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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외관계 확대발전'시킬 김정은의 동아줄, '한미'일까 '중러'일까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입력 2021.01.08 14:23 수정 2021.01.08 14:33

통일부, "동향 지켜보겠다"면서도

유화 메시지 기대하는 분위기

'전제조건'인 '조성된 형세' 감안하면

'신중한 접근'할 가능성

8일 조선중앙통신은 전날 제8차 노동당대회 3일차 회의가 진행됐다고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

북한이 제8차 노동당대회 3일차를 맞아 '대남문제 고찰'과 '대외관계 확대발전'을 언급하면서도 구체적 방안 및 세부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남북관계 개선을 바라는 문재인 정부는 내심 유화 메시지를 기대하고 있지만, 북한이 '조성된 형세'와 '변천된 시대적 요구'라는 전제 조건을 언급한 만큼 섣부른 낙관은 금물이라는 지적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8일 "북한이 '대남분야 고찰'과 '대외관계 전면적 확대발전'을 언급했지만 구체적 내용은 아직 공개하지 않았다"며 "관련 동향에 대해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전날 사업총화보고(결산보고)에서 "조성된 형세와 변천된 시대적 요구에 맞게 대남문제를 고찰하였으며 대외관계를 전면적으로 확대발전시키기 위한 우리 당의 총적방향과 정책적 입장을 천명하였다"고 전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측이 남북관계에 있어 '문제'라는 표현을 사용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북한 매체의 논평을 언급하며 "북한이 과거 남북관계를 '북남관계 문제'로 언급한 사례는 있었다"면서도 "'대남문제'라는 표현은 처음 사용한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해당 당국자에 따르면, 북한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은 지난해 10월 29일자 논평에서 "묻건대 북남관계 문제에 수십 년 동안이나 몸담아왔다고 자부하는 사람이 북남 사이의 모든 문제를 푸는 근본 열쇠가 우리 민족끼리 서로 힘을 합쳐 자주적으로 해결해나가는데 있다는 것을 과연 모른단 말인가"라고 했었다.


통일부가 '관련 동향을 지켜보겠다'면서도 북측이 '우리민족끼리의 자주적 해결'을 언급한 논평을 굳이 콕 집어 제시한 것은 대남 유화 메시지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지난 4일 발표한 신년사에서 "북한이 우리에 대해 보다 긍정적인 대화와 협력의 메시지를 보내오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의 홍민 북한연구실장은 "남북관계를 '문제'로 인식한 것은 주목할 부분"이라며 "기존의 원론적인 합의 이행, 대화나 교류협력 제안 이상의 '관계 재설정'이나 '파격적 제안'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자료사진) ⓒ평양사진공동취재단
대남문제에 대해선 '고찰'
구체적 대남 제안 가능성 낮다는 평가


하지만 북한이 대남문제에 있어 '조성된 형세'와 '변천된 시대적 요구'라는 전제 조건을 내건 것은 '신중한 접근'을 시사한다는 평가도 나온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대북제재, 코로나19와 북미관계 교착 장기화 가능성 등을 고려했을 때 구체적인 대남 제안 가능성은 커 보이지 않는다"며 "대남문제는 그냥 '고찰하였다'고만 했다. 이는 신중하게 접근하겠다는 의도를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다만 임 교수는 "문재인 정부가 대북전단살포금지법 제정 등으로 남북합의 이행에 노력하고 있는 점 등을 감안해 4·27 판문점 선언, 9·19 평양공동선언 등에 대한 합의이행 의지 등을 밝힐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변천된 시대적 요구'라는 표현은 군사 강국으로서 남측과 외부로부터 끌려다니지 않고 자주적으로 대남·대외관계를 이끌어나가야 한다는 인민들의 바람을 뜻한다"며 "자신들의 필요에 따라 남북관계 주도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남북관계에 있어 '조성된 형세'와 '변천된 시대적 요구'를 따져보겠다는 것은 "남북이 서로 남남으로 가자는 뜻일 수 있다"고 말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자료사진) ⓒ노동신문/뉴시스
美 언급 없이 "대외관계 확대발전"
"중·러 밀착 가능성…깜짝 제안할 수도"


북한이 미국을 거론하지 않고 대외관계라는 '포괄적 표현'을 사용한 데 집중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임을출 교수는 "대남관계와는 달리 대외관계는 '전면적으로 확대발전시키겠다'는 방향과 입장을 천명했다"면서도 "이는 대미관계만을 지칭한 것으로 보기는 어려워 보인다. 중국, 러시아, 동남아 등 기타 우호국과의 관계 개선에 보다 집중하겠다는 정책방향을 밝힌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조만간 출범할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노선이 불분명한 데다 미중갈등 국면 역시 지속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북한으로선 '모험'보다는 '안정'을 추구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다만 임 교수는 "대외관계를 '전면적으로 확대발전시키겠다'는 표현은 다소 이례적"이라며 "우리가 예상하지 못한 깜짝 대미제안의 가능성도 열어 놓고 지켜봐야 할 듯하다"고 밝혔다.


김동엽 교수는 대외관계에 있어 "미국에만 기대하지 않겠다는 취지로 읽힌다"며 "중국, 러시아 등 이해관계를 같이 하는 국가를 중심으로 (대외관계를) 다변화해 보편적 국제사회 규범에 맞는 국가의 대외관계를 확장해 간다는 의미로 해석한다"고 말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자료사진) ⓒ신화/뉴시스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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