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경선 100%' 좋긴 한데…성난 당원 민심 수습 과제
입력 2021.01.08 11:48
수정 2021.01.08 11:48
국민의힘, 서울·부산시장 보궐 모두 '100% 시민경선' 확정
당원 의견 배제에 불만 표출 분위기…지도부 스킨십 필요해
"서운함 느낄 수 있을지 모르지만 대의 인식하실 거라 생각"
서울은 '특수한 경우'지만 부산은?…비율 변경 목소리 꾸준히 제기
국민의힘의 4·7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후보선출 경선 방식이 일반 시민 여론조사 결과를 100% 반영하는 완전한 '시민경선' 체제로 가닥이 잡혔다. 유권자 정서 반영과 정치 신인 진입 장벽 완화 등의 명분을 위해 내린 결정이라는 게 지도부의 입장이지만 당의 의사 결정 과정에서 배제된 당원들로부터 반발이 쏟아질 것으로 우려된다.
8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의에서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후보를 선출하는 데 있어 예비경선에서 당원 투표 20%, 시민 여론조사 80%를 반영한 뒤 본경선은 시민여론조사 100%로 하는 방안을 공관위원 만장일치로 의결했다고 밝혔다.
당 공천관리위원회가 이 같은 결정을 내린 배경에는 위와 같은 원론적인 명분에 더해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및 금태섭 전 의원 등 당 밖의 범야권 인사가 서울시장 출마 의사를 밝힌 데 따른 불가피성이 있다.
선거 승리를 위해 야권 단일화가 필수 과제인 상황에서 안 대표가 국민의힘 입당 후 경선 내지 범야권 통합경선에 손해 보지 않고 참여할 수 있게끔 유인책을 열어둔 것이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및 정진석 공천관리위원장 등 국민의힘 지도부가 지속적으로 안 대표의 입당 혹은 당대당 통합을 요구하고 있는 데 대해 안 대표가 미적지근한 반응을 보이고 있어 경선의 큰 틀에는 변화가 있을 가능성이 있지만, 결국 세부적인 방식은 100% 시민 여론조사로 귀결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문제는 당의 전체 조직을 지탱하는 근본이면서도 정당의 존재 이유라 할 수 있는 선거에 임하는 과정에서 적극적인 의사를 개진할 수 없게 된 당원들의 자존심 문제다. 국민의힘 당비를 정기적으로 납부하는 당원에게는 '책임당원'이라는 명칭이 부여되는데, 정작 당원으로서 책임감을 발휘해야 할 문제에서 철저히 배제된 모양새가 되는 탓이다.
한 서울지역 당협 관계자는 이날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학창시절 전교회장선거에 각 반에서 1명씩 출마하기로 했는데, 한 반 후보를 선출하는 과정에서 그 반 학생들이 아닌 전교생의 의견이 더욱 반영되는 것 아닌가"라며 "서울의 경우 특수한 현재 상황을 이해 못 하는 바는 아니지만, 소속감 면에서 조금 소외되는 느낌이 드는 것은 사실"이라고 언급했다.
후보 선출 과정에서 당원의 의견을 배제하는 데 따른 불만은 이미 지난해 4·15 총선에서 '완전국민경선제'를 도입했던 '김형오 공관위' 때도 여러 차례 불거진 바 있다. 총선 참패 후 당 자체적으로 전반적인 선거 과정을 되짚어 보기 위해 작성한 '총선백서'에서는 참패 이유 중 하나로 "공천에 아무도 책임지지 않으려 한다", "현장을 순회하는 동안 많은 사람들로부터 공천 실패에 대한 원성, 비판을 들었다"는 내용이 적시된 바 있다.
따라서 본격적인 경선이 시작되기 당원들의 불만을 달래는 지도부의 스킨십이 필수적이라는 평가다. 정진석 공천관리위원장은 이날 공관위 회의 직후 취재진과 만나 당원들의 반발 기류에 대한 질문에 "당원들 입장에서 다소간 서운함을 느낄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이번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의 대의가 어디있는지 정확하게 인식하고 계실거라 생각하고, 대의를 쫓아가는 다짐으로 공관위를 운영하겠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답했다.
서울시장 출마가 확정적인 나경원 전 의원은 같은날 MBC라디오 '시선집중'에 출연해 100% 시민 여론조사 방식에 대해 "당을 지켜 오신 당원 여러분께는 굉장히 죄송하다"며 "현실적으로 안철수 후보와 꼭 같이하자는 당의 강한 의지 표현으로, 그럴 수밖에 없는 부분이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하지만 서울과 달리 국민의힘 후보군 위주로 열리는 부산시장 선거에서만큼은 '분리경선제도'를 통해 부산지역 당원들의 민심을 보다 반영하는 과정을 담보하고, '특수한 상황 때문'이라는 서울 지역 경선룰 변경의 당위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부산시장 출마를 선언한 박민식 전 의원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당원은 핫바지가 아니고, 힘들 때 당을 지킨 당원들에게 투표권을 보장해야 한다"며 "이번 서울시장 선거와 같이 특별한 정무적 판단이 필요할 때 예외적으로 특례규정을 적용할 수 있으나 부산시장 보궐선거 당내후보 경선은 원래의 기본원칙에 맞게 현행 당헌당규 50:50에 따라 진행해 주기 바란다"고 요구했다.
그는 "지금 서울과 부산의 선거상황이 너무나 판이하기 때문에 맞춤형으로 경선룰을 만들 필요가 있다"며 "정권교체를 위해 대통합을 해야 한다는 주장은 백번 옳은 주장이지만 사실 서울시장 후보 결정을 위한 것으로, 부산의 경우는 원칙으로 돌아가는 게 맞다. 당원들의 선거권을 사실상 무시하면서 꼭 100% 국민경선을 하는 것이 부산의 중도표 확장에 얼마나 도움이 될런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박 전 의원은 "꼬박꼬박 당비 납부하고, 당이 어려울 때 풍찬노숙하면서 문재인 정권과 싸우고, 한결같이 동고동락했던 수많은 당원들이 지금 엄청난 상실감과 허탈감을 토로하고 있다"며 "당헌당규의 원칙규정을 따라서 당의 주인인 당원동지들의 정당한 선거권을 보장하고, 그럴 때 더욱 역동적인 에너지를 결집시켜 대선필승의 든든한 발판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