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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맹이가 없다"…안철수 모호한 스탠스에 던져지는 야권 우려

최현욱 기자 (hnk0720@naver.com)
입력 2020.12.22 04:00
수정 2020.12.22 05:24

서울시장 보궐선거 승리 위해 '야권단일후보' 선출 필수 과제로

명확한 방법론은 제시하지 않아…국민의힘과 합당·입당은 배제

2018년 단일화 실패 후 패배 전례…야권 전체 상처 남길 우려 대두

오신환 "본인이 생각하는 단일화 구상 명료하게 밝히는 것이 순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21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내년 4월 열리는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하며 야권의 선거 분위기에 불이 붙기 시작했다. 단, 선거 승리를 위한 야권의 필수 과제인 '단일 후보 선출'에 대해 명확한 비전이나 방법론을 제시하지 않고 있어 자칫 분열과 갈등을 볼러오는 단초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안 대표는 21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서울시장으로 당선되면 '범야권 연립 서울시 정부'를 구성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는 제1야당인 국민의힘과 합당하거나 직접 입당해 '국민의힘' 이름 아래 선거를 치르지는 않겠다는 뜻을 완곡하게 내비친 것으로 풀이됐다.


정치권에서는 안 대표가 국민의힘과 합당이나 입당이라는 경우의 수를 배제한다면 크게 '야권통합경선' 혹은 국민의힘 후보와의 '막판 단일화 경선' 등 두 가지의 선택지가 존재한다고 보고 있다.


당장 지난 2018년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했던 안 대표가 김문수 당시 자유한국당 후보와의 단일화에 실패해 야권이 박원순 전 서울시장에게 힘 한 번 써보지 못하고 패배한 것을 상기해보면, 어떤 방식으로든 단일화 과정을 거쳐 '야권단일후보'를 내야 한다는 주장이 지배적이다.


문제는 셈법이 치열해질 수밖에 없는 당대당 형식의 단일후보 선출 논의가 지지부진할 경우, 같은 진영내 상대방에 대한 비난 등으로 국민에 피로감을 줘 야권 전체에 상처만 남길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국민의힘이 안 대표의 입당 혹은 합당을 가장 선호하고 있는 것도 후보 선출 과정에서 이 같은 부작용을 최소화하고자 하는 심리가 깔려있다는 평가다.


이 지점에서 야권을 답답하게 하는 요소는 키를 쥐고 있는 안 대표가 계속해서 모호한 스탠스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전날 출마선언에서 "야권단일후보로 선거에 출마하겠다"고 발언하는 등 안 대표도 단일후보 선출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되지만, 자신이 생각하는 구체적인 방법론은 내놓지 않고 있다.


안 대표의 최측근인 이태규 국민의당 의원은 이날 MBC라디오 '시선집중'에 출연해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국민의힘 소속 많은 분들이 당에 들어와서 하면 제일 무난하고 좋지 않겠느냐는 의견들을 주시지만, (합당 혹은 입당에 대해)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다"며 "내부적으로 어떤 단일화 방식을 갖고 판단을 하거나 논의해본 적이 없다는 말씀을 분명히 확인해드릴 수 있다"고 언급했다.


"단일후보 선출 자체가 험난할 수도"…야권 일각서 커지는 우려
이준석 "安,무조건 '너희가 접으라'고 하며 갈등 일으킬 가능성"
국민의당 "당내 주류 입장 없어…국민의힘과 논의 개진하겠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공식선언하기 위해 이태규 의원, 권은희 의원과 입장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이태규 의원이 "후보 단일화를 해야 한다는 야권 지지층의 요구가 있고 양당이 그런 필요성을 느낀다면 방식을 논의하는 어떤 기구나 협의체를 만들어야 하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라 강조하긴 했지만, 국민의힘으로부터는 "이 역시 원론적인 수준에만 그치는 언급"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국민의힘에서 서울시장 출마를 고려하고 있는 오신환 전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안철수 대표님, 단일화 방안부터 말씀하십시오"라며 "서울시장 잔여임기는 1년 3개월, 2022년 6월에 열리는 지방선거 일정까지 고려하면 사실상 1년이다. 대통령도 아니고 준비 기간도 없이 당선 즉시 취임해야 하는 임기 1년 서울시장을 하면서 '범야권 연립정부'까지 이야기하는 것은 오버가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오 전 의원은 "안 대표가 지금 해야 할 이야기는 '범야권 연립정부'가 아니라 본인이 생각하는 '단일화 방안'"이라며 "'야권단일후보가 되겠다'고 본인 입으로 말했으니, 어떻게 되겠다는 것인지 '나는 이러 저러한 방식으로 단일화하면 좋겠다'는 본인 구상을 명료하게 밝히는 것이 순서다. 속내를 감춘 채 복선을 잔뜩 깔고 신경전을 벌이며 국민을 실망시킬 여유가 우리에겐 없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일각에서는 사실상 2022년 대선 출마를 포기하고 서울시장 보궐선거로 선회한 안 대표와의 단일화 자체가 험난한 가시밭길이 될 것이라는 걱정도 제기된다. '대선 불출마'라는 배수진까지 치고 나온 안 대표가 향후 국민의힘 후보군과의 경쟁 국면에서 쉽사리 양보하거나 물러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에서 비롯된 우려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이날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안 대표가 대선을 내려놓고 서울시장으로 '체급'까지 낮췄는데 막상 출마가 좌절되면 정치적 스텝이 꼬여도 너무 꼬이게 된다. 어느 후보든 모두 같은 마음이겠지만, 절대로 양보할 수 없다는 마음이 상당할 것"이라며 "단, 결국 급한 사람이 우물을 판다고 가정할 때 선거가 다가오면 다가올수록 '선거 승리'라는 대의 아래 매끄럽고 순조롭게 매듭이 풀릴 여지도 있다"고 말했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이날 KBS라디오 '최강시사'에서 "지금까지 안 대표의 패턴을 보자면 단일화 국면에서 무조건 '너희가 접으라'고 하면서 갈등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며 "이번에는 어쨌든 안 대표의 일성이 '야권단일후보'가 되겠다는 것이기 때문에 만일 현실적인 길을 모색한다고 하면 연대와 합당 둘 중에 하나 정도 수준은 필요하지 않는가라고 생각한다"고 진단했다.


국민의당은 국민의힘과의 소통 창구를 열어놓고 논의를 이어나가겠다는 입장이다. 국민의당 핵심관계자는 통화에서 "어떤 방식을 통해 야권단일후보를 선출하느냐에 대해 아직 당내서도 지배적이거나 주류적인 입장이 형성되어 있지 않다. 앞으로 국민의힘과 의견을 개진하며 상의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실제로 선거를 함께할 시민들이 가장 선호하는 최상의 후보가 나올 수 있도록 끊임없이 살펴볼 것"이라고 언급했다.

최현욱 기자 (iiiai072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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