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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경제 1년⑨] 금융지주, 저금리 역풍 뚫고 미래 도약 '시동'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입력 2020.12.28 06:00
수정 2020.12.24 14:19

경영 여건 악화·펀드 손실 사태에도 실적 선방 '안도'

'위기를 기회로' 포스트 코로나 혁신 청사진 '본궤도'

국내 대표 금융지주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에 따른 저금리 역풍을 딛고 미래를 위한 도약에 본격 시동을 걸고 있다.ⓒ픽사베이

국내 대표 금융지주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사태와 그로 인한 저금리 역풍 속에서도 대체로 실적 선방에 성공하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 특히 낮은 금리의 반사이익을 누리며 인기를 끌던 펀드 상품들이 잇따라 대규모 손실에 휩싸이면서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지만, 이를 빠르게 수습하며 위기를 넘긴 순간은 올해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으로 남을 전망이다. 이제 금융그룹들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준비하며 미래를 위한 도약에 본격 시동을 걸고 있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KB·하나·우리·NH농협금융 등 5개 금융그룹들이 올해 3분기까지 거둔 당기순이익은 총 10조5341억원으로 전년 동기(10조7736억원) 대비 2.2%(2395억원)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다만, 금융그룹별로 보면 우리금융을 제외한 나머지 4개 금융그룹들은 모두 1년 전보다 나아진 성적을 거둔 모습이다.


우선 신한금융의 당기순이익은 같은 기간 2조8960억원에서 2조9502억원으로 1.9%(542억원) 늘며 선두 자리를 지켰다. 이어 KB금융의 당기순이익 2조7771억원에서 2조8779억원으로 3.6%(1008억원) 증가하며 신한금융의 뒤를 바짝 뒤쫓았다. 또 하나금융 역시 2조411억원에서 2조1044억원으로, 농협금융도 1조3937억원에서 1조4608억원으로 각각 3.1%(633억원)와 4.8%(671억원)씩 당기순이익이 늘었다. 반면 우리금융은 당기순이익 1조6657억원에서 1조1408억원으로 31.5%(5249억원)나 줄었다.


금융그룹들의 이 같은 순이익 흐름은 올해 실적 개선이 쉽지 않을 것이란 당초 관측을 다소 벗어난 결과다. 금융권에서는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한 기준금리가 올해 코로나19를 기점으로 마침내 제로금리까지 급락하면서 금융그룹들의 성적도 악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봤다. 기준금리가 낮아지면 은행 이익의 중심이 이자 마진 축소가 불가피한 만큼, 금융그룹 전반의 수익성도 나빠질 것이란 예상이었다.


한국은행이 본격적으로 기준금리를 떨어뜨리기 시작한 건 지난해부터다. 코로나19 이후 국내 경제의 침체가 심화하자 금리 인하를 통한 경기 부양에 나선 모양새다. 한은은 지난해 7월 1.75%였던 기준금리를 1.50%로 내려 잡았다. 이로써 한은의 통화정책 방향은 2017년 11월 금리인상 이후 20개월 만에 다시 금리인하 쪽으로 바뀌게 됐다. 이어 한은은 같은 해 10월에도 기준금리를 1.50%에서 1.25%로 내리면서 조정을 가속화했다.


이 정도가 바닥일 줄 알았던 한은 기준금리는 올해 코로나19 충격으로 다시 한 번 내리막길을 걷게 됐다. 한국은행은 지난 3월 코로나19 여파가 본격 확대되자 기준금리를 1.25%에서 0.75%로 한 번에 0.50%포인트 인하하는 이른바 빅 컷을 단행했다. 우리나라의 기준금리가 0%대까지 떨어진 건 올해가 처음이다. 이어 한은이 5월에도 0.25%포인트의 추가 인하를 결정하면서 현재 기준금리는 0.50%로 역대 최저치를 다시 한 번 경신한 상태다.


이런 와중 은행 등 주요 계열사에서 터져 나온 대규모 펀드 피해는 올해 금융그룹에게 있어 최대 악재였다. 저금리로 인해 투자처 찾기가 마땅치 않아지면서 그 대안으로 펀드 상품에 대한 고객들의 관심이 커지던 타이밍이었던 만큼 파장이 더욱 클 수밖에 없었다. 아울러 금융그룹이 전략적으로 예대 마진에 대한 의존을 줄이고 투자 상품 판매를 통한 비이자이익 확대에 주력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타격이 상당했다.


하지만 이런 펀드 사태는 전화위복의 계기가 됐다. 금융당국의 권고를 따라 금융그룹들은 저마다 피해고객들에 대한 보상에 나섰고, 동시에 펀드 판매 과정을 둘러싼 내부 통제 시스템을 대대적으로 손보면서 불완전판매 차단에 열을 올리는 모습이다. 아울러 펀드 판매 실적에 과도한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내부 구조가 부작용을 키운다는 지적에 따라 직원에 대한 성과평가제도를 대대적으로 손 본 점도 올해 펀드 논란이 금융권에 가져온 큰 변화 중 하나다.


이제 금융그룹들의 시선은 코로나19 이후로 향하고 있다. 코로나19를 촉매제로 언택트 문화가 급속도로 확산되면서, 금융지주들이 그룹 차원에서 추진해 오던 디지털 혁신에는 한층 힘이 실리게 된 모양새다. 온라인과 모바일을 통해 고객들이 훨씬 편리하게 금융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플랫폼 혁신은 금융사의 경쟁력을 가를 핵심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좀 더 먼 미래를 내다보는 경영 방식에 대한 금융그룹들의 고민도 금융권의 문화를 바꾸고 있다. 금융그룹들은 올해 들어 본격적으로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을 키워드로 삼고, 이를 발전시키기 위한 각종 실험에 나섰다. ESG는 기업의 경영에 있어 재무적 성과만을 판단하던 전통적 방식에서 벗어나, 장기적 관점에서 기업 가치와 지속가능성에 영향을 주는 비재무적 요소를 충분히 고려하겠다는 국제적 움직임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올해는 여러 측면에서 금융권이 위기와 기회를 동시에 마주한 한 해로 기억될 것"이라며 "이제 포스트 코로나에 대비하기 위한 움직임이 분주해지지는 가운데 다양한 분야의 계열사를 품고 있는 금융그룹들의 역할이 더욱 부각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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