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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가구 600만시대①] “혼밥족 잡아라”…1인 식객이 민폐? 아니 'VIP'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입력 2020.11.16 07:00 수정 2020.11.11 16:32

KB금융, 2020 한국 1인가구 보고서 발간…100명 중 12명 1인 가구

향후 5년간 매년 15만 가구씩 늘어나…2047년 30% 넘어설 전망

식품업계, 다양한 HMR 메뉴 및 소용량 사이즈 제품 출시에 가속도

외식업계, ‘혼밥환영’ 문구 써붙이기도…피자 등 맞춤 메뉴 구성

서울의 한 대형 마트에 간편식 제품들이 진열되어 있다.ⓒ뉴시스

1인가구 600만 시대, 두 집 걸러 한 집은 1인가구가 사는 세상이다. 매년 15만 가구씩 빠르게 늘면서 유통은 물론 식품, 외식업계도 새로운 소비층으로 떠오른 이들을 주목하고 있다. 1인가구 수요를 겨냥해 소포장 제품을 확대하고 1인 전용 식당도 증가하는 추세다. 온라인 쇼핑 시장도 1인가구 수요를 잡기 위해 새벽배송부터 모바일 장보기 등 편의성을 높인 서비스를 쏟아내고 있다. 1인가구가 주요 소비층으로 떠오르면서 변화하고 있는 유통가의 풍경을 3편에 걸쳐 조명해본다. [편집자주]


식품·외식업계가 1인가구 잡기에 주력하고 있다. 1인 가구나 싱글족이 증가하면서 식품업계는 가정간편식(HMR) 만들기에 두 팔을 걷어 붙였고, 전통적으로 1인 고객을 꺼려했던 외식업계도 이들을 겨냥한 브랜드와 메뉴 및 매장 분위기를 만드는 데 앞장서고 있다.


KB금융그룹이 한국 1인가구의 생활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발간한 ‘2020 한국 1인가구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한국의 1인가구 수는 약 617만 가구로 100명 중 12명이 1인 생활을 하고 있다.


한국의 1인가구는 향후 5년간 매년 약 15만 가구씩 증가해 2047년에는 전국 대부분의 지역에서 1인가구 비율이 30%를 넘을 것으로 전망됐다.


이런 분위기 탓에 식품업계의 움직임도 빨라졌다. 과거 가정간편식(HMR)이라고 하면 햇반, 라면 등 단촐했으나 지금은 상황이 바뀌었다. 홀로 한상을 차려 먹을 수 있는 국·탕·찌개 같은 한식부터, 중식과 양식에 이르기까지 소비자의 선택지가 크게 늘었다.


HMR 시장이 커지면서 프랜차이즈업체는 물론 유통업체까지 줄줄이 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치열한 경쟁은 브랜드 전쟁 형태로까지 나타났다. 혼밥이 대세가 되면서 구슬함박이나 의정부 부대찌게까지 골목 맛집의 HMR 시장 진출도 앞당겼다.


장류 시장도 바꿔놨다. 고추장, 된장 등 장류들은 하나만 넣어도 요리가 완성되는 ‘만능소스’로 변신했다. 편리미엄을 추구하는 1인가구 소비자들의 성향에 따라 쉽고 간편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사이즈 역시 대용량에서 소용량으로 탈바꿈했다.


제과업계에서는 제품 크기와 가격을 낮춘 과자를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성인 한 사람이 한 번에 먹는 평균 취식량이 감소하는 추세로 돌아서면서 이에 착안한 제품을 만들기 시작했다. 봉지과자는 한 손에 쏙 들어오는 소포장 사이즈로 재탄생했고, 비스킷의 경우에도 소포장·나눔포장 제품으로 대거 교체됐다.


아이스크림의 크기도 작아졌다. 가족끼리 둘러앉아 함께 나눠먹던 아이스크림 ‘투게더’가 대표적이다. 빙그레는 지난해 6월 1인 가구를 공략을 위해 투게더의 용량을 3분의 1 수준으로 줄인 ‘투게더 미니어처’를 내놓았다.


주류업계 역시 1인가구를 타깃으로 한 홈술 마케팅을 지속하고 있다. ‘혼밥’에 이어 ‘혼술’이라는 새로운 문화가 형성되면서 이러한 수요를 만족시키기 위해 혼자서 마시기 좋은 미니사이즈 주류 제품들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미니 캔 맥주와 팩소주는 물론 캔 막걸리까지 나왔다.


피자헛은 빠르게 늘고 있는 1인가구를 공략하기 위해 8인치 미니 피자를 판매하고 있다.ⓒ피자헛

외식업계 풍경도 크게 달라졌다. 일부 식당을 중심으로 ‘혼술·혼밥 환영’이라는 문구가 나붙은 업소들이 생기기 시작했고, 3~4인이 함께 먹는 음식이라는 인식이 강했던 외식 메뉴들도 저렴한 소포장 1인용 메뉴로 재구성됐다.


피자업계에서는 1인용 메뉴가 보편화되고 있다. 피자헛은 1인용 피자 판매 매장을 올해 들어 15개까지 늘리고 한 판에 5000~6000원대에 판매 중이다. 포테이토, 고르곤졸라 피자 등 주력 메뉴 8종을 1인용으로 내놨다.


서울 목동중앙점 등 일부 직영점에는 1~2인 테이블도 갖췄다. 젊은 고객이 쉽고 빠른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키오스크와 셀프 서비스를 접목시켜 리뉴얼 하는 작업에도 힘쓰고 있다.


패밀리레스토랑 역시 1인가구 증가 추세에 맞춰 배달과 HMR상품 제작으로 전략을 선회했다. 여럿이 레스토랑에 가야 즐길 수 있었던 스테이크, 샐러드, 파스타 등 빕스 시그니처 메뉴를 간편하게 즐길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외식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1인분만 시키면 ‘민폐’라는 부정적 이미지가 강했으나 최근에는 놓칠 수 없는 주요 손님으로 급부상했다”며 “HMR 출시는 물론 배달 등 다양한 자구책 마련을 통해 1인가구 수요를 잡기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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