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금호,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M&A로 오너 경영 재편 속도
입력 2021.01.03 06:00
수정 2020.12.31 17:24
한진, 조원태 회장 체제 강화 속 조현민 부사장 역할 증대 주목
금호, 박세창 사장 항공 떼고 건설·교통으로 새로운 출발 모색
대표적인 양대 항공 기반 그룹이었던 한진과 금호그룹이 주력계열사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간 인수합병(M&A) 작업이 본격화되면서 오너 경영 체제 재편도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진그룹은 조원태 회장이 항공관련 계열사를 중심으로 그룹 전반의 경영을 맡고 동생인 조현민 부사장이 종합물류기업 (주)한진 등 비항공 계열사의 경영에 참여하는 식으로 역할 분담 체제가 가속화될 전망이다.
지난달 30일 단행된 한진그룹 인사에서 조현민 (주)한진 마케팅총괄 전무는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하지만 그룹 지주회사인 한진칼 전무직과 그룹 항공·여행 정보제공 계열사인 토파스 여행정보 부사장직에서는 물러났다. 그룹 부동산 관리를 맡아하는 정석기업 부사장직은 유지했다.
이는 앞서 한진그룹이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과정에서 KDB산업은행과 협의한대로 조 회장의 가족 구성원이 그룹 핵심인 항공 관련 계열사의 경영에 참여하지 않기로 한데 따른 것이다.
이에 조 회장의 모친인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도 겸직하고 있던 한국공항 고문 자리에서 물러났다. 한국공항은 대한항공의 자회사로 항공운수의 보조 사업을 전문으로 하는 회사다.
조 부사장은 그동안 겸직하고 있던 한진칼 및 토파스여행정보 임원직을 사임하면서 당분간 (주)한진에서의 역할에 집중할 전망이다. 이번 승진과 함께 기존 마케팅 총괄 업무에 미래 성장전략을 수립하는 역할까지 맡아 경영 전반에 관여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주)한진은 경영관리 총괄(류경표)과 사업 총괄(노삼석)의 각자 대표이사 체제로 운영돼 왔는데 조 부사장은 미래성장 전략 및 마케팅 총괄 역할을 맡아 회사의 미래 경쟁력 강화와 글로벌 기업으로의 역량 확대에 한축을 담당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향후 한진그룹은 조원태 회장이 지주회사인 한진칼과 주력 계열사인 대한항공을 중심으로 그룹 경영 전반을 담당하고 조현민 부사장이 (주)한진을 중심으로 항공 외 계열사들을 담당하는 역할 분담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대한항공에 주력 계열사인 아시아나항공을 매각하는 금호그룹도 변화가 일고 있다. 박삼구 전 금호그룹 회장의 장남으로 금호가 3세인 박세창 아시아나IDT 사장이 금호산업으로 자리를 옮기며 금호산업과 금호고속을 중심으로 그룹 재편에 나선다.
이는 아시아나IDT가 아시아나항공 자회사였던 터라 예견됐던 수순이었다. 아시아나항공이 대한항공에 매각되는 상황에서 금호가 3세인 박 사장이 금호그룹에 남게 되는 금호산업이나 금호고속으로 자리를 옮기는 것은 시간 문제였다.
박 사장은 금호산업에서 경영관리본부 및 윤리감사팀을 관장하게 됐다. 서재환 사장은 대표이사직을 유지하며 회사경영을 총괄하는 역할을 한다.
업계에서는 박 사장이 그룹에 남은 금호산업과 금호고속을 중심으로 재편을 꾀하는 등 재도약 준비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박 사장은 핵심 계열사인 아시아나항공이 대한항공에 매각되면서 그룹 컨트롤타워 역할을 했던 전략경영실을 해체하는 등 정리 작업을 해 왔다.
재계 한 관계자는 “한때 양대 항공사 그룹이었던 한진과 금호가 처한 상황은 상당히 온도차가 있다”며 “한진은 항공업의 비중이 더욱 늘어나며 명실상부한 항공그룹으로 자리 잡을수 있는 기회를 마련한 반면 금호는 건설과 교통업을 중심으로 완전히 새로운 출발을 해야만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