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車업계 '기본급 동결' 대세…르노삼성만 남았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입력 2020.12.23 11:54 수정 2020.12.23 12:05

쌍용차, 현대차, 한국GM 이어 기아차 노사도 기본급 동결 잠정합의

르노삼성, 강성 노조 지도부 연임으로 난항 예상…내년 초 교섭 재개

카허 카젬 한국GM 사장(왼쪽 두 번째)과 김성갑 금속노조 한국GM지부장이 21일 인천 부평 본사에서 '2020년 임단협 조인식' 이후 노사교섭 마무리를 축하하며 악수 하고 있다. ⓒ한국GM

자동차 업계 임금·단체협약(임단협) 교섭이 속속 타결되고 있는 가운데 ‘기본급 동결’이 대세로 자리잡고 있다. 업체별로 노사간 진통을 겪기도 했지만 결국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경영상 어려움에 고통분담을 해야 한다는 점에 공감하고 임금 인상보다는 고용 보장에 초점을 맞췄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쌍용자동차, 현대자동차, 한국GM은 기본급 동결에 합의하며 올해 임단협을 타결했고, 기아자동차 노사도 기본급 동결을 담은 잠정합의안을 마련해 조합원 찬반투표를 기다리고 있다. 르노삼성자동차만 교섭이 중단된 채 해를 넘길 형편이다.


올해 임단협 교섭의 첫 스타트를 끊은 곳은 쌍용차 노사였다. 다른 완성차 업체들은 임단협 상견례를 시작하기도 전인 지난 4월 쌍용차 노사는 별다른 이견 없이 임금 동결에 합의하고 조합원 찬반투표를 거쳐 조인식까지 일사천리로 마쳤다. 노조는 회사측의 경영쇄신 방안에도 적극 협조할 것을 약속했다.


유동성 위기 속에서 대주주 마힌드라의 지원마저 끊기며 고용불안이 심화됨에 따라 회사의 경영정상화를 통한 고용안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에 노사가 공감한 결과다. 쌍용차 노사는 2010년 이후 11년 연속 임단협 무분규 타결 기록도 이어갔다.


예병태 쌍용차 대표이사(오른쪽)와 정일권 쌍용차노동조합 위원장이 4월 17일 평택공장에서 열린 임단협 조인식에서 합의안에 서명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쌍용자동차

두 번째 교섭 타결의 바통은 현대차 노사가 이어받았다. 지난 9월 추석 연휴를 앞두고 기본급을 동결하는 대신 성과급 150% 및 코로나 위기 격려금 120만원, 우리사주 10주, 전통시장 상품권 20만원 지급 등을 조건으로 하는 내용의 합의안을 최종 타결했다.


지난해 말 출범한 중도·실리 성향의 금속노조 현대차지부 지도부는 교섭 과정에서 파업 등 회사 실적에 악영향을 끼치는 행위를 자제하면서도 기본급 동결의 반대급부로 우리사주 등을 받아냄으로써 명분과 실리를 모두 얻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후부터는 자동차 업계에 부정적인 소식들만 들려왔다. 한국GM과 기아차 노조는 파업으로 회사를 압박하며 회사에 손실을 끼침은 물론, 코로나19로 어려운 협력사들까지 궁지로 몰았다. 조합원들 역시 ‘무노동 무임금’ 원칙에 따라 파업 기간 동안 임금 손실을 감수해야 했다.


한국GM 노사는 이달 초 1차 잠정합의안을 마련했으나 노조 찬반투표에서 부결된 이후 다시 2차 잠정합의안을 마련해 찬반투표를 진행하는 등 우여곡절 끝에 지난 18일 올해 임단협을 최종 타결했다.


노조 파업과 1차 잠정합의안 부결에도 ‘기본급 동결’이라는 대세를 거스를 수는 없었다. 최종 타결된 합의안에는 기본급 인상 없이 성과급과 격려금 등 400만원 지급과 자사 차량 구매시 할인율 상향 등의 내용이 담겼다.


기아차 노사도 지난 22일 기본급 동결과 성과급 150%, 격려금 120만원, 재래시장 상품권 150만원, 잔업 복원 등을 주 내용으로 하는 잠정합의안을 마련했다.


아직 조합원 찬반투표가 남았지만, 설령 부결되더라도 기본급 동결에는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노조가 강하게 요구했던 부분이 잔업 복원을 통한 실질임금 향상이었던 만큼 노조 내부적으로 논란이 있더라도 잔업 복원과 관련한 세부 내용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기 때문이다.


기아차 노조가 오는 29일 찬반투표에서 잠정합의안을 가결시키면 완성차 업체 임단협은 르노삼성만 남는다.


르노삼성자동차 부산공장 전경. ⓒ르노삼성자동차

르노삼성 노사는 지난 7월부터 올해 임단협 교섭에 착수했으나 9월 6차 실무교섭 이후 3개월째 교착 상태다.


그 사이 르노삼성 노조는 금속노조 가입을 시도하다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부결돼 실패했고, 중앙노동위원회로부터 쟁의조정 중지 결정을 받아내 합법적으로 파업할 수 있는 쟁의권을 확보하는 등 강성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지도부 및 노조위원장 선거에서는 강성으로 분류되는 기존 박종규 위원장이 연임하며 이후의 교섭 일정에 난항이 예상되고 있다.


노조는 올해 임단협 교섭에서 기본급 7만1687원(4.69%) 인상과 일시금 700만원 지급, 노조 발전기금 12억원 출연, 휴가비·성과급(PS) 인상 등을 요구한 상태다. 사측은 미국향 닛산 로그 수탁생산계약 종료 등으로 11월 판매가 반토막(48.7% 감소)나는 등 실적이 부진한 상황에서 기본급 인상과 과도한 일시금 지급은 힘들다는 입장이다. 노사간 입장차를 좁히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사측은 이런 상황에 부담을 느껴 교섭 일정을 미루고 있다. 최근 노조 측에 내년 1월 초 교섭을 재개할 것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임단협이 해를 넘기는 게 사실상 확정된 셈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완성차 업계 대표 기업인 현대차 노사도 기본급 동결에 교섭을 타결할 만큼 업황이 좋지 않은 상황”이라며 “완성차 업체들 중 가장 실적이 좋지 않은 르노삼성이 임금을 올리기는 힘들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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