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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업계, HMR 글로벌 시장 노크…“정부 지원 뒤따라야”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입력 2020.10.26 07:00 수정 2020.10.23 17:59

‘K푸드’ 확산 긍정 요인…수출 규모 증가, 제품도 다양화

가축 전염병에 육류 수출 제한 "식품안전 관리 필요"

이마트에서 소비자가 가정간편식을 고르고 있다. 이 사진은 기사내용과 무관함. ⓒ이마트 이마트에서 소비자가 가정간편식을 고르고 있다. 이 사진은 기사내용과 무관함. ⓒ이마트

식품업계가 가정간편식(HMR)을 앞세워 글로벌 시장의 문을 노크하고 있다. 내수 시장은 물론 한류 열풍을 타고 해외 수요도 빠르게 늘고 있어서다.


다만 까다로운 기준으로 인한 수출 판로 한계는 우리 업체들의 발전을 저해 한다는 평가다.수출 제한의 주 원인이 되는 구제역 등의 재발을 막는 철저한 방역관리와 함께 물류 비용 부담과 외교 등 정부의 지원책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26일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작년 국내 HMR 출하 실적은 최근 5년간 70% 성장한 약 3조원에 육박한다. 수출규모는 4억6594만 달러(약 5700억원) 수준으로 4년 만에 27.8% 증가했다.


HMR 상품에 대한 기술력과 상품 다양화 등 그동안 쌓은 노하우가 자신감의 원천이 됐다. 한류 문화 확산도 글로벌 진출의 동력이다. 여기에 국내 플레이어가 늘고 가격 경쟁이 치열해진 것 역시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주요 요인으로 손꼽힌다.


특히 조리 편의성을 중시하는 트렌드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유튜브, 드라마 등 각종 콘텐츠를 통해 접하는 ‘먹방 문화’가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 자연스레 한국 식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HMR 수출 역시 늘고 있는 추세다.


국내 주요 식품 기업은 각 나라별 검역 정책과 식문화에 맞춰 시장 진출 전략을 짜고 있다. 기존에는 라면 등 일부 품목에 한정됐지만 최근에는 국내 시장과 비슷하게 탕이나 국물요리, 안주류 등으로 다양해지고 있다. 수출지역 역시 다변화 되고 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최근 식품 사업을 미래사업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고, 자체브랜드 사업으로 확대하는 기업들이 점차 늘고 있다”며 “제품의 상향 평준화와 더불어 가격 경쟁 등 경쟁이 치열해 지고 있어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기업들이 크게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기도 파주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생하면서 전국에 내려진 일시 이동중지 명령이 해제된 지난해 9월 , 양돈농장에서 돼지를 실은 차량이 충북 청주의 한 도축장으로 이동하고 있다.ⓒ뉴시스 경기도 파주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생하면서 전국에 내려진 일시 이동중지 명령이 해제된 지난해 9월 , 양돈농장에서 돼지를 실은 차량이 충북 청주의 한 도축장으로 이동하고 있다.ⓒ뉴시스
◇육류 가공품 수출 대부분 불가...제도개선, 외교 노력 등 정부 뒷받침 절실


식품업체들은 국내에서 생산한 제품을 수출하는 길이 막히면서 해외에 공장을 설립하거나 현지 기업을 인수하는 방법으로 수출 판로를 넓히고 있다. 국내 축산물 수출이 제한돼 있다는 이유에서다.


또 각 나라별 충족해야 하는 성분과 규격은 물론, 안전 및 위생 등의 기준이 다르다는 점도 수출 확대를 막는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


실제 한국 식품기업들의 HMR 수출 실적은 기대에 크게 못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수출액은 6000억원 수준으로 이는 200조원으로 추정되는 전세계 간편식 시장의 0.3%에 불과하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축산물을 해외에 수출하기 위해선 우리나라와 상대국이 ‘위생협정’을 맺어야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 2000년대 초반부터 구제역·돼지콜레라·아프리카돼지열병(ASF)을 포함한 가축 전염병이 꾸준히 발생하고 있어 수입을 원하는 국가가 극히 드문 상황이다.


