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피플라운지] 김진유 교수 “강남 개발이익, 강북 임대주택에만 투자할게 아냐”
입력 2020.12.14 06:00
수정 2020.12.15 21:34
‘공간민주주의’ 측면에서 강북투자 바람직
주거·교육·문화환경에 투자해야 양극화 해소
강북 도심은 업무·상업·관광·주거 복합개발해야
진정한 균형발전이자 도시재생 실현하는 것
“강북에 대한 투자는 일부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임대주택에 대한 투자보다는, 강북시민 전체에게 돌아가는 인프라에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서울 강남의 막대한 개발사업 이익을 강북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법안이 지난 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지금까지는 강남권 개발사업에서 발생하는 개발이익은 강남 지역에서만 독점적으로 사용할 수 있었으나, 앞으로는 강북 지역의 도시공원 조성이나 공공임대 공급 등에 활용할 수 있게 됐다.
이 법안은 강남북 균형발전을 위한 제도적 기틀을 마련한다는 점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다만 세밀한 설계 없이 임대주택 조성에만 집중하면 강남북 양극화가 더욱 커질 것이라는 우려 또한 제기된다.
김진유 경기대 도시·교통공학부 교수는 <데일리안>과 인터뷰에서 “임대주택 입주자에게만 혜택이 가고 지역 주민들은 오히려 임대주택이 들어오는 것에 대해 부정적이어서 주민 간 갈등을 고조시킬 수 있는 강북 임대주택 집중 투자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한국주택학회 프롭테크빅데이터연구소장이기도 한 김 교수는 주택·도시계획 전문가다. 그는 ‘공간민주주의’라는 개념을 들어 강남북 공간민주주의 격차 해소를 위해 상대적으로 공원·교통 등 여러 인프라가 노후하고 공공기반시설이 약한 강북에 투자를 더 해야 하는 것이 맞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강북을 임대주택 위주로 개발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 교수는 “강북의 도심을 국제적인 위상에 맞는 업무·상업·관광·주거의 복합개발을 통해 과거에 지녔던 1중심으로의 지위를 회복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말했다. 이것이 진정한 균형개발이며, 더 나아가 도시재생의 진정한 목표이자 실현이라고 강조했다.
-강남의 막대한 개발사업 이익을 강북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법안이 국회를 통과됐다. 어떻게 평가하는가.
=적절한 방안으로 평가한다. 과거 강북시민이 낸 세금으로 강남의 인프라를 조성한 바탕 위에 오늘의 강남이 번성한 것이다. 노후화된 강북의 인프라 개선을 위해 강남에서 발생하는 개발이익의 일부를 사용하는 것은 당위성이 있다고 본다.
-강남북 격차 줄이기 위해서 정부가 어떤 사업에 투자해야 하는가.
=임대주택보다는 주거환경이나 교육환경, 문화환경을 향상시킬 수 있는 생활형 SOC의 수준을 향상시키는 데에 더 집중적으로 투자할 필요가 있다. 이를테면 강북의 구시가지에 ‘경의선 숲길(연트럴파크)’이 조성되면서 나타난 지역 환경개선의 효과를 들 수 있다.
또한 교육환경 측면에서도 국회도서관이나 서초국립도서관과 같은 수준의 도서관을 강북에도 공급하고, 특히 수준 높은 학원가가 형성될 수 있도록 촉진책을 쓰는 방안도 생각해볼 수 있다.
강북에는 유독 문화재가 많아 문화자산 측면에서 강남에 비해 풍부하나, 대부분 유로로 활용해야하고, 강남에 비해 구릉지가 많아 집근처에서 이용할 수 있는 평지 공원보다는 산이 많은 상황이다.
이는 노인이나 장애인들에게는 접근이 제한적인 공원녹지이므로 활용 측면에서 불리하다. 강북의 이런 특성을 고려하여 세심한 도시계획과 도시설계를 통해 인프라를 공급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사업투자가 강북의 공간민주주의와 관련이 있는 것인가. 공간민주주의가 무엇인가.
