘별도 배출’을 의무화하는 내용이다. 오는 6월까지 계도기간을 거쳐 7월부터는 본격 시행된다. 위반하는 공동주택에 대해서는 30만원 이하 과태료가 부과된다.


소비자들로서는 재활용 쓰레기를 버릴 때 번거로운 점이 하나 더 추가되는 셈이다. 이에 식음료 기업들은 앞다퉈 라벨 제거 과정을 덜어주는 제품을 선보이는 등 친환경 제품을 적극 도입해 소비자의 불편함을 덜고 환경보호에 동참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롯데칠성음료의 ‘아이시스 ECO’는 개봉 및 음용 후 바로 분리 배출할 수 있다. 판매된 수량만큼 페트병 몸체의 라벨 포장재를 줄였고, 지난 1년 동안 약 1010만개가 판매됐다.


일반적으로 투명 페트병을 버릴 때는 내용물을 비우고 라벨을 제거한 뒤 찌그러트려 뚜껑을 닫은 후 전용 수거함에 배출해야 한다.


반면, 무라벨 제품은 간편하게 분리수거를 할 수 있고 환경보호 운동에 동참한다는 인식을 줄 수 있다. 이런 긍정적인 요소가 소비자들에게 장점으로 어필한 것으로 회사 측은 분석하고 있다.


최근에는 빨대를 없앤 제품도 잇따라 나오고 있다. 매일유업은 지난 13일 상하농원 유기농 멸균우유 190ml 제품에 빨대를 없앤 제품을 선보였고, 경쟁사인 남양유업 역시 지난 26일 빨대 없는 ‘맛있는우유GT 테트라팩’을 출시하며 맞불을 놨다.


물론 그전에도 일부 업체들이 환경을 위해 종이 빨대 등을 내놨지만,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았다. 종이 빨대는 음료에 닿으면 흐물흐물해지는 데다 종이 냄새 때문에 음료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없다는 불만이 제기됐다.


그러자 아예 빨대 없이 마실 수 있는 음료 용기를 개발해 선보인 것이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환경을 위한 가치소비를 중시하는 소비자를 중심으로 착한 제품이 인기를 끌면서 관련 제품 역시 쏟아지고 있다”며 “지속가능한 발전이 글로벌 경영 트렌드로 떠오르고 환경오염이 사회적 이슈로 대두되면서 향후에도 관련 제품은 더욱 다양해 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빨대를 제거한 상하목장 유기농 멸균우유 ⓒ매일유업

기업들의 고민은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환경적 가치를 중요한 경영 지표로 인식하고, 필환경 트렌드에 따라 소비자들의 가치소비를 적극 독려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지만, 예기치 못한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어서다.


문제는 제품 판매에 있다. 과거에는 상품명 및 필수 표기사항인 용량, 수원지, 무기질 함량 등의 상품정보를 라벨지에 인쇄해 제품 몸통에 부착 판매했지만 무라벨로 바뀌면서 반드시 제공해야 하는 필수 정보 전달이 어려워진 것이다.


때문에 식품기업 A사의 경우에는 전체 표기사항을 묶음용 포장박스에 기재해 낱개로 판매하지 않는 쪽으로 판매 전략의 가닥을 잡았다. 하나씩 소포장을 해서 판매할 경우 오히려 배출되는 쓰레기가 문제가 될 것이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당 제품의 용기만 특이하게 제작할 수도 없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궁극적으로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이고, 재활용 확률을 높이는 것에 무라벨 제품 출시 목적이 있는데, 이런 속 뜻을 역행하는 꼴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라벨이 없어지면서 소비자가 제품을 직관적으로 구분하기 어려워 졌다는 점도 빠질 수 없는 고민거리다.


기존에는 생수에 부착된 라벨지가 하나의 광고판 역할을 했지만 이제는 자세히 살펴보지 않으면 타사와 구분이 어려워 판매 경쟁도 이전보다 치열해진 것이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특정 제품을 소비자가 직관적으로 알아볼 수 있도록 하는 라벨 디자인이나 뚜껑 색상 등에 신경을 썼지만 무라벨 바람이 불면서 그런 작업 보다는, 친환경이나 가치소비 등을 강조해 기업의 이미지를 판매하는 쪽으로 마케팅 방향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빨대를 없애는 작업 역시 골치가 아프긴 마찬가지다. 제품에 달린 빨대를 없애면 그만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협력업체와의 관계는 물론 소비자 불편에 따른 불만 등이 뒤따라서다. 이에 방향과 속도를 적절히 할 필요가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목소리다.


또 다른 식품업계 관계자는 “궁극적으로는 환경 오염의 주범인 빨대를 없애고 친환경 제품으로 전부 교체하는 것이 옳지만, 소비자들의 의견을 무시할 수도 없는 것이 기업의 입장”이라며 “쉽게 말해 빨대를 안 쓰게 되면 한 산업의 축을 지탱하고 있는 빨대 제조업체들이 어렵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또한 빨대 제품을 찾는 소비자 대부분 영유아 아이를 가진 가정”이라며 “이런 점을 감안해 편의성과 환경을 동시에 생각할 수 있는 제품을 개발해 내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기업들의 과제”라고 전했다.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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