이 때문에 일부 부위를 제외한 축산물과 육류를 활용한 가공식품(간편식) 수출은 거의 불가능하다. 육류를 활용한 가공식품의 경우엔 별도의 협정과 승인을 거쳐야 한다.


기업들은 수출을 위한 다양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현대그린푸드는 미국에 HMR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유통채널은 북미지역에 70여개 매장을 보유한 H마트다. 국내 중소기업이 제품을 생산해 수출한다. 미국 농무부(USDA)의 육류 성분 사용 기준에 맞춰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현대그린푸드 관계자는 “미국 수출을 위해 미국 농무부(USDA)가 정한 ‘육류 성분 사용 기준’인 육류 성분 2% 미만 사용을 충족하도록 오랫동안 식재료 컨설팅 등을 지원해왔다”며 “국내 중소기업 식품이 미국 등 해외에 진출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현지에 생산 공장 시설을 구축하기 어려울 경우엔 비건푸드나 대체육을 활용한 간편식으로 해외 시장을 공략하는 방법을 택하고 있다.


신세계푸드는 지난 7월 ‘올반 미트프리 만두’ 4종을 개발하고 북미와 호주 등에 수출을 시작했다. 육류인 고기를 대신해 두부, 버섯, 해산물, 채소 등을 넣은 미트프리 만두를 개발해 해외시장 공략에 나섰다.


최근에는 정부의 지원을 통해 수출이 성사되는 사례도 하나 둘 늘어나고 있다. 롯데푸드가 캔햄 '런천미트'를 싱가포르에 수출하게 된 사례가 대표적이다. 지난 5월 식품의약품안전처와 농림축산식품부는 싱가포르 식품청(SFA)의 김천공장 점검을 설득해 수출 허가를 받는 성과를 이뤘다.


롯데푸드 관계자는 “식품은 다른 공산품 보다 규제가 많고 복잡하다. 또 종교나 문화적 배경에 따라 수출이 어려운 경우도 많다”며 “요즘은 코로나19 영향으로 해외에서 들어오는 식품에 대해 더 꺼려하는 경향이 있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러나 정부기관과의 협업을 통해 이를 극복하기도 한다”며 “싱가포르는 해외 육가공품의 수입을 엄격히 규제하고 있어 기존에는 한국산 돈육 제품의 반입이 금지돼 있었다. 하지만 육가공 업계의 성장과 기업의 원활한 수출을 돕기 위해 나선 식약처와 농림부의 적극 행정에 힘입어 최근 문이 열렸다”고 덧붙였다.


지난 2월엔 국내 하림 공장에서 생산한 삼계탕 간편식을 캐나다에 수출하는 기회를 열기도 했다. 이 역시 캐나다 식품검사청(CFIA)과 지난 23년 동안 지속적인 협의과정을 통해 이뤄낸 결과다. 지난 3월 46톤을 시작으로 올해 연간 7톤의 물량이 캐나다로 수출될 예정이다.


이처럼 정부의 노력이 이어지고 있지만, 이를 더욱 확장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름을 알만한 식품 대기업은 해외 공장을 두고 있지만 영세한 기업에겐 수출의 기회조차 닿지 않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정부는 식품 수출 관련 예산을 늘려 중장기적 계획을 짜고, 각국 주요 바이어와 애로사항을 공유하는 등 해외지사·유관기관과 수출을 넓힐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업계는 강조하고 있다. 기업들의 노력에 정부의 지원만 더 뒷받침된다면 식품 수출 규모를 더욱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정운천 의원은 지난 12일 진행된 국정감사에서 “aT가 직접 나서서 영세 식품기업들의 물류부담을 줄이고, 마케팅 지원을 통해 업체들의 사업추진 여건을 개선하는 한편 제품에 대한 식품안전성 관리에 힘써 비관세장벽을 강화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19로 인해 HMR시장이 급격하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는 국산 농수산물을 활용한 HMR 제품의 수출에 힘써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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