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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금융 부실채권 급증…글로벌 영역 확대 '그림자'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입력 2021.01.12 06:00
수정 2021.01.11 10:13

고정이하여신 2조원 돌파…5대 금융그룹 가운데 유일

동남아 계열사 인수 탓…해외 비즈니스 건전성 과제로

국내 5대 금융그룹 고정이하여신 추이.ⓒ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KB금융그룹의 부실채권이 한꺼번에 5000억원 가까이 불어나면서 국내 5대 금융그룹들 중 유일하게 2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아세안 현지의 금융사들을 사들이는 과정에서 이들이 품고 있던 대량의 악성 자산도 함께 떠안게 된 탓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팬데믹 장기화로 금융시장의 불안이 계속되는 가운데 이 같은 글로벌 자산을 둘러싼 건전성 관리는 KB금융의 새로운 숙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1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KB·신한·하나·우리·NH농협금융 등 5개 금융그룹들이 보유한 고정이하여신은 총 7조5647억원으로 전 분기(7조3992억원) 대비 2.2%(1655억원)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고정이하여신은 금융사가 내준 여신에서 3개월 넘게 연체된 대출을 가리키는 말로, 통상 부실채권을 분류할 때 잣대로 쓰인다. 금융사들은 대출 자산을 건전성에 따라 ▲정상 ▲요주의 ▲고정 ▲회수의문 ▲추정손실 등 다섯 단계로 나누는데 이중 고정과 회수의문, 추정손실에 속하는 부분을 묶어 고정이하여신이라 부른다.


금융그룹들 중 가장 눈에 띄는 부실채권 흐름을 보인 곳은 KB금융이었다. 같은 기간 KB금융의 고정이하여신은 1조6618억원에서 2조1110억원으로 27.0%(4491억원)나 늘며 최대를 기록했다. 5대 금융그룹들 중 이 기간 고정이하여신이 증가한 곳은 KB금융뿐이었다.


즉, 금융그룹들의 부실채권이 전반적으로 확대돼 보이는 이유도 KB금융 때문이란 얘기다. 실제로 다른 곳들의 고정이하여신은 일제히 감소세를 나타냈다. 신한금융은 1조9087억원에서 1조8085억원으로, 하나금융은 1조3022억원에서 1조2677억원으로 각각 5.3%(1002억원)와 2.6%(345억원)씩 관련 금액이 줄었다. 농협금융 역시 1조3213억원에서 1조2398억원으로, 우리금융은 1조2052억원에서 1조1378억원으로 각각 6.2%(815억원)와 5.6%(674억원)씩 고정이하여신이 감소했다.


이처럼 코로나19로 인한 충격이 계속되는 와중에도 대부분 금융그룹들이 부실채권을 축소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정책적 요인이 자리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초부터 코로나19 금융지원이라는 이름으로 금융사들에게 적극적인 대출 만기 연장과 이자 상환 유예를 주문해둔 상태다. 코로나19로 일시적 어려움에 빠진 서민들의 금융비용 부담을 줄여줘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이로 인해 대출 연체가 억제되면서 금융사들의 여신 건전성에 개선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런 반사효과에도 불구하고 KB금융의 부실채권이 홀로 늘어난 배경에는 글로벌 비즈니스 확장의 영향이 자리하고 있다. KB금융은 지난해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해외 사업 확대에 적극 나서면서 잇따라 현지 금융사를 인수했다. KB금융은 지난해 KB국민은행을 통해 캄보디아 금융사인 프라삭 마이크로파이낸스를 인수했고, 인도네시아에서는 부코핀 은행의 지분을 사들였다. 아울러 다른 주요 계열사들도 동남아시아 현지 법인 설립과 지분 인수 등을 통해 글로벌 영업망을 대폭 확대한 상태다.


문제는 이들 국가가 우리나라에 비해 금융 리스크가 큰 신흥국 시장으로 평가된다는 점이다. 그리고 인수한 금융사들이 갖고 있던 부실채권을 따져 보니 정말로 그 액수가 상당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최근 3분기 실적을 공개하던 지난해 10월까지만 해도 KB금융은 고정이하여신이 1조6555억원에 그쳤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그런데 그 이후 새로 편입된 해외 계열사들의 고정이하여신을 처음으로 그룹 회계에 합산해보니, 현재처럼 부실채권 규모가 늘어났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KB금융 관계자는 "지난해 인수한 계열사들의 고정이하여신이 3분기에 그룹 연결 재무제표에 합산되면서 일시적으로 관련 금액이 증가했다"며 "금융사의 사업이 확장되면서 고정이하여신이 늘어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고, 충분히 관리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로 인해 KB금융의 여신 건전성 지표는 이전보다 확연히 나빠진 실정이다. 지난해 상반기 말 까지만 해도 KB금융의 전체 여신에서 고정이하여신이 차지하는 비중은 0.46%로, 5대 금융그룹 평균(0.47%)보다 낮게 관리돼 왔다. 그러나 3분기 말 고정이하여신 비율은 0.56%로 0.10%포인트 상승하면서, 단숨에 조사 대상 금융그룹들 중 최고로 올라서게 됐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경계심을 늦춰서는 안 될 상황이란 지적이 제기된다. 전 세계적인 코로나19 확산이 계속되며 금융시장의 불안이 지속되고 있는 만큼, 언제 어디서든 부실채권이 갑작스레 불어날 수 있다는 경고다. 특히 신흥국의 경우 이런 불안정성이 더 클 수 있어 한층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조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KB금융의 글로벌 비즈니스 규모가 아직 경쟁 금융그룹들에 비해 작은 편인데도, 이와 연계된 부실채권의 악영향이 도드라져 나타나는 현실은 분명 주의 깊게 들여다봐야 할 대목"이라며 "최근 몇 년 간 국내 금융그룹들의 아세안 시장 진출이 활발했던 만큼, 코로나19 이후 현지 금융 여건의 변화에 따른 여파를 다시 한 번 체크해 봐야 할 때"라고 전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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