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현재 한국 페미니즘을 향한 질문 ‘페미니즘은 어떻게 괴물이 되었나’
입력 2020.12.16 11:57
수정 2020.12.16 11:57
수년째 한국에서 페미니즘은 뜨거운 주제고, 앞으로도 온도가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 다양한 해석이 있을 수 있고, ‘확장’이 가능한 주제냐 아니냐를 두고 논쟁도 일어나지만 한국 사회에서 페미니즘은 남성과 여성이라는 두 축의 결합‧대립으로만 바라보는 경향이 강하다. 그래서 “나는 페미니스트입니다”라는 말은 종종 논쟁 혹은 침묵을 이끌어낸다. 특히 남녀가 함께 있는 자리라면 더더욱 그렇다.
지난해 7월과 11월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2030세대에게 설문조사를 한 결과, 자신을 페미니스트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페미니스트라고 응답한 비율은 여성의 경우 7월 48.9%, 11월 42.7%였다. 반면 남성의 경우 같은 기간 각각 14.6%, 10.3%였다.
올해 한국일보가 Z세대를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도 비슷하다. Z세대의 19.8%는 ‘나는 스스로 페미니스트라고 생각한다’고 답했지만, 여성의 응답률이 37.6%인데 비해 남성은 3.8%에 그쳤다. 반대로 ‘나는 페미니스트들에 대해 거부감이 든다’고 답한 Z세대 여성은 19.4%에 그친 반면 남성은 61.8%에 달했다.
이런 가운데 한국의 페미니즘을 향해 질문을 던진 책이 나왔다. 오세라비 작가, 김소연 변호사, 나연준 ‘제3의길’ 편집인이 쓴 ‘페미니즘은 어떻게 괴물이 되었나’는 실상 제목이 모든 것을 말해준다. 저자들은 페미니즘이 초래한 정치사회적 분열 같은 안타까운 이야기, 여성주의라는 명분 때문에 쉽사리 비판의 영역으로 끌고 올 수 없었던 불편한 이야기들을 쏟아낸다.
오세라비 작가는 남녀가 서로 존중해야 하는 사회에서 현재의 페미니즘은 남성 혐오적 서사로 성별 갈등을 만들었다고 말한다. 또 미국에서 시작된 성희롱 성폭력 고발 캠페인인 '미투'(Me TOO)운동이 한국에서는 페미니즘과 결합해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페미니즘의 실패학’ ‘젠더 전쟁의 실패학’ ‘미투 운동의 실패학’ ‘페미니즘 프로파간다의 폐해’를 나열한다.
김소연 변호사는 페미니즘이 권력이 되었다고 말한다. 성 관련 논란이 있을 때 피해자의 여부를 법이 아닌 여성단체가 판단하고, 성매매는 불법인데 성매매 여성은 피해자로 그려지는 사회를 비판한다. 그러면서 영화로도 만들어진 소설 ‘82년생 김지영’을 들여다보면 아내가 아닌 남편이 더 불쌍한 존재라고 말한다. 여성은 약자가 아니며, 페미니즘 역시 이런 여성의 틀이 아닌, 진정한 약자를 위해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나연준 편집인은 페미니즘이 민족주의와 잘못 만났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올해 정의연 사태 이후 여성계의 모습을 ‘위선’이라 지적한다.
저자들은 “여성 억압은 상당부분 과장됐다. 현대 페미니즘이 지배하는 사회는 남성을 노골적으로 악랄하게, 그렇지 않으면 모자라거나, 우스꽝스럽게 만든다. 페미니스트들은 ‘여성혐오’가 만연한 사회라지만, 오히려 ‘남성혐오’가 만연한 사회라는 것이다. 여성학 수업은 젊은 페미니스트를 양성하여 ‘불만 수집가’가 되는 법을 배운다. 즉 끊임없이 남성에게 분노할 거리를 찾아다니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라고 주장한다.
인터넷에서 이미 ‘페미’ ‘반페미’와 관련된 온갖 용어들이 만들어지고 비생산적 논쟁들이 감정적으로 쏟아지는 현실에서, ‘페미니즘이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저자들의 주장은 생산적 논쟁을 향한 바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페미니즘은 어떻게 괴물이 되었나’ / 글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