=공간 민주주의(Spatial Democracy)란 국토공간 중 공공공간의 이용에 있어 민주주의 원칙이 적용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주장이다. 도시의 공공공간이 그 사람의 지위와 나이·성별·소득·인종·종교에 상관없이 공평하게 이용될 수 있어야 한다는 개념이다.
공원을 예를 들어 설명하면, 강남은 강북에 비해 공원 조성이 잘 되어 있어, 강남 주민 1인당 사용할 수 있는 공원면적은 강북 주민에 비해 넓다. 사는 동네의 수준에 따라 사람들이 이용하는 공공 오픈스페이스의 양과 접근성에서 차이가 난다면 공간민주주의 수준이 낮다고 할 수 있다.
-요약하면 강북 인프라 투자가 강남북의 공간민주주의 격차를 줄일 수 있다는 말이다. 이 격차가 해소되지 않으면 어떤 문제가 나타나는가.
=공공공간의 분포나 이용이 비민주적이면, 사회의 빈부격차나 권력격차에 따른 생활환경의 차이가 심해지고, 사회적 갈등이 야기된다. 강남북의 생활격차가 이에 해당하며 이렇게 되면 결국 일정 지역에는 부자들이 몰리고, 또 다른 지역은 서민들이 집중되면서 지역간 격차가 커지고 이로 인해 국민들간의 부익부 빈익빈이 심화 될 수 있다.
더 확장하면 수도권 집중 문제도 국토공간의 비민주성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서울에 사나 지방도시에 사나 공공공간에서 제공받는 서비스가 비슷한 수준이라면 굳이 서울에 살려고 애쓸 필요가 없다.
즉 지방도시에도 훌륭한 공공교육기관, 공공도서관, 크기는 작지만 서울숲과 같은 공원, 국공립 어린이집 등이 국가에 의해 제공될 필요가 있다. 지방재정에만 맡겨서는 불가능하다. 지금까지 국가산단이나 공항, 고속도로, 철도, LH의 임대주택 등을 국가가 지방균형발전을 위해 공급했듯이, 이제는 지방의 생활환경과 교육환경을 위해 국가가 직접 재정투자를 해야한다.
-결론적으로 강남북 균형발전은 가능하다고 보는가.
=물론 가능하다. 과거의 강남이 허허벌판이나 배밭, 뽕밭에서 오늘날과 같이 최고의 주거지가 되었듯이 강북 또한 현재의 낡고 불편한 구조를 개선하고 역사유산과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인프라투자를 한다면 얼마든지 개성있는 최고 주거지로 거듭날 수 있다. 그렇게 하는 것이 바로 도시재생의 목표라고 할 수 있다.
-어떤 의미에서 그런가.
=현재 서울시가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도시재생은 도시의 경쟁력을 높이고 지역에 걸맞는 미래형 토지이용을 지향하지 않는다는 측면에서 강남북 균형발전 측면에서는 도움이 안된다. 창신숭인동만 보더라도 알 수 있듯, 지역주민들이 체감하지 못하고 불편해서 떠나는 도시재생은 의미도 없고 지속가능하지도 않다.
결국 강북의 도심은 국제적인 위상에 맞은 업무·상업·관광·주거의 복합개발을 통해 과거에 가졌던 1중심으로의 지위를 회복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 세운상가 주변은 국제 업무지구로 신속히 정비할 필요가 있고, 창신숭인도 일부를 제외하고는 주거와 상업을 복합화한 정비사업을 통해 향후 도심주거지로서의 역할에 걸맞는 모습으로 재생할 필요가 있다.
지금 테헤란로에 집중되고 있는 스타트업들은 AI, VR, 빅데이터 등 4차산업혁명 시대를 열어가는 도전자들이다. 만약 도심이 미래지향적으로 재생되어 더 많은 업무공간을 제공하고 그 인근에 강남이나 여의도와 같은 좋은 주거지와 여가공간을 제공한다면 이들 중 상당수는 도심으로 회귀할 수도 있다.
세운상가 주변지역이나 창신숭인은 바로 이러한 신산업들이 들어올 수 있는 공간들로 재생되어야 한다. 이미 쇠퇴한 봉재산업의 추억을 덧칠해봐야 그냥 향수에 젖는 몇몇 관광객에만 의미가 있을 뿐이다.