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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재의 금융노트] 금융위원장은 왜 상석을 내줬을까

이충재 기자 (cj5128@empal.com)
입력 2021.01.11 07:00
수정 2021.01.10 20:11

'증권시장개장식'에 정무위원장 등장하자 거래소이사장을 가운데자리로

정치권 과도한 개입에 '일침' 해석도…"정치인 더는 기웃거리지 말아야"

4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2021 증권·파생상품시장 개장식'에서 김환식 코넥스협의회 회장(왼쪽부터), 정구용 상장회사협의회 회장, 윤관석 국회 정무위원회 위원장,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 은성수 금융위원회 위원장, 나재철 금융투자협회 회장, 정재송 코스닥협회 회장 등 참석자들이 박수를 치고 있다. ⓒ한국거래소


퀴즈하나. 금융권 행사에 금융위원장과 한국거래소이사장, 금융투자협회회장이 참석하면 누가 상석에 서야할까.


금융권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쉽게 답을 찾을 수 있는 문제다. 금융위원장이다.


금융위원장은 금융 정책과 감독을 총괄하는 사령탑으로 관련 행사에서 중앙에 서는 것이 일반적이다.


금융위원장은 금융 정책과 감독을 총괄하는 사령탑이자 장관급 인사로, 금융권 행사에서 의전서열 1순위로 꼽힌다.


퀴즈의 난이도를 높여 보자. 해당 행사에 국회의원이 참석하면 어떻게 될까.


일단 금융위원장의 입지가 밀리게 된다. 장관급이지만, 선출된 권력인 '수퍼갑'의 위치에 있는 국회의원이 등장하면 상석을 내줘야 뒤탈이 없기 때문이다.


자본시장행사에 나타난 '불청객'에 주인공 자리 내주지 않아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2021 증권·파생상품시장 개장식'에서는 이례적인 장면이 연출됐다.


금융‧증권 주요 인사들이 참석하는 자리에 난데없이 정치인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금융위와 거래소를 피감기관으로 둔 국회 정무위원회 윤관석 위원장이다. 최근 10년 사이 '증권·파생상품시장 개장식'에 정무위원장이 참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렇다고 자본시장 출발을 알리는 행사의 주인공 자리를 정치인에게 내줄 수는 없었다. 결국 상석인 정중앙에는 한국거래소 수장인 손병두 이사장이 서고, 양옆으로 윤관석 정무위원장과 은성수 금융위원장 등이 서는 구도를 만들었다.


행사의 성격을 떠나 '국가 의전서열 순위'로 따져도 이례적인 그림이다. 국회 정무위원장은 국가의전서열로 하면 36위로, 금융위원장(56위) 보다 한참 위다. 국정감사 시즌에는 한쪽이 호통을 치고, 한쪽은 일방적으로 지적을 받는 갑을관계다.


정치금융 가속화될수록 금융권 저항도 커질 수 있다는 방증


여의도는 정치중심지인 국회가 있는 서여의도와 금융사가 채우고 있는 동여의도로 나뉘는데, 가운데 있는 여의도 공원이 일종의 경계다. 지향점은 달라도 서로 이 경계를 넘지 않는 것이 그간 불문율이었다.


금융권 시각에선 윤 위원장이 코스피지수 3000시대를 여는 상징적 자리에 나타난 불청객이자 불문율을 넘어선 것이었다.


이를 두고 금융‧증권시장에선 "자본시장 최대 이벤트에 정치인을 가운데 둘 순 없다는 확고한 의지가 반영된 것", "은성수 위원장이 상석을 포기하면서 만들어낸 그림"이라는 얘기가 나왔다.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불거진 '정치금융‧정피아'(정치인+마피아)논란과 맞물려 정치인이 더는 기웃거리지 말라는 일종의 일침이라는 해석도 돌았다. 금융권의 소리 없는 저항도 커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정치금융이 가속화될수록 금융이 정치를 밀어내는 장면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이충재 기자 (cjle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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