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성비위' 일언반구 없던 박영선 출마선언…野 후보들 '십자포화'
입력 2021.01.26 15:39
수정 2021.01.26 16:07
오세훈 "'성범죄 발 못붙일 서울' 토론 기대해"
나경원 "피해자의 고통과 시민들의 분노 외면"
안철수 "이 선거 왜 생겼나. 양심 있다면 사과"
조은희 "여성 리더로 소신 있다면 출마 말아야"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공식 출마선언을 하면서 보선의 원인인 박원순 전 시장의 권력형 성비위 의혹에 대해 일언반구 사과나 언급을 하지 않은 것을 놓고, 야권의 서울시장 후보군들이 일제히 "실망스럽다" "슬픈 날" "출마를 환영하고 싶지만 도저히 그럴 수 없다"며 십자포화를 퍼부었다.
오세훈 전 서울특별시장은 26일 오후 서울 독산동 경복상운을 찾아 택시운수업계의 어려움을 들은 뒤, 기자들과 만나 "박영선 장관의 출마선언문을 잘 봤는데, 실망스러운 것은 이 선거가 왜 치러지느냐에 대한 성찰이 빠져 있다는 점"이라며 "권력형 성범죄에 대해 어떠한 강력한 의지를 표명해도 부족한 상황인데, 민주당 후보로 나오면서 단 한 마디의 언급도 사과도 없었다는 것을 시민들이 눈여겨봤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앞서 박영선 전 장관은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관에서 공식 출마선언을 했다. 박 전 장관은 출마선언에서 서울을 '21분 콤팩트 도시'로 재편하겠다는 등의 많은 청사진을 제시했지만, 박원순 전 시장의 권력형 성비위 의혹을 언급하거나 사과하지는 않았다.
이에 대해 오세훈 전 시장은 "최근 정의당에서 또 비슷한 일이 생겨서 많은 시민들이 놀랐을 것"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출마선언을 하면서 그 부분에 대해 언급조차 없었다는 것에 박영선 후보의 속내를 짐작케 한다"고 혀를 찼다.
그러면서 박영선 전 장관을 향해 "앞으로 선거 과정을 통해 다시는 이런 권력형 성추행·성범죄가 발붙이지 못하는 서울시를 어떻게 만들지 깊이 있는 토론을 기대하겠다"고 은근한 압박을 가했다.
나경원 국민의힘 전 원내대표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조은희 서초구청장 등 야권의 다른 서울시장 유력 후보군들도 박 전 장관의 '사과 없는 출마선언'에 일제히 비판을 가했다.
나경원 전 원내대표는 이날 SNS에 "짧게라도 (박원순 피해자에게) 미안함을 전하지 않을까 기대했으나 결국 듣지 못했다"며 "박 후보는 진실을, 피해자의 고통을, 시민의 분노와 실망을 차갑게 외면했다"고 성토했다.
그러면서 "이번 재·보궐선거의 원인을 제공한 전임 시장이 같은 민주당 소속이라 후보로 나서는 것만으로도 몰염치한데, 기어이 나서고서도 어찌 '그 사건'을 모른 척 할 수 있단 말이냐"며 "오늘은 박 후보의 출마선언으로 기쁜 날이기도 하지만 참으로 슬픈 날"이라고 토로했다.
안철수 대표는 이날 오전 서울시선관위에서 예비후보로 등록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왜 생겼느냐. 전임 시장의 성 추문 때문에 생긴 것 아니냐"며 "(박영선 전 장관은) 양심이 있다면 이 문제에 대해서 입장을 밝히고 사과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조은희 구청장도 "대한민국의 여성 리더로서 민주당이 '성범죄자들 보유당'이라는 오명을 씻어야 한다는 한 점의 소신이라도 남아있었다면 출마를 하지 말았어야 했다"며 "출마를 환영하고 싶지만 도저히 그럴 수가 없다"고 일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