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영어의 몸으로 또 재판...삼성, 총수 부재 속 비상경영
입력 2021.01.18 16:37
수정 2021.01.18 16:39
경영권 승계 재판 조만간 본격화...끝없는 사법 리스크
경영 차질 속 투자·M&A 난망...‘잃어버린 10년’ 현실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재구속된 가운데 경영권 승계 재판을 앞두고 있어 사법리스크는 더욱 가중될 전망이다.
삼성은 총수 부재 속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할 것으로 보이는게 경영 차질과 함께 투자와 인수합병(M&A) 등 굵직한 결정들이 어려워지면서 잃어버린 10년이 현실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18일 재계와 법조계 등에 따르면 이재용 부회장이 이날 국정농단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다시 수감되면서 구속 상태에서 새로 시작하는 경영권 승계 재판을 받게 됐다.
◆ 이재용, 재구속과 새 재판으로 사법리스크 10년 채우나
경영권 승계 재판은 지난해 9월 검찰이 이 부회장을 기소하면서 시작됐다. 검찰은 지난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이 부회장의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를 위해 이뤄졌으며 이 부회장 역시 이를 인지하고 해당 사안에 지시하거나 관여했다고 판단했다.
앞서 지난 6월 외부전문가로 구성된 검찰 수사심의위원회가 10대 3의 압도적 표 차로 이 부회장에 대한 수사중단과 불기소를 권고했음에도 검찰이 기소를 강행하면서 무리수라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지난해 10월 1차 공판준비기일이 진행된 상태로 당초 지난 14일 2차 공판준비기일이 열릴 예정이었으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 등을 고려해 일정을 연기했다. 내달 중 추후 일정을 다시 공지할 예정으로 3~4월 중에는 다시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으로서는 구속 상태에서 새 재판을 받게 되면서 그만큼 사법리스크가 가중될 수 밖에 없게 됐다.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선고로 2년6개월의 징역형을 선고받은 가운데 앞서 치른 1년(2017년2월~2018년 2월)을 제외한 1년6개월의 형기를 채워야 하는 상황이다.
특히 경영권 승계 재판의 경우, 사안의 복잡성으로 인해 국정농단 재판(4년)보다 기간이 더 길어질 수 있는 상황이다. 국정농단 수사가 시작된 지난 2016년 말부터 이 부회장에게 리스크가 발생한 것을 감안하면 잃어버린 10년이 현실화될 수 있는 상황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이재용 부회장으로서는 경영권 승계 재판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파기환송심 결과로 재구속되면서 사법리스크 부담이 더욱 커질 수 밖에 없게 됐다”며 “글로벌 기업인에게 너무 무거운 사법적 족쇄가 채워지는 것 같다”며 우려했다.
◆ 삼성. 3년만에 다시 비상경영체제...커지는 위기 파고
3년만에 다시 총수 부재 상황에 직면한 삼성은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하게 됐다. 삼성은 지난 2017년 2월 이 부회장이 처음 구속되면서 계열사별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한바 있다.
그로부터 1년 후인 지난 2018년 2월 이 부회장이 항소심에서 집행유예형을 선고받고 풀려나면서 이 부회장과 전문경영인이 상호 보완적인 역할을 하는 체제로 변모했지만 3년만에 다시 계열사별 대응 체제로 전환해야 하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일단 총수의 재구속으로 삼성은 당분간 계열사별로 대응하는 방식으로 회사 경영을 지속할 수 밖에 없게 됐다. 과거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되면서 그룹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 온 미래전략실이 해체된 후 삼성전자에 신설된 사업지원태스크포스(TF)가 계열사 간 조율이 필요한 사안을 지원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제 2의 미전실이 아니냐는 비판 속에서 미전실보다 역할 및 권한이 대폭 축소돼 적극적인 구심점 역할을 하는데 한계가 있어왔던데다 총수인 이 부회장마저 구속되면서 입지가 더욱 축소될 수 밖에 없는 처지에 놓일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사실상 컨트롤타워가 없는 현실에서 총수 부재 상황까지 겹치면서 핵심사안에 대한 결정은 이뤄지기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삼성은 전문경영인 체제가 잘 갖춰져 있어 일상적인 경영에는 무리가 없지만 대규모 투자나 M&A 등 굵직한 사안에 대한 최종 의사결정은 총수가 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삼성의 대형 M&A는 지난 2016년 10월 미국 자동차 전장부품업체 하만 인수(80억달러) 이후 대가 끊긴 상황이다.
지난 2018년 8월 발표된 180조 투자·4만 명 채용, 2019년 4월 발표된 시스템반도체 비전 2030(2030년까지 시스템반도체 분야에 총 133조 투자·1만5000명 채용) 등은 이 부회장이 모두 현직에서 경영활동을 할 때 이뤄진 것들이다.
특히 부친인 고 이건희 회장이 지난해 10월 별세하면서 이재용 부회장 체제를 더욱 공고히 해야 할 시점에서 총수 부재 현실에 직면하게 되면서 위기감은 더욱 커질 수 밖에 없게 됐다.
이 부회장이 추진하던 미래 신성장 사업 발굴 및 확대를 통한 ‘뉴삼성’으로의 변화와 혁신 동력도 상실될 위기에 처할 것이라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와 미·중 무역갈등 심화 등 대내외 경영 불확실성이 증대되고 위기의 파고가 한층 거세지고 있는 현실에서 총수 부재로 인한 대응능력 약화가 다시는 돌이킬수 없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섞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글로벌 경영환경이 어떻게 변화할지 전혀 예측할 수 없다는 점에서 우려는 더욱 클 수 밖에 없다”며 “곧 태풍이 다가오는 망망대해에 선장 없는 배가 에 떠 있는 것과 다를바 없다”며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